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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7월호

자수와 장신구에
새긴 이야기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아름답고 쓸모 있게 만드는 일, ‘공예’. 사용하기 편리하고 실용적인 동시에 고운 형태와 섬세한 문양을 품은 아이템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매일 쓰는 그릇에서 우아함을 마주하고, 자주 시선이 닿는 곳에 둔 오브제를 통해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공예의 힘일 터. 이런 공예의 매력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두 편의 대규모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과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먼저 주목할 것은 ‘자수’다. 천 위에 바늘로 실을 한 땀 한 땀 새겨 그림이나 글자, 무늬를 수놓는 공예의 한 종류다. 가느다랗고 긴 실이 장인의 손을 만나면 세상의 만물로 거듭난다. 예로부터 자수는 미를 위한 장식 역할을 주로 해왔다. 생활 복식, 병풍 등 일상 속 물건을 꾸민 것은 물론 한 점의 회화와 같은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이러한 지점에 주목해 한국 근현대 자수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을 준비했다.

19세기 말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급변한 시대 상황과 미술계의 흐름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한국 자수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국내외 자수 작품을 총망라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필드자연사박물관·일본민예관을 포함한 국내외 기관 60여 곳과 개인이 소장한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 점, 아카이브 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것.

전시는 총 4부로 나뉘는데, 시대 흐름에 따른 자수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구성이다. 1부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에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다양한 전통 자수를 조명한다. 민간 여성들이 제작한 자수 십장생도 병풍과 궁녀들이 수놓은 보료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제된 문양의 도안 위에 천연염료로 물들인 다채로운 색실을 사용한 궁수는 고아한 기품이 배어나고, 일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민수는 자유분방한 구도와 강렬한 원색 대비가 도드라져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시 큰 인기를 끈 평안도 안주의 남성 자수장인 집단이 제작한 ‘안주수’ 작품들도 흥미로운데, 특히 안제민의 <자수 지장보살도>는 일반에 처음 공개돼 더욱 특별하다.

2부 ‘그림 갓흔 자수’에서는 20세기 초 미술 공예로 거듭난 자수의 변화를 고찰한다. 그간 거의 공개되지 않은, 일제 강점기 도쿄에 위치한 여자미술전문학교(현 여자미술대학)에서 유학해 자수를 전공한 박을복·나시균 등 한국 학생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마치 회화처럼 표현이 매끄럽고 유려한 윤봉숙의 1938년 작 <오동나무와 봉황>도 만날 수 있다. 한편 3부 ‘우주를 수건으로 삼고’에서는 광복 후 시기에 초점을 맞춰 현대 공예로서의 자수를 다룬다. 광복 직후 이화여자대학교에 자수과가 설치되며 생겨난 수많은 변화와 함께, 당시 대세를 이룬 추상미술을 수용한 송정인의 <작품 A>, 김인숙의 <계절 II> 같은 자수 작품을 선보인다.

마지막 4부 ‘전통미의 현대화’는 계승해야 할 전통 공예로 부각된 지금 시대의 자수에 대해 살피는 섹션으로, 한상수의 <궁중자수 모란도 병풍>, 최유현의 <팔상도> 등 국가무형유산 자수장의 걸작을 준비했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한국 자수의 흐름과 다채로운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는 8월 4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장신구를 소개하는 전시가 한창이다. 《장식 너머 발언》은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현대 공예 작가 총 111팀의 장신구 675점을 선보이는 자리. 단순히 장식을 위한 물건을 넘어 현대사회의 혼돈과 부재 속에 작지만 강력한 발언의 매개체가 되는 현대 장신구를 조명한다. 신라 시대의 금관이나 조선 시대의 노리개·비녀처럼 과거, 부와 권력의 상징이거나 아름다움을 더하는 도구로 사용된 장신구는 현대로 접어들며 예술·철학·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장신구의 변천사와 의미를 되짚는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주얼리 아방가르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두 나라의 현대 장신구에 대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를 넘어 유럽 현대 장신구의 변화를 이끈 엘리자베스 데프너Elisabeth J. Gu. Defner·아니타 뮌츠Anita Munz를 비롯해 이정규·김정후 등 금속공예를 기반으로 예술장신구의 개념을 전파한 작가들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가 펼쳐진다. 이어 2부 ‘현대장신구의 오늘’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제작된 장신구를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공통 제작 주제인 ‘신체’, ‘자연’, ‘서사’라는 키워드 아래 전시한다. 마지막으로 3부 ‘현대장신구의 내일’에서는 과거를 계승하며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미래를 대비하는 작가들의 제작 방식과 태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신체와의 관계를 탐구하거나 심상 속에 투영된 자연을 담는가 하면, 사회적 이슈와 시공간에 얽힌 담론을 표출하는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시선을 붙든다. 7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통해 현대 공예 속 장신구의 의미와 미학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노블레스 라이프스타일팀장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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