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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자동화 시대,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람직한 공존법 인간의 감성과 AI의 분석이 만날 때, 노동의 종말 이겨낼 것
지난 3월,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의 대국은 대중으로 하여금 인공지능과의 공존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406개 직업군의 자동화 대체 확률의 순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현실을 가늠하게 했는데, 이 중 자동화 대체 가능성이 적은 직업으로 화가, 작곡가, 무용가 등 예술인이 상당수 포함된 것은 눈길을 끌었다.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 영역은 기술과 어떻게 공존하게 될까.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2 지능과 호기심을 가진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기술혁신에 의한 인간의 일자리 감소, ‘예견된’ 실업

“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 기술혁신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 쓴 <노동의 종말>의 한 대목이다. 기술적 실업에 대한 그의 통찰은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새삼스러운 공포로 다가온다. 인간계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소프트웨어 ‘알파고(AlphaGo)’와 벌인 사투를 목격한 인간들은, 인공지능·로봇·자율주행차 등 어느새 우리 앞에 닥친 신기술에 본질적인 공포를 느끼는 듯하다.
비관적 전망도 거세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채택하고, 2020년까지 불과 5년 동안 인공지능·로봇·생명과학 등의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7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계류가 대체할 비약적인 생산력 증대에 따라 510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다보스 포럼은 이 같은 산업·경제 환경의 변화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실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에 대한 연구는 지난 20여 년간 끊이지 않고 제기돼온 노동경제학의 화두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마이클 오스본과 칼 프레이 교수의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 저작을 통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직업군 702개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7%가 컴퓨터·자동화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미국의 IT 전문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사도 “2025년쯤이면 전체 직업의 1/3에 이르는 직업군을 로봇과 드론 등이 대체할 것이며, 재무 분석, 의료 진단, 각종 데이터 분석 등 지식 작업도 자동화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을 ‘기술적 실업’이라고 명명하고 예언한 경제학자도 있다. <화폐개혁론>의 저자인 경제학자 너드 케인스가 “우리는 지금 이름조차 생소한 새로운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자주 듣게 될 이 병의 이름은 바로 기술적 실업이다. 이 병은 인간이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보다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더 빠른 속도로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예언한 시기가 1930년이다.

예술적 감성과 소통 능력은 자동화로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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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였다.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에는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고무제품 조립원’ ‘청원경찰’ ‘조세행정사무원’ ‘물품이 동장비 조작원’ ‘경리사무원’ ‘환경미화원’ ‘세탁 관련 기계 조작원’ ‘택배원’ 순이었다. 뒤로도 ‘수금원’ ‘철근공’ ‘주차관리원’ 등이 30위권 안에 포진했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흔히 전문직으로 생각하는 지식산업 종사자들도 상당수 자동화의 영향권에 놓였다는 점이다. 보험사고 등의 손해를 산정하는 직업인 ‘손해사정인’은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 40위에 랭크됐다.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 의사’는 55위로 분석됐고, 항공·철도·해운 등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관제사’도 79위로 비교적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특정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능력에서 이미 인간을 추월한 지 오래다. 인간끼리 경쟁에서 이겨 ‘자격증’을 받는 수준의 지식산업은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은 뉴욕의 암진단 센터에서 폐암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으며, 이미 전공의 이상의 의료진단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화로 대체될 수 없는 직업들의 순위를 보면, 결국 ‘인간다움’에서 해답을 찾게 된다. 대체가능성이 가장 낮은 10개 직업은 ‘화가 및 조각가’ ‘사진사’ ‘작가’ ‘지휘자 및 작곡자’ ‘만화가’ ‘무용가’ ‘가수’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예원’ ‘예능강사’순이다.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들은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또 ‘대학교수’(21위), ‘출판물 기획자’(23위), ‘초등학교 교사’(26위), ‘임상심리사’(30위), ‘기자 및 논설위원’(38위) 등 인문·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거나, 높은 수준의 소통 능력이 필요한 직업들도 대체 가능성이 낮은 쪽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법

바둑에 앞서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체스는 어떻게 됐을까? 인간은 체스 종목 자체를 소멸시키는 대신, ‘프리스타일’이라는 새로운 게임 방식을 고안했다. 인간과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인간과 인간 등이 자유롭게 팀을 꾸려 서로 경쟁하는 게임 방식이다. 재밌는 것은 프리스타일 체스 게임에서 ‘인간+인공지능’ 팀이 가장 강력한 조합을 보인다는 점이다. 인간 특유의 ‘전략과 통찰력’이 인공지능의 ‘분석 능력’과 결합할 때 최고의 성과를 보인다는 뜻이다.
앞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제2의 기계시대>를 통해 “기계를 활용할 줄 아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 특유의 감성과 사회적 소통 능력이,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능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켄타우로스(반인반마의 괴물)’ 모델이야말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람직한 공존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이야기다.문화+서울

글 노현웅
한겨레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기획재정부, 국세청에 출입하며 나라 살림과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도표 및 그래프출처 한국고용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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