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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매거진 <악스트(Axt)>의 ‘듀나 인터뷰’를 둘러싼 소동 어설픈 시작, 난폭한 끝맺음
문학 매거진 <악스트(Axt)> 1?2월호에 실린 SF소설가 듀나의 인터뷰를 둘러싼 논란이 두 달여간 SNS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뜨거웠다. 작품을 언급하기보다는 익명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신상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 것이 논란의 시작이다. <악스트> 측의 공식 사과로 마무리되기까지 꽤 긴 시간 지속된 이 논란은 문학계에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관련 이미지1, 2 논란이 된, SF작가 듀나의 인터뷰가 실린 <악스트> 4호(사진1)와,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한 5호(사진2).

SF소설 독자와 순문학 잡지 사이의 갈등을 빚었던 소위 ‘<악스트(Axt)>의 듀나 인터뷰 사태’가 두 달여 만에 일단락됐다. <악스트> 편집부가 3?4월호(통권 5호)에서 공식 사과하고 문학 전문 인터넷 매체인 <뉴스페이퍼>의 3월 17일자 인터뷰 기사에서 다시 한번 사과와 함께 반론 없이 비판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악스트>를 상대로 한 일종의 ‘확인 사살’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해를 시작하며 문단의 한쪽을 달군 이 사태는 이후에도 곱씹어볼만한 여러 측면을 가진 문학장의 한 ‘사건’으로 보인다.
이미 이야기된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대결이라는 요소뿐 아니라 출판사와 잡지, 트위터와 웹진 등 전통 매체와 새로운 매체의 대결, 그리고 순문학 독자와는 사뭇 다른 듯 보이는 장르문학 독자의 적극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흔하지 않은 예이기 때문이다. ‘문학에는 오로지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만이 있을 뿐 그 외의 구분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이상일 뿐 현실에서는 대립은 아닐지라도 각 하위 문학에 다른 어법이 사용되고 있음도 이 사건은 보여준다.

순문학과 장르문학, 전통 매체와 새로운 매체의 대립

이번 사태는 <악스트>가 지난 1?2월호에서 SF소설계의 중견작가인 듀나를 ‘어설프게’ 인터뷰한 데서 시작됐다. 듀나는 익명으로 20년 이상 SF와 영화비평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을 독자로 두고 있는 <악스트>는 지난해 창간된 후 참신하고 독립적인 시각으로 문단의 화제를 주도해왔다.
인터뷰에서 순문학 소설가들이자 편집위원인 백가흠, 배수아, 정용준 등은 익명으로 활동해온 듀나의 신상에 대해 집요하고 무례하게 질문한 반면 장르문학 자체에 대해선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표피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듀나의 작품은 한 편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악스트> 1?2월호가 배포된 후 듀나의 팬을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대대적인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백가흠 소설가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성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그 와중에 1인 SF웹진인 <알트SF>가 백가흠 소설가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인터뷰 내용에 대한 긴 인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과도한 양의 인용이 저작권 침해’라며 법적 제재를 암시하는 메일을 <알트SF>에 보냈고 <알트SF>는 휴간을 선언하면서 반발했다. 인기 소설가 장강명 씨가 가세해 ‘<악스트>가 과도하게 비판받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한 매체에 발표했지만 <악스트>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비판의 양상은 단순히 ‘인터뷰가 무례했다’를 넘어서서 ‘상업적인 의도가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로까지 확대됐다. 은행나무 출판사가 1인 웹진인 <알트SF>에 메일을 보낸 것은 ‘비평의 영역에 공권력을 끌고 온 것’으로, ‘입장을 <악스트> 5호에서 밝히겠다’고 한 <악스트> 측의 말은 ‘<악스트> 5호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관련 이미지3 이번 논란이 가장 활발하게 오간 곳은 트위터였다. 종이매체와 신매체의 대립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소동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4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의 사과문이 게재된 인터넷매체 <뉴스페이퍼> 갈무리 화면.

문학계에 드물던 독자 중심의 논란, 토론 부재는 아쉬워

이 사태의 의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번역가인 노승영 씨는 트위터에 “<악스트>의 듀나 인터뷰는 장르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어떤 참사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료’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승영 씨는 듀나의 항의를 받고서 <악스트>가 인터뷰를 폐기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이메일을 추가 수록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낯선 장르와 낯선 작가를 대하는 비장르 작가의 반응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흥미로운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독자는 배제되고 문학인들만 논란을 벌인 신경숙 사태와는 달리 독자를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진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기존 (순문학) 문단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어두운 그림자도 던졌다. 창간 당시 “출판사가 기획에 참여하지 않고 내용적인 부분은 철저히 편집위원들에게 맡긴다”고 밝힌 대로, 실제 이 인터뷰 사태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던 은행나무 출판사, 그리고 인터뷰 사태와는 다른 사안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출판사의 타당한 지적까지 욕을 먹는 등 구별될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 무차별 공격이 이뤄진 것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SNS나 웹진 같은 기동성 있는 신생 매체는 ‘다음 호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느리고 안일한 대응을 한 종이 매체에 완승을 거두었고, SF 독자들은 <악스트>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 하지만 문화에서는 사과나 승리보다도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 토론이다. 너무 완벽하게 이겨 토론의 불씨까지 다 꺼뜨린 난폭한 마무리 아닌가, 하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문화+서울

글 권영미
뉴스1 기자.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다. 미국 뉴욕시립대, 미주리 주립대 저널리즘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2년부터 뉴스통신사 뉴스1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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