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K-공예의 면면
K-팝의 인기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거세다. 한국 문화를 향한 세계의
관심이 드라마·웹툰·뷰티·푸드 등
다양한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BTS·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스타의
해외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이루고, 치킨과 떡볶이는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줄 서서
먹는 메뉴가 됐으며, <오징어게임>,
<미나리> 등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콘텐츠가 넘친다. 공예와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한국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전시가 부쩍 늘어난 것이
그 증거. 왕조 시대의 유물이나
전형적인 도자기에 국한된 전시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현대적 의상, 유서
깊은 개인 컬렉션, 독창적인 세라믹
작품 등 주제도 한결 다채롭다. 전시
내용과 구성을 통해 해외가 주목하는
‘한국적인 미’의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 해외에서 진행 중인 공예와
디자인 관련 전시를 살펴보면, 미국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보스턴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이
눈에 띈다.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 파인 아트를 주로 소개해온
이곳에서 미국이 아닌 아시아권
국가의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대대적으로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더욱 주목된다. 3월 24일부터
7월 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는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문화 강대국으로 우뚝 선 한국의
혁신과 저력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그 원류를 찾아 나선다. 전통
기물부터 한국만의 고유한 미감을
보여주는 공예 작품, 아이돌 스타를
더 빛나게 하는 의상, 인기 드라마의
세트와 소품 등 ‘손맛’이 담긴 전시품이
가득하다.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박소희와 <넥스트 인 패션Next in Fashion>
우승자 김민주가 디자인한 드레스,
한국 아티스트 함경아가 디자인하고
북한의 자수 작가가 만든 대형 바느질
작품 등이 하이라이트. 지난해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후 뜨거운 반응을
이끈 전시의 순회전으로,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한국 문화의 총체를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미국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
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에서는
한국 패션을 주제로 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4월 28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이어질 《코리안
쿠튀르: 혁명의 시대Korean Couture:
Generations of Revolution》가 그것. 17세기
귀족 의상부터 한국 현대 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까지
약 30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선
왕조의 의상을 모티프로 독보적
세계를 구축한 앙드레 김, 한국의
역사적 레퍼런스와 쿠튀르 기법을
결합해 실험적인 실루엣, 콘셉트
등을 선보인 이상봉, 젠더 플루이드
경계를 탐험하면서 해체적인 의상을
디자인하는 신규용과 박지선의 브랜드
‘블라인드니스Blindness’ 등의 특별한
의상을 만날 수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파리에서 열린 오트
쿠튀르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최초의
한국 디자이너 이진윤이 제작한
섬세한 바느질 기법이 돋보이는
이브닝드레스, 예술가이자 제지가인
에이미 리Aimee Lee의 뽕나무 껍질
드레스 등도 전시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적 쿠튀르’의
정의를 짚어보고, 현대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한편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는
미술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품을 기증한 체스터와 캐머런
장 부자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
《한국의 보물: 체스터와 캐머런 장
컬렉션Korean Treasures from the Chester and
Cameron Chang Collection》을 진행하고 있다.
LA 첫 총영사였던 아버지 장기환과
함께 1949년 미국으로 이주한 체스터
장Chester Chang, Chang Jung Ki이 오랜 시간
가족 컬렉션으로 꾸준히 수집해온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 서화 병풍,
20세기 중반의 남북한 유화 등 35점을
전시한다. ‘한국의 보물’이라는
제목처럼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진귀한 작품이 감상의 즐거움을
더한다.
덴버 박물관Denver Art Museum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분청사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 《완벽하게
불완전한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을 선보인다. 조선 초기에
유행한 분청사기는 회색 또는 회흑색의
태토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백토를
입힌 뒤 유약을 씌워 구워낸 도자기.
분장 기법을 거쳐 다채로운 무늬를
새겨 넣어 율동감 있으면서 활달하고
개성 넘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시는 15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제작된 분청사기 약 70점을
통해 정교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소박하지만 세련된 특유의 매력을
조명한다. 익살맞은 물고기 무늬가
새겨진 병, 코끼리 형태의 제기 등
개성 넘치는 작품을 통해 한국적
독창미의 근간이 되면서도 근현대
미술과 다양한 예술적 표현에 영향을
미친 분청사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글 김수진 노블레스 라이프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