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2〉와 〈나는 SOLO〉 지금 한국은 리얼리티 연애 예능 열풍!
티빙에서 시즌2를 방영 중인 〈환승연애〉는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방송 기획 내용만 설명해도 의구심을 표할 만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미 헤어진 구남친과 구여친이 네 커플 정도 출연한다. (‘메기’라는 이름으로 방영 중간에 새로운 출연자가 투입되기도 하기에 정확한 커플 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누가 서로의 엑스(구) 연인인지는 출연자끼리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 규칙이다.
“구남친-구여친이랑 방송에 같이 나온다고? 아니, 왜?”
8명의 출연자는 누가 서로의 엑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남녀 출연자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저녁에 ”○○님은 ○○님을 선택하셨습니다”라는 문자를 주고받는다.
문자를 통해 다음 날 함께 데이트를 나가기도 하고, 한집에서 합숙하면서 미묘한 감정 줄다리기를 이어 나간다.
이 방송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고 뒤늦게 ‘환연열차’에 올라탄 시청자의 초반 반응은 대부분이 이렇다.
“구남친-구여친이랑 방송에 같이 나온다고? 아니, 왜?”
그러니까 그 이해가 잘 안되는 각자의 연애사가 새로운 연애 매칭에 깊이 결부되면서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개성이자 다른 예능과의 차별점이다.
연애 매칭 프로그램 대부분이 시청자에게 잊고 있었던 설렘과 두근거림을 선사한다면,
〈환승연애〉는 내 ‘과거 연애’의 지질함과 해소되지 않은 복잡한 감정까지 환기한다.
헤어지고 감정이 완전히 해결됐다면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자신하던 사람조차 과거의 연인이 새 사랑을 시작하는 것을
눈앞에서 실시간 확인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출연자 대부분이 헤어진 후 이 방송을 통해 오랜만에 조우하고 자신이 과거의 연애에 아직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확인하기도 한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정리된 출연자조차 구남친-구여친이 새로운 이성과 데이트 나가고 ‘썸’을 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한 공간에서
지켜보며 질투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현규-해은 커플의 지지자가 다른 커플에 비해 유독 많은 것은 여성 출연자 성해은의 과거 연인에 대한 순애보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현규는 새로 투입된 남자 출연자이고
이미 방송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팬층이 새 출연자에게 적대적인 것과 달리 〈환승연애〉는
짝짓기 화살표가 지지부진할 때마다 새 출연자가 등장해 합숙소에 새바람을 불고 온다.
현규는 첫 등장과 동시에 ‘해은 누나’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면서 여성 시청자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8년이나 사귄 엑스 남자 친구에 대한 미련이 커서 매일 울며 잠들던 해은에게 잘생긴 연하남의 구애라니!
팝콘 먹으며 “해은아, 구남친은 잊고 이제 새 사랑 찾아가자!”라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커플이 궁금하신 분은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중 ‘환승연애 리뷰 영상’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3040의 이유 있는 처절한 연애 사투
〈환승연애〉가 20대의 연애를 그린다면, 그보다 연령대가 좀 높은 3040의 ‘이유 있는 처절한 연애 사투’를 그린 연애 매칭 프로그램은
ENA PLAY·SBS Plus의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다. 과거 종영한 SBS 〈짝〉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이 방송은 화제리에 10기 출연자의 꼬이고
꼬인 애정 전선의 양상을 방영하고 있다.
이 방송 출연자는 출연과 동시에 주어진 예명을 사용한다. 영철, 영식, 정숙, 영숙, 순자 등의 예명을 1기부터 10기까지가 이어받는다.
그래서 1기 영식과 10기 영식이 따로 존재하는 식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거나 호감을 느끼고 여러 번 데이트를 반복하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나는 솔로〉에 있지만 이 방송의 원동력은 출연자가 의외의 충격적인 선택을 하는 것에 있다.
5회까지 커플 완성처럼 보였던 영철-영자가 갑자기 깨지고 영철이 영숙과 커플이 되고 여기에 갑자기 영호가 끼어드는 식이다.
정숙-영철이 스킨십이 포함된 데이트를 잘 하고 와서 술자리에서 갑자기 싸우기도 한다.
선택의 시간에서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다른 이성을 선택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선택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일직선의 감정을 표출하고, 또 어떤 이는 ‘호감 가는 것은 ○○이지만,
혼자 자장면 먹기 싫으니 ○○를 선택’하기도 한다.
기수마다 빌런이 있기도 한데 시청자에게 욕먹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는 출연자를 여과 없이
방송(혹은 악마의 편집)한 제작진에게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 연애 예능이란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반려견이 내 운명의 짝을 골라준다는 신기한 기획의 SBS 〈펫미픽미〉, 단순히 연애가 아닌 무조건 결혼을 목적으로 100일 안에 결혼 상대자를 찾는
JTBC 〈결혼에 진심〉, 유재석과 〈런닝맨〉 정철민 PD가 참여한다고 발표한 tvN 〈스킵〉도 모두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높으니 비슷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영하는 것은 방송계에서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신기한 것은 거기에 응하는 일반인 출연자가
화수분처럼 마르지도 않고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저런 ‘예능캐’를 찾아왔는지 놀랍기만 한 사람이 있기도 하고, 드라마 보듯 관람하게 만드는 퀸카-킹카 고스펙 출연자도 있다.
이러한 연애 매칭 프로그램은 초반에는 모두 ‘진짜 운명의 상대’를 찾아 나오지만 결국은 몇 표를 받는지가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이들은 ‘절대 혼자 남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계산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시청자 역시 그러한 선택을 ‘리얼리티’로 바라본다.
대본으로 쓴다 해도 그렇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 커플 탄생과 출연자의 폭발하는 감정의 파란이 TV 속에서 요동친다.
글 김송희_《빅이슈코리아》 편집장,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저자, 칼럼니스트 | 사진 티빙,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