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의 초입, 새로운 색깔과 음악을 입다
공연이나 강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러 가기에는 생소한 지역 창동. 지하철 1·4호선 창동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다양한 색깔의 컨테이너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컨테이너들이 바로 ‘플랫폼창동61’. 실제 해상 운송에 쓰이던 컨테이너를 옮겨
재활용한 공간으로, 이름에 붙은 ‘61’은 전체 공간의 규모가 컨테이너 61개를 모은 것과 맞먹는다는 의미다.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이곳이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창동에 터를 잡게 된 데엔 정책적인 이유가 있다.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창동에 2만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아레나)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창동에 대형 공연장을 짓는다고 했을 때 우려가 적지 않았다. 또한 2만 명 정도의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음악가가 국내에서는 아이돌을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이곳의 공연이 케이팝(K-POP) 중심으로 편중될 것임이 예상됐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곳에서 가능하도록 음악적 기반을
먼저 다져야 하는 상황. ‘플랫폼창동61’은 아레나의 마중물 격으로 음악을 중심에 안고 강북 지역에 터를 잡았다. 여기에 더욱 풍부한 문화 경험이 가능하기 위해 포토, 패션, 푸드 등 세 가지 분야가 결합됐다. 분야별로 디렉터가 있는데 음악은 기타리스트 신대철, 푸드는 최현석 셰프, 패션은 모델 한혜진, 사진은 조세현
작가가 디렉터로 있다. 이 디렉터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한 ‘서울시 플랫폼창동61 기획운영위원회’의 추천으로 선정됐다.
공연 관람, 쿠킹 클래스, 사진 전시, 패션 클래스가 한곳에
‘플랫폼창동61’은 음악이 중심이 되는 곳이기에 전체 공간에서
음악과 관련된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대표적인 곳이 입구에 들어섰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공연장 ‘레드박스’. 복층으로 이루어진 음악 전문 공연장으로 150명(좌석)에서 최대
400명(스탠딩)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최고의 공연과 관람을 위해 음향 및 제반 시설에 큰 공을 들인 곳으로 1, 2층 관람석
사이에는 14개의 스피커를 빙 둘러 달아 뮤지션과 관객에게 최상의 음질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관람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큰 장점. 이곳에서 공연한 한 뮤지션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 관객의 반응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어 공연 만족도가 높다고 평했다.
‘레드박스’ 외에도 뮤지션을 위해 마련된 합주실 ‘리허설 스튜디오’와 녹음 시설을 갖춘 ‘레코딩 스튜디오’가 있다. 이 공간들은 신대철 디렉터와 잠비나이, 이한철, 아시안체어샷 등 입주
뮤지션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데, 추후에는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소액의 대관료를 받고 운영할 예정이다.
공간의 중심에는 문화, 그리고 사람이
음악 이외에 푸드, 패션, 포토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2층 레드박스 왼편의 패션 스튜디오에서는 톱 모델, 스타일리스트가 스타일링, 식단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강연이, 근처에 마련된 포토 스튜디오에서는 사진 수업이, 푸드 스튜디오에서는 쿠킹 클래스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톱 모델 한혜진, 정창욱 셰프, 오중석 사진작가 등 유명인의 일일 강연이 2만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으로 열린 바 있다. 다양한 강연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패션 숍, 카페 등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공연이나 강연 전후, 또는 행사가 없는 날에도 이곳의 공간을 즐길 수 있다.
2층의 사진 전시 공간인 ‘갤러리 510’에서는 현재 포토 분야
디렉터인 조세현 작가의 대표작 <천사들의 편지> 시리즈가 전시되고 있다(~6. 19). 이 전시 후에는 현재 진행 중(~6. 6)인 시민
공모전 <우리네 얼굴>에서 선정된 시민의 사진작품도 전시될 예정이다. 그 밖에 매주 수요일에 <수집콘(수요일, 집에 가는 길, 콘서트)> 콘서트가 무료로 열리고, 입주 뮤지션 MC메타의 콘서트
(6. 18), 패션 숍 매장 믹샵이 주최하는 바캉스 패션쇼(6. 25) 등
다양한 행사가 6월 달력을 야무지게 채우고 있다.
플랫폼창동61 콘텐츠사업팀 송아현 씨는 “플랫폼창동61은 장르음악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공연이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이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을지, 플랫폼창동61 공간에 접목할 수 있는 생생한 콘텐츠가 무엇이 있을지 등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플랫폼창동61이 추구하는 공간 활용 방향을 얘기했다.
‘플랫폼창동61’은 컨테이너를 콘셉트로 먼저 생긴 ‘커먼그라운드’와 ‘언더스탠드 에비뉴’보다는 작은 규모다. 하지만 두 곳이 쇼핑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등 상업적인 성격이 짙은 데 비해
‘플랫폼창동61’은 문화적인 경험과 커뮤니티 활동을 중심에 둔
공간이다. 그래서 공연 관람료와 각종 수업의 수강료는 2만 원
안팎이고 무료 행사도 자주 열린다. 주변 주거 지역에 비하면 아직까진 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 박스형 외관이지만 창동역을 찾는 이들 및 강북 지역의 주민과 이곳은 가장 먼저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
‘플랫폼창동61’의 다양한 행사 정보는 홈페이지(www.
platform61.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글 이아림, 하민희
- 사진 제공플랫폼창동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