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브레인워시: Life is Beautiful> 현대미술의 두 파격
자신을 재료로 실험을 거듭하는 아티스트
<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 6. 17~10. 2, 성곡미술관
나는 진심으로 몸을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기를 바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한 패션. 머리 한가운데 가르마를 기준으로 흑발과 백발이 나뉜다. 겉모습만 봐서는 ‘괴짜 할머니’가 따로 없다. 머리 색깔이 다른 이유를 묻자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말이 돌아온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은 반드시 대문자로만 표기할 것을 요구한다. 주고받는 이메일은 본문 전체가 대문자(!)다. 그의 이름은 오를랑(ORLAN).
한국 개인전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파리 아틀리에에서
만난 오를랑 작가는 두 시간에 걸쳐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 후 “나를 예술가로 보든 괴물로 보든 그건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예술가는 왜 자신이 스스로 ‘괴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오를랑의 작품 세계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온몸으로’ 거부해왔다.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생인 작가는 10대 후반부터 자신의 나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1977년 ‘예술가의 키스’라는 거리 퍼포먼스에서는 5프랑을 받고 관람객과 키스를 나누는 행위를 펼쳤다. 또 성모 마리아에서 창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스트립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1993년, 오를랑은 그 유명한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단박에 집중시켰다. 외과수술을 예술의 도구로,
수술실을 작업실로 삼은 퍼포먼스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성형수술을 받는 장면을 위성으로 생중계했다. 이후 아홉 번에 걸친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감내하며 절개되고 변형돼가는 몸을 창작을
위한 실험 재료로 삼았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양쪽 눈썹 위 불룩 튀어나온 반달 모양의 보형 물질도 이때 넣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 의학, 생명공학, 디지털 합성, 증강현실 등을 작업에 도입하며 예술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다. 전처럼 수술대에 누워 칼을 대는 건 아니지만, 첨단 기술이라는 새로운 칼을 이용해 자신의
온몸을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압력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하고 있다.
이번 한국 개인전은 1966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0년간 오를랑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렸다. 정치, 사회, 종교에 의해 억눌려온 인간의 다양한 정체성을 끄집어내고, 그 정체성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세계, 나아가 나와 남을 구분하는
낡고 관습적인 경계들이 사라진 새로운 카오스(Chaos)적 생태계를 꿈꾸는 오를랑의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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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시식하는 오를랑>
시바크롬 프린트
165×110cm
1991
Courtesy the Artist.
2
<베이징
오페라 가면 #10>
파인아트 타리타지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흰 나무 프레임, 플렉시
글라스, 증강현실
120×120cm
2014
Courtesy the Artist
and Sejul Gallery.
미술관에서 만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미스터 브레인워시: Life is Beautiful>, 6. 21~9. 25,
아라모던아트뮤지엄
이런 것도 예술이 될까. 아무렇게나 그어댄 것 같은 길거리 낙서. 그런데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LA 카운티 미술관,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바로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 본명 Thierry Guetta)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년기를 보낸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영국 출신 스트리트 아트의 거장 뱅크시(Banksy)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페인트, 붓, 스프레이로 무장한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빌리 홀리데이부터 존 레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이콘을 자신만의 표현 방법으로 이미지화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대규모 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서울 인사동에 새롭게 문을 연 현대미술 전용 뮤지엄 아라모던아트에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LA, 뉴욕, 마이애미, 런던 등지에서 선보여온 그의 대표작을 포함, 미공개 작품과
국내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작업한 신작까지 총 3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스트리트 아트라는 장르를 미술관 공간에서 구현하기위해 파격적인 기획과 디스플레이가 시도됐다. 대형 조형물과
그래피티, 미디어 아트가 어우러져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유기성을 갖도록 했다. 전시실 옆 영상관에서는 작가를 세상에 알린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하이라이트 필름이 상영된다. 영화와 함께 미스터 브레인워시가 그동안 어떠한 작품 활
동을 했는지 그 여정을 보여주는 메이킹 영상과 그가 만든 미디어아트 영상도 상영된다. 구제 옷 가게를 운영하던 평범한 미스터 브레인워시가 전문적인 미술 교육 없이 유명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된 과정을 볼 수 있다.
미스터 브레인워시가 한국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마세요. 그게 바로 인생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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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아미
- 헤럴드경제 기자
- 사진 제공 성곡미술관, 아라모던아트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