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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3월호

다 이해하면
오히려 재미없는, 국악

유튜브에서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이제 걸작은 공연장보다 유튜브에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국가유산청이 2월 7일 공개한 ‘탈, 춤으로 잇다-봉산탈춤×아이키’ 영상이 화제다. 국가유산청 유튜브 채널의 조회 수로 보면 3년 전 올라온 ‘서대문형무소 리얼 체험기’가 35만 회를 기록하며 1위다. 그런데 ‘봉산탈춤×아이키’는 공개된 지 10일 만에 조회수 14만 회를 돌파했다. 이 영상을 기획· 제작한 국가유산청은 유형과 무형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국립 기관이다. 과거 ‘인간문화재’나 ‘무형문화재’로, 오늘날에는 ‘국가무형유산’으로 불리는 전통예술이 여기의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문화재 ‘보호’만큼이나 ‘홍보’도 신경 쓰는 곳이다. 사라져가는 전통예술의 홍보도 보호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봉산탈춤×아이키’로 전통예술의 하나인 탈춤이 제대로 홍보됐다. 이처럼 홍보와 보호를 함께 하는 것을 (말도 안 되겠지만) ‘홍-보-호’ 전략이라 부르고 싶다.

국가유산청
‘탈, 춤으로 잇다 -
봉산탈춤×아이키’

4년 전 ‘범 내려온다’를 떠올리며

아이키는 안무가이자 댄서다. 2021년 댄스 크루 ‘HOOK’의 리더로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와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파격적인 협업을 할 줄은 몰랐다. 댓글 창도 난리다. “세금은 이렇게 쓰세요 제발”, “기획하신 분도 능력자이신 듯”, “이 집이 예산을 그렇게 이쁘게 쓴다며?”라며 국가유산청을 칭찬하기도 한다. 댓글만 봐도 오늘의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일명 ‘댓글 인류학’이라고 해야 할까.

전통예술이나 국악이 춤과 만나 파격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발표된 ‘범 내려온다’ 역시 대표적이다.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에 강력한 비트를 심어 넣었다. 잘 들어보면 두 대의 베이스기타와 세트 드럼이 현란한 방점을 찍는다. 선율과 화성을 담당하는 기타는 없다. 그렇다보니 박자가 도드라진 ‘범 내려온다’는 듣는 이의 리듬을 이끌어내고, 이를 춤으로 진화시킨다. 이에 맞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어떤 춤을 춰야 하는지 정확히 보여줬다. 사람들은 음악과 춤에 흠뻑 빠져 들었다.

하지만 두 영상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범 내려온다’는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는 춤이기에 챌린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봉산탈춤×아이키’는 현란하다. 아이키만 출 수 있는 춤이다. 그 춤을 잘못 따라 했다가는 뼈마디에 ‘탈’이 생길지도 모르니, ‘탈-춤’이라 할 수도 있겠다.

‘부분’적으로 다가갈 때 빛나는 전통예술

생각해보면 전통예술이 가장 빛날 때는 다른 예술에게 ‘부분’을 빌려줄 때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 것을 바로 알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다 다른 예술과 뒤섞여 전통예술의 특색을 ‘잠시 잠깐’ 보여주는 것이 더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것 일색 一色’보다는 ‘좋을 법한 것들의 다색 多色’이 각광받는 시대라는 것이다. 컬래버레이션(협업)은 이러한 다색의 요소를 모아 합을 이루는 방식이다. 기존 것들을 해체해 재배치하는 ‘유 에서 또 다른 유 를 낳는 방식’이 무 에서 유 를 낳는 창조보다 더 각광받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봉산탈춤×아이키’ 영상도 봉산탈춤의 ‘부분’들이 아이키의 캐릭터와 맞물린다. 물론 봉산탈춤을 모두 보여주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탈춤은 춤은 물론, 노래·연극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기의 깃발이 높이 오른 국립창극단도 마찬가지다. ‘창극’이란 판소리를 ‘부분화’한 다음 서양의 연극과 만나게 해 발전시킨 장르다. 원래 1인극으로 태어난 판소리 속 캐릭터들을 서양극처럼 배역으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격 단원들은 판소리를 전공했지만, 배역과 장면에 따라 자신의 전공을 부분적으로 축소하고, 서양식 발성과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1인 다색 多色의 연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깊이’있게 ‘이해’해야 한다는 착각

그렇다보니 오늘날 국악은 어느 작품의 ‘부분’이나 ‘요소’로 참가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안에서 국악이 지닌 이질감은 ‘전체’를 뒤집는 인상적인 ‘부분’이 된다. 생소한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놓고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이름을 달고, 처음 보는 국악 공연 앞에서 졸음의 신과 겨뤄 이긴 자는 거의 없다. 지금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과거의 국악은 이러한 자세 때문에 손해 본 것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다 좋다고 생각하고, 다 보여줘야 하고, 다 들려줘야 한다는 것이 과거에 생각한 국악 전승에 대한 대부분의 자세였다. 지금처럼 ‘부분’으로 합류(협업)하거나, 여러 요소가 모인 작품의 ‘조각’이 되는 것은 국악의 명맥을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완전체를 고수하기보다 용도가 변경되거나, 부분으로 합류해 빛날 때에 국악은 그토록 외친 ‘대중 속으로!’라는 강령에 힘이 붙는다. ‘봉산탈춤×아이키’가 좋은 예다.

예전에 어느 소리꾼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었다. 노래의 엔진에 신나는 흥의 부스터를 장착한 그에게, 나는 온건파로 다가갔다. 민요의 가사는 한문투성이다. 그래서 가사는 물론이고 뜻까지 이해할 수 있는 해설식 자막을 띄우자고 했다. 그런 그가 말했다. “너 팝송 들을 때 가사와 뜻까지 다 이해하고 들어?” 그의 말이 맞았다. 그날 관객들은 그의 노래(와 가사)가 찬란한 무형유산이지 방구인지 모른 채 마냥 즐기다가 갔다. 결론적으로 국악의 ‘전체’를 보여주기보다 어느 ‘부분’을 보여줄지, 그 고민이 앞서야 하는 시대다.

글 송현민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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