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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지속 가능한 무용 예술 실험 공간 ‘서울무용센터’ 켜켜이 쌓인 공간의 기억이 춤을 추다
2016년 4월 8일, 옛 서부도로교통사업소 자리에 있던 홍은예술창작센터가 국내외 무용예술가들의 통합 창작 플랫폼으로 리모델링돼 ‘서울무용센터’(서대문구 홍은동)로 새롭게 출발했다. 국내 유일의 무용 전문 창작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무용 공연, 전시, 워크숍 등 봄날 풍성하게 펼쳐진
서울무용센터 재개관 현장을 전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4월, 재개관 행사가 열리던 서울무용센터 입구. 설치된 비계는 위에서 바라보면 글자 ‘SHOW’를 이룬다.
2, 3 야외마당에서 진행된 한정미 댄스PRO젝트와 딕슨 앰비아이의 공연 <사자입 들여다보기>.
4 암막 커튼과 조명 장비, 객석을 설치해 소규모의 쇼케이스가 가능하도록 리모델링한 연습실 ‘스튜디오 블랙’.
5 지역 커뮤니티의 무용 워크숍에 활용 가능한 무용연습실3 공간.

다시, “SHOW”를 시작하다

공공기관이라는 무게와 무용이라는 예술이 주는 낯선 느낌 때문에 서울무용센터의 개관식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내가 가도 되는 곳인가?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서울무용센터 입구의 돌계단을 올라섰다. 처음 마주한 것은 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철제 구조물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보는 비계였다. 개관이라더니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걸까? 회색 실커튼으로 한 겹 더 가려져 있는 출입구로 들어서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부터 학생,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분들까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무용센터가 준비한 전시와 공연은 일반 관객들도 쉽게 보고 즐길 수 있게 극장, 관객, 무용수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무용수가 춤추는 곳이 극장이고, 예술가가 있는 곳이 예술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각 공간은 춤추는 무용수와 전시 작품들로 인해 활기에 차 있었다. 2층 방문객을 위해 준비된 다과를 먹으면서 입구를 내려다보다 알았다. 단순한 구조물인 줄 알았던 비계가 ‘SHOW’라는 글자였던 것이다. 아, 쇼!

‘무용은 움직임의 흐름일까, 아니면 움직임의 포즈, 형태의 연속일까? 몸의 형태가 계속 변화될 때 이것은 무용일까, 아니면 살아있는 조각일까?’
- 안무가 이선아의 작품 노트 중에서


2011년 5월 문을 연 홍은예술창작센터는 구 서부도로교통 사업소 이전 부지를 활용해 시각예술과 무용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활동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신선한 창작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문화재단은 무용 예술을 위한 전문 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 작년 6월 명칭을 변경하고, 무용 전용 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서울무용센터는 기존의 입주예술가 레지던시 기능을 변경하고, 무용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창작 공간을 보강했다. 새로운 지원 시스템에 맞춰 무용가들의 개인 연습실을 포함해 총 6개의 특색 있는 무용연습실로 개조했다. 1개의 무용연습실은 암막 커튼과 조명 장비, 접이식 객석을 설치해 작은 규모의 쇼케이스가 가능한 공간 스튜디오 블랙(Studio Black)으로 만들고, 동영상을 활용한 무용 공연 및 전시가 가능한 스튜디오 화이트 (Studio White)도 함께 만들었다. 2층에는 68평 규모로 세미나와 워크숍, 무용연습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도 마련했다. 새로 단장한 서울무용센터는 무용예술가를 위한 시설 외에도 별도의 지역 커뮤니티 룸을 무료로 운영한다. 이곳은 재봉틀 동아리, 독서 토론 등 지역 주민의 소통 공간으로 개방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6 2층 무용연습실2에는 옛 홍은예술창작센터 갤러리의 마룻바닥을 조립해 ‘기억과 흔적’의 의미를 담은 이원호 작가의 작품 <두 개의 상자, 두 개의 공간>이 설치돼 있다.
7 1층 스튜디오 블랙에서 진행된 안무가 이선아의 공연 .

시공간의 기억과 흔적 그리고 변화를 모색하는

개관 전시 는 2011년 홍은예술창작센터 입주 작가 이원호가 기획을 맡았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대부분은 서울무용센터(구 홍은예술창작센터)의 시각예술 분야 레지던시 작 가들이 작업한 것이다. 고블린파티와 함께 만든 금민정의 댄스 필름 <다이몬 에로스>, 박은영의 댄스필름 <짐노페디스>, 주정민 무용가와 박혜수의 협업 <꿈의 표류> 등 당시 입주 무용가들과 호흡을 맞춰 이루어낸 결과물들을 재개관에 맞춰 새롭게 구성했다. 움직임과 연계한 각각의 전시가 사진, 영상, 소리, 설치미술 등 다양한 표현 형식으로 무용 예술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원호 작가의 <두 개의 상자, 두 개의 공간>(2011)은 ‘기억과 흔적에 대한 기록’이라는 전시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홍은예술창작센터 갤러리에서 오려낸 마룻바닥을 조립한 것으로 최초 전시 후 전시장을 떠나 수많은 공간의 기억을 담고 원래의 장소로 다시 돌아왔다.
한편 이날 오프닝 행사에서는 국내외 무용가들이 참여한 춤 5편이 공개됐다. 이선아, 고블린파티, 한정미 댄스PRO젝트 점?선/면ㅁ& 딕슨 앰비아이(Dickson Mbi)의 무용 공연이 리모델링된 각 공간과 야외마당에서 이어졌다.
특히 고블린파티의 댄스는 개막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고블린파티의 고블린파티>가 2층 로비에서 시작되자 안무가들(임진호, 지경민, 이경구)은 그들의 주요 레퍼토리를 활용, 건물 곳곳을 완벽한 무대로 만들었다. 초대받은 관객은 이들을 따라 로비의 임시 객석에서 테라스 무대를 지켜보거나, 야외 정원에서 창문을 통해 연습실 안의 무용수를 엿보며 색다른 감상을 경험했다. 예술을 수행하고 즐기는 데에 정해진 법이 따로 없었다.
해 질 무렵 야외마당에는 사자탈이 등장했다. 뒤뚱거리는 걸음과 몸짓으로 신명 나는 탈춤이 한판 벌어지자 서울무용센터를 찾은 꼬마 손님들의 눈망울이 반짝였다. 한정미 댄스PRO젝트와 스트리트 댄서 출신 딕슨 앰비아이의 <헤드인 라이언스 마우스> 가 시작된 것이다. 딕슨 앰비아이의 유연한 춤과 한정미 댄스PRO젝트의 전통이 깊게 밴 무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딕슨 앰비아이는 2016년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된 첫 번째 해외 안무가. 이처럼 장르와 나라,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시도가 서울무용센터가 만들어갈 미래의 예술일 것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8 서울무용센터 전 공간을 이동하며 진행된 공연 <고블린파티의 고블린파티> 중 1층 무용연습실3에서의 장면.
9 야외마당에서 진행된 공연 <사자입 들여다보기>.
10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선희 대표이사는 서울무용센터가 ‘무용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용 전문 창작 플랫폼: 한 걸음 더 가까이, 한 발짝 더 멀리

새로 시작하는 무용 전문 창작 플랫폼은 예술가 및 작품 창작 분야와 여러 지원 사업을 통합 운영한다. 무용예술가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경력 단계별로 세분화했다. 10년 미만의 젊은 무용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유망예술지원사업 닻(DOT)’은 지원금, 공간, 기획 및 홍보 등 창작 활동 일체를 후원한다. 그 외에도 작품 지원과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 다년간 지원 등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서울무용센터의 국제레지던시 사업도 확대된다. 현재 6개로 늘어난 국제호스텔에는 2016년에 선정된 해외예술가 15팀이 입주할 예정이다. 앞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안무가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국내 예술가와 함께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교류하면서 한국 무대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서울무용센터는 앞으로 미국, 독일 및 일본 해외 기관과 아티스트를 교환한다. 지난 11월과 3월 두 차례의 공모를 통해 정해진 교환 예술가들이 미국 무브먼트 리서치와 독일 K3 탄츠플란 함부르크에서 꿈을 펼치게 된다. 올해 하반기에 또 한 번 교토아트센터에서 기회가 열린다.
한편 서울무용센터는 다양한 강좌 등을 열어 무용 관련 예술가들의 창작 의욕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기존의 시민 프로그램 도 더욱 새로워졌다. 시민 무용 워크숍이 ‘누구나 출 수 있는 춤’이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4월과 9월 두 차례 운영된다. 올해 첫 번째로 4월 16일(토)부터 부부가 함께하는 발레 프로그램 <부부 파드되>가 시작되었다.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날 행사에서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는 “서울무용센터는 작품 지원 등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연습, 쇼 케이스가 가능한 공간, 기획형 프로젝트 지원과 국제교류 등까지 간접 지원이 함께 어우러진 창작공간”이라며 “향후 더 많은 무용가와 협력하고 유망한 무용가를 육성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무용전문 종합센터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무용센터의 최재훈 매니저는 “서울무용센터에는 이렇다 할 공연장은 없지만, 무용예술가가 춤추는 곳이 바로 극장이며 무대라고 생각한다.” 며 무용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위해 어떤 공간이든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무용가와 시민의 예술 바람을 지원하는 서울무용센터의 멋진 행보를 기대해본다.문화+서울

글 변경랑
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
사진 제공 변경랑, 최영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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