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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서울시의 박물관·미술관 건립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우려 6년 만에 서울을 뮤지엄 도시로?
서울시가 2022년까지 서울시내 곳곳에 박물관과 미술관 총 13개를 건립한다는 계획이 수면으로 드러나며 문화예술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서울이 문화적으로 도약할 중요한 기회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각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6년 안에 서울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수 건립해 뮤지엄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은 획기적이다. 한국에서 전례가 없었던 대형 문화 프로젝트다. 앞으로의 관건은 그 기간 안에 충실한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뮤지엄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미술계의 한 평론가는 이런 촌평을 던졌다. 2년 전부터 박 시장의 의지에 따라 시에서 추진해온 이 뮤지엄 건립 사업이 문화예술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부터 점차 문화판에 실체가 알려졌고, 올해 상반기를 넘기면서 구체적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중이다. 2022년까지 서울 도심과 변두리 곳곳에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 미술관을 잇따라 짓고 각각 운영 체계를 세우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세부 안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공예박물관, 서서울미술관, 미술도서관, 백남준기념관, 로봇뮤지엄, 생활사박물관, 사진미술관 등 무려 13개나 되는 박물관, 미술관을 3000억여 원을 들여 시내 곳곳에 설립하는 프로젝트가 구상 단계를 넘어 실무 작업으로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서서울미술관, 백남준 기념관을 비롯해 네 개의 박물관·미술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서울시립미술관.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2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 서울공예박물관 건립은 관련 주체의 이견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개토론회 등 소통의 자리가 꾸준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개 미술관, 9개 박물관 건립 사업 일부 돌입

이 뮤지엄 사업은 지난해 6월 시 안에 박물관 진흥과가 신설되면서 처음 표면화됐다. 시 쪽은 박물관 진흥과를 중심으로 연말 13개의 뮤지엄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새 시설을 운영할 산하 기관들을 지정하는 등의 실무 작업을 벌여왔다. 앞서 박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재선된 2014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박물관 미술관의 대대적인 증설 계획에 대한 의향을 밝혀왔다. 박 시장은 애초 작은 생활미술관·박물관을 표방하는 수백여 개의 자투리 뮤지엄 구상을 측근, 직원들에게 쏟아냈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지난해 가을 박 시장의 문화계 측근인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장)가 사업 자문단장역을 맡으면서 13개 프로젝트로 추려냈다고 한다. 3월에는 전담 준비조직인 문화시설사업추진단 직제도 통과시켰다. 시 쪽은 올해 7월 중으로 추진단을 공식 출범하고 연말까지는 미술관·박물관 건립의 구체적인 기본안을 확정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올초 별개의 추진 조직인 세마(SEMA: 서울시립미술관의 약칭) 분관 조성팀을 이미 만들었고 전담 기획자도 영입한 상태다. 미술관이 관장하는 프로젝트는 일단 네 곳으로 정해졌다. 서울 금천구청 뒤켠의 녹지공원에 건립을 추진 중인 서서울미술관을 비롯해 평창동 옛 가스충전소 터에 들어설 미술도서관 등의 문화복합공간, 창동복합문화지구에 건립되는 사진미술관, 창신동 골목의 백남준기념관이 그것이다. 백남준기념관의 경우 생가 터에 있던 기존 한옥의 리모델링이 거의 끝난 상태인데, 7월 개관할 예정이다.
신설될 박물관은 미술관보다 훨씬 많은 9개소에 달한다. 시쪽은 이들 가운데 서울 북촌인 안국동 풍문여고 건물에 들어설 공예박물관 사업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공예 장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규모 시설로 만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뮤지엄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인 1300억여원을 투입해 시 직영 박물관으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북부지원터에 들어설 생활사박물관과 돈의문 터의 도시재생박물관, 동대문 한양도성박물관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운영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창덕궁 돈화문로의 민요박물관과 백제 사적인 풍납토성 발굴 현장의 야외박물관, 성북동의 조선시대 생활사거리 박물관,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용 에듀테인먼트 전시장을 내세운 창동 로봇박물관은 운영 주체를 놓고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
미술계와 문화재계 등에서는 미국, 유럽 대도시에서 추진했던 뮤지엄 도시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시도하는 첫 사례인 만큼 이 사업의 결과가 다른 지자체의 문화 인프라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문화시설을 갖지 못했던 서울 변두리 곳곳까지 크고 작은 복합적인 박물관·미술관을 만들어 좀 더 균등한 문화 복지를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구상한 사업”이라는 게 김홍남 자문단장의 설명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충분한 의견 수렴이 뒷받침돼야

그러나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뮤지엄 프로젝트의 앞날이 마냥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방대한 인프라와 인적인 기획 역량이 필수적인 만큼 프로젝트가 좀 더 장기적인 안목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선진국처럼 도시 곳곳에 뮤지엄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5~6년 만에 전시 인프라까지 완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말이다. 미술관, 박물관의 분야별 장인, 작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좀 더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00평을 넘는 방대한 면적에 투입 예산도 가장 많은 공예박물관의 경우 기존 풍문여고 교사(지하 1층, 지상 4층)를 그대로 리모델링해 쓰게 되는데, 시설의 용도와 정체성을 놓고 장인과 서울시, 전문가 사이에 이미 이견이 노출된 상태다. 김홍남 자문단장 등 박물관 설립을 추진해온 전문가들은 한국 공예사를 단계별로 보여주는 역사박물관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시 지정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작업할 공간과 작품 홍보 거점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창동의 사진미술관도 애초 서울시가 구상한 초상사진 전용관으로 갈지, 한국 사진사 중심으로 전시 틀을 잡을지 등을 놓고 사진계에서 콘텐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단기간의 추진 실적에 치중하지 말고 조직의 성격과 운영 방향, 인력 확보 등에 대해 세심한 소통과 밑그림 작업이 필요하다고 문화계 인사들은 조언하고 있다.문화+서울

글 노형석
홍익대 대학원(미술사) 졸업. 한겨레 대중문화·출판 팀장과 문화에디터를 역임했으며 현재 미술·문화재 전담 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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