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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9월호

특수직 종사자를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 마음, 치유> 함께 모여 치유의 힘을 발견하다
성북예술창작센터 예술치유확산 시범사업 <예술, 마음, 치유>는 특수직군과 특정 집단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이다. 성북예술창작센터가 그동안 주로 어린이, 주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운영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성북예술창작센터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지난 8월에는 지하철 기관사들을 대상으로한 <음악으로 달리는 기차, 춤추는 마음>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좁고 어두운 기관실에서 홀로 근무하는 기관사들이 동료와 함께 소통하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예술치유 프로그램 이미지

시민의 삶과 예술치유의 접점을 찾다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지난해 세월호 침몰까지 우리 사회에 빈번한 사건·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나 ‘예술치유’ 등의 단어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늘 심리적 불안을 느끼고 사는 많은 시민에게 여전히 ‘예술’은 낯설고, ‘치유’는 꺼려진다. 예술치유란 무엇이며 누구에게 필요하고,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지 시민에게 알리고, 예술치유가 필요한 계층을 찾아가 시민의 삶과 예술치유의 접점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예술, 마음, 치유>의 취지다. 이번 프로그램이 예술치유 확산의 시초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결과 지하철 기관사, 콜센터 상담원, 어린이집 보육교사처럼 특수한 직업적 환경을 갖고 있거나 이혼 남녀, 독거 어르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한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대상이 다양한 만큼 여러 문화예술 장르를 통합 개발해 예술에 대한 낯섦과 생소함을 최소화하고 참여가 용이하도록 했다.
제일 처음 시작된 지하철 기관사 프로그램 <음악으로 달리는 기차, 춤추는 마음>은 성북예술창작센터 입주 음악치료사와 외부의 무용·동작 치료사가 협력해 개발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로 오전 안전교육 시간에 7개 승무사업소(개화산, 답십리, 수색, 신내, 어린이대공원 등)에서 열흘에 걸쳐 총 14번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예술치유 프로그램 이미지

예술치유 프로그램 일정 포스터

눈을 맞추고 몸을 부딪치며 웃는, 쉽고 즐거운 치유

첫 번째 수업은 이틀간 5호선 답십리 승무사업소(마장역)에서 열렸다. 오전 10시, 야간 근무를 마쳤거나 집에서 출근하는 기관사들이 교육장으로 모였다. 첫날에는 24명, 이튿날은 28명. 첫날 수업이 좋았다는 소문을 듣고 더 많이 참여했다. 치료사와 담당자들까지 40여 명이 좁은 방 안에 있자니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분 단위의 지하철 운행시간과 안전에 대한 압박감은 기관사들을 긴장 상태로 만든다. 음악감상과 호흡을 통해 심신 이완을 노린 음악치료는 첫날 무지막지한 에어컨 소음으로 어렵게 진행된 터라 둘째 날은 타악기 합주로 진행됐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기관사들의 얼굴은 웃음기 없이 경직되었다. 기계적으로 마냥 세게만 흔들며 합주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치료사의 지시에 맞춰 동시에 멈추는 순간, 정적과 함께 참여자들 사이에 묘한 웃음이 흐른다. 동료들과의 연대감을 청각적으로 체험하는 순간이다.
음악치료 분야에서 어색함을 조금 벗어던졌다면 이어지는 무용·동작 치료는 본격적으로 동료들과 몸을 부딪치며 신뢰감과 동료의식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프로그램 기획회의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 운전계획처 전성호 총괄부장은 직업적 특징을 설명했다. “기관사들은 매일 좁은 기관실에 홀로 있다보니 어깨, 목, 허리 등이 경직되기 쉽죠. 또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무뚝뚝하고 동료들과 만나 친밀한 관계를 쌓기가 힘듭니다.” 이를 고려해 무용·동작 치료는 노래에 맞춰 스트레칭하기, 걸어 다니며 눈인사와 하이파이브 하기, 짝지어 발 맞대고 평형을 이뤄 앉았다 일어나기 등 동료들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무용·동작으로 치료 내용이 구성됐다.
“어 이거 은근 재밌네~” 짝지어 상대방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미러링(거울)을 하면서 기관사들 의 얼굴이 점점 펴지고 동작도 점점 커진다. 처음에 감돌던 어색함과 냉랭함 대신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마지막 순서는 우리가 어릴 때 했던 전기놀이. 모두 둘러앉아 손을 잡았다. 제일 경력이 많은 선임 부장님은 “안전제일”을 외치며 그 마음을 담아 손으로 전기를 보냈다. 제일 나이 어린 기관사는 “술 한잔 사주세요”라며 마음을 담아 전기를 전달했다.
마무리 소감을 묻자 한 분이 적극적으로 말을 꺼냈다. 처음과는 매우 다른 반응이다. “처음엔 피곤 해서 움직이는 게 어색했는데 하다보니 표정이 밝아진 것 같아요. 이런 게 스트레스 해소라고 느껴지네요. 남자들끼리는 이런 거 못하잖아요.” 또 다른 분이 덧붙인다 “스트레스 푸는데 여행이나 산도 좋지만, 이런 간단한 신체활동으로도 잘 해결되는 것 같네요. 자주 와주세요”

예술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은 계속될 예정

기관사 프로그램은 8월 26일(수) 잠실 승무사업소를 끝으로 종료된다. 9월부터는 콜센터 상담원을 대상으로 미술치료와 드라마치료, 영화치유를 결합한 <콜미콜미 마음극장>, 보육교사들을 위한 MBTI 심리검사와 미술치료 결합 프로그램 <보육교사를 위한 아트 멘토>가 진행된다. 독거 어르신들이 직접 만드는 <어르신 동화구연, 옛날, 옛날에 오늘, 오늘이>와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들의 고민을 나누는 <몸짓 속에 담긴 색 이야기>도 진행될 예정이다. 성북예술창작센터는 향후에도 희망하는 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일상 속에 예술이 자리 잡고, 예술을 통해 누구나 자기 내부에 있는 치유의 힘을 발견하고 활용하게 되는 그날까지 성북예술창작센터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문화+서울

글 김수윤
서울문화재단 성북예술창작센터 대리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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