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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7월호

연극 <햄릿>과 <리어 누아르> 고전을 즐기는 두 가지 방법
연극이 고전이라는 재료를 요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레시피에 충실하거나, 아니면 퓨전 요리를 만드는 것. 같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요리하는 연극 2편이 무대에 오른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베테랑 배우 9인의 호연을 한자리에서
<햄릿>, 7. 12~8. 7,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한국 연극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고(故)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극장과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연극 <햄릿>은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다. <햄릿>은 이해랑 선생이 1951년 연출가로서 국내 최초로 전막 공연을 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가 생전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 작품 또한 <햄릿>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햄릿>만큼 그를 기리는 데 적합한 것은 없으며, 원작에 충실한 것이 취지에도 맞다.
이 정도만 보면 <햄릿>은 익숙한 맛을 낼 것만 같은 요리로만 보인다. 그럼에도 기대가 되는 것은 요리사 때문이다. 우선 초특급 출연진이 참여했다.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한명구 등 현재 대한민국 연극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배우 9명이 출연한다.
평균 나이 66세의 거장들은 27회 공연을 단일 캐스팅으로 출연하며 무대를 책임진다. 그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인물이 출연해야 마땅한 연극 <햄릿>을 소화하기 위해, 성별을 초월하고 단역, 앙상블의 병행도 마다하지 않는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말을 몸소 증명해내는 것이다.
관객은 거장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객석의 위치가 무대 위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관객과 배우가 더욱 가깝게 호흡하며 생생한 에너지를 느끼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려는 연출의 의도가 깃들어 있다. 연기 거장들이 내뱉는 숨소리, 열정적인 목소리, 움직이는 얼굴 근육까지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연극을 풍성하게 해줄 스태프들이 배우 못지않게 화려하다. 대본 배삼식, 연출 손진책,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프로듀서 박명성, 안무 안은미, 음악 정재일 등 분야별 최고의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했다. 이 정도면 요즘 표현으로 ‘어벤저스’급이다. 한국 공연 역사상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사건이다. 가격 3만~7만 원.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2 배우들의 앙상블이 기대되는 연극 <햄릿>. 연습실에는 진중한 에너지와 여유가 공존한다.
3, 4, 5 <리어 누아르>는 원작 <리어왕>을 해체 및 재구성하고 누아르적인 어법을 가미해 ‘폭력’에 대해 고찰한다.

‘누아르’의 비정함과 스타일을 입은 리어왕
<리어 누아르>, 7. 14~23, 대학로 아트홀마리카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누아르(noir)’와 접목한 작품이다. 요리로 따지면 퓨전 스타일인 셈이다. ‘누아르’란 어둡다?검다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로 폭력과 범죄, 도덕적 모호함, 성적 욕망에 대해 다룬 장르를 지칭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고대 브리튼 왕국의 리어 왕이 노쇠하자 세 딸에게 효심 대결을 벌이게 해 왕국을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효심이 가장 깊은 막내딸 코딜리아가 아무 재산도 배분받지 못한다. 이후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두 딸에게서 배신을 당한 리어 왕이 광야를 헤매다가 막내딸의 주검 앞에서 실수를 뉘우친다.
<리어 누아르>는 큰 틀에서 원작의 스토리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원작이 모든 것을 잃고 끔찍한 파국을 맞는 노년의 왕을 통해서 진실의 가치를 조명하고, 나아가 인간 정체성에 대해 냉혹하게 성찰한 작품이라면, <리어 누아르>는 원작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현시대의 근원적 문제인 ‘폭력’에 대해 고찰한다. 등장인물은 모두 도덕적 모호함, 선과 악의 뒤엉킴, 성적 욕망에 충실하게 지배받는 인물로 묘사되며, 트라우마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로 해석되어 재창조되었다.
공연 형식과 스타일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필름을 통해 접하던 ‘누아르’의 느낌을 무대에서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절제된 블로킹으로 영화의 클로즈업과 같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농밀한 욕망을 극대화해 표현한다. 또 비틀린 시공간의 무대, 감각적인 영상이 시너지를 일으킨다.
연극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 작품이다. 노출은 없지만 범죄물의 특성상 살인 장면이 많이 나오고, 인물들의 도덕적 모호함과 성적 동기 등을 강조하다 보니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비윤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탓이다. 가격 1만 원.문화+서울

글 유연석
CBS노컷뉴스 문화연예팀 기자
사진 제공 신시컴퍼니, 극단 경험과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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