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SOUL OF SEOUL

8월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와 드뷔시의 <바다>바다 음악으로 떠나는 음악 피서
여름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하려면 시원한 바다만큼 좋은 곳이 없으니 말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바다란 곧 모성애”라고 말한 것처럼 바다는 모든 생명의 원천이기에 인간은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감수성이 풍부한 음악가들도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템페스트>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본 윌리엄스의 <바다>교향곡, 드뷔시의 관현악곡 <바다>는 모두 바다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담아낸 클래식 명곡들이다.

지혜로운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바다 모험담

바다를 담은 음악 중 일반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작품으로는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있다.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명곡으로, 작곡가 자신의 풍부한 항해 경험이 반영됐다.
18살 때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사관후보생으로서 세계를 항해하며 바다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은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그 누구보다 바다에 대해 잘 알았다. 그가 <아라비안나이트>를 바탕으로 한 교향악적 모음곡 <세헤라자데>를 작곡하면서 바다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1악장과 4악장에 넣은 것도 바다가 매우 친숙했기 때문이리라.
작품 제목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아어로 쓰인 설화집 <아라비안나이트>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포악한 술탄 샤리아르에게 1,001일 동안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기를 모면한 지혜로운여인이다. 아내에게서 한 번 배신당한 이후 ‘여자란 믿을 수 없고 부정한 존재’라 생각한 술탄은 어떤 여자든 결혼 다음날 죽였는데, 그때 한 대신의 영리한 딸 세헤라자데가 자청해 술탄과 결혼한 후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줘 목숨을 부지했다. 뿐만 아니라 세헤라자데는 마침내 왕의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세헤라자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전 4악장으로 구성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악 모음곡 <세헤라자데>에 담겼다. 그중 1악장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와 마지막 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종곡’이 바다와 관련돼 있어 전곡에 걸쳐 바다의 모티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술탄의 위협적인 음악으로 시작하는 1악장은 바이올린으로 표현된 세헤라자데의 주제에 이어 고요한 바다의 주제로 이어진다. 저음 현이 바다의 물결을 나타내듯 천천히 움직이는 사이 바이올린은 망망대해를 떠올리게 하는 장엄한 주제를 연주한다. 처음 바다의 주제는 고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웅장하게 변모하고 거대한 대양의 물결과 신드바드의 배가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묘사된다.

관련이미지

교향악적 바다 스케치

같은 바다를 묘사한 작품이라고 해도 영감의 원천에 따라 성격이 조금 달라진다. 드뷔시의 경우가 그렇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처럼 직접적으로 바다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를 통해 바다를 경험했고, 그림 같은 관현악곡 <바다>를 탄생시켰다.드뷔시는 이 곡을 ‘교향악적 스케치’라고 불렀다. 호쿠사이의 판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때때로 모네의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키기도 하기에 ‘교향시’보다 ‘교향악적 스케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이 곡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모습은 ‘바다 위의 새벽부터 정오까지’, ‘파도의 놀이’, ‘바람과 바다의 대화’라는 세 가지 스케치로 나타난다.
특히 제2곡 ‘파도의 놀이’는 파도치는 모습이 회화적인 이미지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어 귀를 사로잡는다. 하얀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잉글리시 호른이라는 목관악기의 선율로 표현되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파도는 스페인 춤곡풍의 경쾌한 리듬으로 드러난다. 마치 가까이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세세한 에너지 현상을 나타내는 것 같아 더욱 생생하다. 제3곡 ‘바람과 바다의 대화’ 역시 바다의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담은 명곡이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저음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 여러 목관악기들의 불안한 화음이 폭풍우의 시작을 알리면서 바람과 바다의 대화가 펼쳐진다. 거친 바람과 파도가 싸우는 듯한 폭풍우 장면도 있다.
이처럼 바다를 생생하게 담아낸 클래식 명곡들이 많다. 올여름 직접 바다에 가지 못한다면 바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감 넘치는 음악을 들으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글 최은규 서울대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부천필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그림 다나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