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SOUL OF SEOUL

8월호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이야기 <내 사랑> 그림 그리는 일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때로 ‘정식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주는 경이로움이 있다. 그들이 작품을 생산해내는 원천은 무엇일까. 어떤 과정, 어떤 경로를 통해서일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창작자 자신들조차도 깨닫지 못하지만, 제도권 교육의 틀에서 벗어난 그들이 표현하는 순수함의 힘은 강렬하다. 미국의 화가 안나 매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1961)는 10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지만, 70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 ‘미국의 국민화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림을 시작한 건, 손에 힘이 없어 자수를 놓지 못하면서였다.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친구와 이웃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주는 소박함이 작품의 강점이 되었다. 캐나다의 화가 모드 루이스(1903~1970) 역시 모지스와 상당부분 공통점이 있는 작가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

그림으로 일상과 인생을 행복하게

캐나다를 대표하는 화가인 모드는 자신이 살았던 캐나다 남동쪽의 노바스코샤라는 작은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의 동식물을 화폭에 담아내 각광받았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데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도 없던 그녀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기교를 부리지 않은 순수한 그림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작품 가치, 잠재력, 예술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녀 자신은 몰랐다. 집 앞에서 5달러에 팔았던 그림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까지 의뢰를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고, 현재는 작품당 6,000~2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내 사랑>은 모드(샐리 호킨스 분)가 화가로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까지, 그녀의 삶과 남편 에버렛 루이스(에단 호크 분)와의 평생의 사랑을 조용히 조망하는 영화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몸이 뒤틀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그녀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했다. 이후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숙모와 살게 된다. 재즈 뮤지션인 남동생이 부모님이 물려준 집을 탕진한 데다, 몸이 불편한 그녀를 곱지 않게 보는 숙모에게서 벗어나려던 그녀는 생선장수 에버렛이 집안일을 봐줄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그를 찾아간다. 고아원 출신의 그는 사람들과 교류 없이 소외된 채 고철을 줍거나 생선을 팔아 생활하는 남자였다. 가사도우미로 들어왔지만 살림에 능숙하지 않은 여자와, 도통 여자를 대할 줄 모르는 남자가 한 집에서 살게 되고 별스럽지 않게 결혼까지 이른다. 처음 에버렛의 무관심과 무시에도 모드는 특유의 쾌활함을 잃지 않으며, 삭막했던 집안에 활기를 더한다. 그리고 우중충했던 집 벽과 창문, 심지어 쓰레받기에까지 마당의 닭과 고양이, 개, 꽃을 그린 그림을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모드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녀가 작업에 몰두하게 되자, 에버렛은 모드를 대신해 가사를 하며 그녀의 곁을 지킨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

붓 한 자루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

모드는 나이브 아트(Naive Art)의 선구자로 통한다. 나이브 아트란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가 특정 유파나 사조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충동적이고 본능적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붓 한 자루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는 그녀는 단순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그림에 표현했다. 그녀의 그림에는 그림자가 없거나, 초록의 나무와 단풍이 한 그림 안에 공존하거나, 다리가 3개인 소가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특히 물감을 섞지 않은 채색이 선명하고 밝은 느낌을 더해준다. 눈앞의 풍경은 적막하고 고립된 현실의 어촌마을이지만, 그녀가 해석한 풍경은 밝고 쾌활하고 천진했다. 영화에는 모드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 그림을 처음 알아보고 후원자가 된 뉴요커 산드라(캐리 매쳇 분)가 오랜 후에 그녀를 향해 “아직도 그 창작열의 원천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묻는 장면이 등장한다. 모드는 “그건 아무도 못 가르치는 것”이라며 “기억에 있는 장면을 그리고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평생을 남편 에버렛과 지내며, 몸이 아파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떠나본 적 없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집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세상, 그 프레임을 통해 본 풍경을 바탕으로 그 속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다.
자신이 표현한 밝은 화풍의 그림과 달리, 모드는 지병이었던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평생을 어두운 고통 속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형이 심해져 등이 굽고, 손과 팔이 비틀렸으며, 통증도 점점 심해져갔다. 자연스레 붓을 쥐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집안의 난로 연기와 크레이븐 담배로 인해 폐기종까지 겹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내 사랑>에서 인물들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모드가 에버렛과 함께한 작은 집이다. 집 자체에 모드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이후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던 탓에 모드의 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보인다. 모드가 먼저 유명을 달리한 지 9년 후 에버렛 역시 사망했는데, 이후 사람들이 그림이 그려진 지붕널, 덧문을 떼어가면서 집의 상태가 위험에 처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드 루이스 페인티드 하우스 학회’를 만들어 집의 보존에 나섰고, 1984년 노바스코샤 정부가 집을 구매해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양도했다. 현재는 집터에 기념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모드의 집은 미술관에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글 이화정_ 씨네21 기자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