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입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저를 현대무용을 하는, 춤을 추는 국은미라고 소개해 왔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는 두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고, 안무가이기도 하고, 무용수이기도 해요. 우리의 신체 부위가 어깨, 팔꿈치, 무릎 등 각자의 이름이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나를 구성하듯, 어떻게 불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잇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죠. 신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도 움직임이고 관계 또한 움직임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움직임으로 삶을 관통해 보고 싶은 사람이에요. 움직임을 통해 삶을 보고, 삶에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게 저를 가장 설명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네요.(웃음)
여기는 어디입니까?
요즘 사람들이 많이 힘들다 보니까 치유라는 말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무용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경험한 바로는, 몸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움직임으로부터 저절로 치유가 일어나더라고요. 이 공간은 제가 생각하는 움직임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수업의 형태로 사람들과 나누는 곳이에요.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움직임과 몸이 화두인 만큼 여러 각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즉, 움직임을 연구하고 움직임의 가능성을 계속 끌어낼 수 있는 놀이터죠.(웃음)
여기에서 춤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제가 공부하는 방법론인 ‘휄든크라이스(Feldenkrais)’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상태여야만 그 안에 있는 작은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경직돼 있고 무언가를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가 앞섰을 때는 불가능하죠. 그 차이를 구별해 내기 위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알아보고 여유 있게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이곳은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없고, 누군가 한계를 설정하는 곳도 아닌, 계속 움직임의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요.
지금 하고 계시는 ‘Project365’는 어떤 작업인가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단순해요. 최근에 새 휴대폰으로 바꾸게 됐는데, 이 기계에 적응하기 위해선 그걸로 하고 싶은 게 생겨야 하니까, 일단 영상을 찍어보기로 한 거죠. 그래서 휴대폰으로 춤추는 영상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한번 올려봤어요. 그렇게 Project365의 첫 게시물이 올라갔는데, 와! 재미있었어요.(웃음) 그렇게 매일 일기 쓰듯이 춤을 추고, 이를 올리게 된 거죠. 그런데 올리기 시작한 이후, 몇 주 동안은 무대에 선 듯한 느낌이 들어서 미묘했어요. 결국 이렇게 계산이 들어가게 되면 지속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일기 쓰듯이 올리기로 했어요.(웃음) 하루에 한 번 올리는 것 외에는 규칙이 따로 없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공간에 있어도 이야기가 만들어질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감각들은 매일 끊임없이 축적되고 있는 거죠, 조금씩 매일.(웃음)
- 취재 · 정리 김연임_웹진 [춤:in] 편집장
- 아티스트 소개
- 안무가 국은미는 이화여대, NYU Tisch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부터 국내 활동을 시작하며 움직임에 천착하는 안무가의 한 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은 소매틱(신체의 자각 능력을 향상시켜 몸과 마음의 유기적 연결을 돕는 기법)적 접근법을 통해, 무용수의 자발성과 표현력을 극대화 해 그것을 공연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