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SOUL OF SEOUL

8월호

휴가지에 어울리는 음악 여행을 떠나면 악상이 떠오른다
여름은 일상을 탈출하는 여행의 계절이자 휴가의 계절이다. 그런 만큼 여름에는 평소에 듣던 것과는 다른 음악을 들으며 휴가지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클래식 명곡 가운데서 특히 휴가지에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작곡가가 휴가지에서 작곡했거나 여행 중에 작곡한 곡이라면 제격일 것이다.

최은규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러시아 작곡가의 이탈리아 예찬

추운 날씨에 익숙하던 러시아 음악가가 따스한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카프리치오>를 들어보면 그 들뜬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찬란한 날씨와 수려한 풍광, 풍부한 유적지를 갖추고 있는 이탈리아는 수많은 음악가들의 영감을 자극해 이탈리아에 관한 작품을 탄생시켰는데,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카프리치오>는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1880년, 40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차이콥스키는 이 아름다운 나라에 홀딱 빠져버렸다. 그는 당시 로마에 머물면서 거리에서 들은 친근한 이탈리아 민요 선율과 활기찬 리듬을 다채롭게 엮어냈다. 특히 곡의 도입부를 여는 트럼펫의 인상적인 팡파르는 실제로 차이콥스키가 로마의 호텔에 머무를 당시에 근처 연병장에서 매일 아침마다 들려오던 기상나팔 소리였다고 하니, 이 곡은 이탈리아의 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일종의 메들리 같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곡은 당시 청중에게도 무척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탈리아 카프리치오>가 모스크바에서 초연됐을 당시 신문의 리뷰 기사에는 “이탈리아 특유의 감미로운 노래가 특히 돋보인다”는 호평이 실렸다. 차이콥스키는 로마를 방문한 지 10년 후인 1890년에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여행한 뒤 이탈리아를 주제로 한 두 번째 곡을 작곡했다. 그 곡이 바로 현악 6중주곡 <피렌체의 추억>이다. <이탈리아 카프리치오>가 이탈리아 거리 구석구석의 소리를 구체적으로 담아낸 곡이라면, <피렌체의 추억>은 러시아 민속음악의 느낌이 더 많이 나는 작품이다. 아마도 차이콥스키는 <피렌체의 추억>에서 여행 중에 느끼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독일 작곡가의 스코틀랜드 여행 스케치

여행 애호가였던 독일의 작곡가 멘델스존도 이탈리아를 좋아했다. 그가 이탈리아를 여행한 후 작곡한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는 도입부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찬란한 햇빛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실제로 멘델스존의 여행 과정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 작품은 그가 스코틀랜드를 여행한 후 작곡한 <핑갈의 동굴> 서곡이 아닌가 싶다.
1829년 여름, 친구 카를 클링게만과 함께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20세의 멘델스존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연안의 헤브리디스 제도를 찾았다. 사실 그 여행의 목적은 영국에서 연주회를 지휘하는 것이었다. 멘델스존은 스코틀랜드 방문에 앞서 영국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영국에서 무사히 일을 마친 멘델스존은 일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코틀랜드의 헤브리디스 제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의 눈앞에 내부가 마치 오르간처럼 생긴 핑갈의 동굴이 나타났고 그는 그 장엄한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멘델스존은 멋진 악상을 떠올렸고 이는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완성되었다. 때때로 이 곡은 핑갈의 동굴이 속해 있는 헤브리디스 제도의 이름을 따서 <헤브리디스> 서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핑갈의 동굴> 서곡은 도입부의 신비로운 멜로디에서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그 음악을 들으면 헤브리디스 제도가 면해 있는 바다의 출렁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기에, 일찍이 작곡가 바그너는 이 곡을 듣고 나서 멘델스존을 ‘1급 풍경화가’라 부르기도 했다.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여행은 그의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와 같은 대작도 탄생시켰다. 멘델스존은 스코틀랜드 여행 도중 메리 여왕이 살던 궁전에서 무척 강한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1829년 7월 30일자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그곳의 회전식 계단을 오르면 작은 방이 있는데, 그들은 이 계단을 올라가 그 방에서 리치오를 발견하고 그를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 3개쯤 지난 어두운 모퉁이에서 그를 죽였지요. 그 옆에 있는 예배당은 지금도 지붕이 없고 풀과 담쟁이가 무성하지만, 그 부서진 제단 앞에서 메리 여왕은 스코틀랜드의 여왕으로 즉위할 수 있었습니다. (중략) 나는 오늘 그곳에서 스코틀랜드 교향곡의 도입부를 생각해냈습니다.”
멘델스존은 폐허가 된 궁전을 보며 질투가 심한 남편 헨리 스튜어트가 메리 여왕과 신하 리치오와의 사이를 의심해 리치오를 죽인 사건을 회상했다. 그리고 이는 음악 사상 가장 신비롭고 독특한 <스코틀랜드 교향곡>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글 최은규_ 서울대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부천필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