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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연극 <갈매기>와 <레드> 배우의 힘 확인하게 될 연극 두 편
연극은 흔히 ‘배우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요즘에는 연극이 주는 감동과 재미에 시청각 이미지 등 다른 많은 요소가 개입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연극에서 배우의 표현력은 핵이다. 6월에는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기대되는 연극 두 편이 나란히 공공극장 무대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시대의 흐름 속에 신·구 세대가 예술의 형식을 놓고 대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흥미롭다.

이혜영 배우의 아르까지나 역 볼만할 듯
<갈매기>, 6. 4~29, 명동예술극장

안톤 체호프의 장막 희곡 <갈매기>는 세계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신작 연극이 만들어지는 고전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간만 해도 김소희·전인철·박근형·윤광진·오경택·김석만을 비롯한 여러 연출자가 이 작품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형식을 살려 무대화했다. <챠이카>(연출 전훈), <가모메>(연출 타다 준노스케) 역시 <갈매기>의 다른 이름이다.
이번 신작 <갈매기>는 국립극단 초청에 의해 2014년 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2세>를 선보인 루마니아 출신의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가 무대화했다. <리차드 2세>는 정쟁(政爭)을 다룬 작품임에도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는 연극이었다.
<갈매기>의 캐스팅에서 눈에 확 띄는 배우는 아르까지나 역의 이혜영이다. 그는 2012년 봄, 이번처럼 명동예술극장 무대 위에 올린 입센의 <헤다 가블러>에서 타이틀 역을 맡았었다. 얼음과 같은 차가움과 용암이 흐르면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공존하는 듯한 그의 헤다 역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으며 이혜영 배우는 그 역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가 이번에는 어떤 표정과 몸짓으로 아르까지나의 도도함이나 뜨리고린 또는 배우로서 인기를 누린 옛 시절에 대한 강한 집착을 표현할지 궁금하다. 특히 아르까지나가 마샤를 앞에 세워둔 채 의사 도른에게 “선생님,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젊어 보이죠?”라고 질문할 때, 또 니나에게 흔들리는 뜨리고린에게 매달리며 결국 마음을 돌려내고야 마는 장면, 그에 앞서 뜨레블레프의 실험적 연극을 철없는 아들의 치기로 무시해버리는 모습 등에서 이혜영의 멋진 연기가 기대된다.
체호프의 작품은 대체로 등장인물 중 주역과 조역의 경계가 흐릿한 편이다. <갈매기>의 경우 뜨레플레프, 아르까지나, 니나, 뜨리고린 등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마샤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도 저마다 아픔을 드러내는 등 극 중 비중이 결코 낮지 않다. 그만큼 이혜영 배우는 물론 중진인 오영수 배우에서부터 신진 김기수, 강주희 배우에 이르기까지 전 출연진의 연기 조화는 필수적이다. 유럽 연극계의 기린아 중 한 사람인 펠릭스 알렉사 연출은 이번에는 물과 종이를 활용해 시적인 이미지를 창조하는 등 섬세한 미장센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이혜영 배우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기대되는 연극 <갈매기>.

강신일·한명구 두 배우의 역할에 기대감
<레드>, 6. 5~7. 10,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레드(Red)>는 2인극이다. 그만큼 작품의 성패가 출연진의 연기력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성격의 연극이라고 볼 수 있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은 실존인물인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다. 그의 상대역은 가공인물인 젊은 조수 켄. 작가는 실제 로스코가 했던 이야기들을 켄과의 대화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
때는 1958년. 로스코는 거액을 받고 뉴욕 맨해튼의 시그램 빌딩에 들어설 최고급의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그려주기로 한다. 켄은 로스코가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과 그의 예술 이론을 거론하며 예술가로서 로스코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로스코는 켄의 자극으로 잃어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열정과 믿음을 되찾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라는 로스코의 대사처럼 새로운 조류가 기존의 흐름을 밀어내는 예술사조의 변화, 또 그 와중에 큰 혼란을 겪는 예술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살해해야 하는 거야.”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던 로스코는 당돌하게 자신을 몰아세우는 켄에 의해 이제 자신이 ‘살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자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구세대를 대표하는 로스코와 신세대를 대변하는 켄 사이의 대사 구성이 탄탄하다. 여기에 출연 배우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결합하면서 <레드>는 레퍼토리 작품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2011년 국내 초연 이래 올해로 4번째 시즌을 맞는 <레드>는 초연과 2013년 재연 때의 로스코 역 강신일 배우와 지난해 로스코 역을 맡았던 한명구 배우가 더블캐스팅됐다. 극단 차이무 출신으로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강신일 배우나 2011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로서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 역으로 내공을 쌓은 한명구 배우 모두 연기 신뢰도가 매우 높은 연극인들이다. 켄 역은 지난해 같은 역할로 열연했던 신예 박정복 배우,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 첫 도전하는 카이가 번갈아 하게 된다.
로스코와 켄이 격렬하게 벌이는 논쟁 속에 철학, 예술, 종교, 미술, 음악 등 인문학 이야기가 그득하며 그 논쟁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대 위에서 로스코와 켄이 캔버스를 짜고, 물감을 섞고, 땀을 흘리며 거대한 캔버스에 직접 밑칠을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여간 흥미롭지 않다.문화+서울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3 한명구 배우의 로스코와 강신일 배우의 로스코를 비교하는 것도 연극 <레드>의 관람포인트가 될 듯.

글 강일중
공연 칼럼니스트. 연합뉴스에서 뉴욕특파원, 공연전문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뉴욕 문화가 산책> <공연예술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등의 저서가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단,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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