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다 같이,
2025 K-BOOK 페스티벌
도쿄에서 매년 열리는 K-BOOK 페스티벌은 이제 한국문학이 일본 독자와 만나는 자리 가운데서도 꽤 입체적인 현장으로 자리잡았다.책 냄새, 사람 냄새, 번역의 고뇌와 질문이 한데 섞이는, 말하자면 ‘한국문학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간과 시간이다. 이 축제는 단순히 “신간 나왔습니다”를 외치는 행사가 아니다.번역과 출판, 독서와 대화, 기록과 현재가 서로 어깨를 툭툭 치며 교류하는 ‘문화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다소 진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방식이 이것뿐이어야 할까?’라는 개인적인 의문이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방 안에서 서성이고 싶지는 않았다.
K-BOOK 페스티벌의 시작은 2019년이다.일본에서 한국문학 번역 출판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흩어져 소개되고 있었다. ‘이쯤이면 다 같이 한번 모여야 하지 않을까.’ 출판 일을 하면서 줄곧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이었다.출판사와 작가, 번역가와 독자가 한 공간에 모여 한국문학을 핑계로 서로 얼굴을 트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작은 시도가 그렇게 시작됐다.
2025 K-BOOK 페스티벌 현장
그리고 그 시도는 첫해를 치르고나서 곧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시간을 만났다.모이지 말라는 시대에 ‘모이자’고 만든 축제라니, 기획자로서는 꽤 난감한 상황이었다.‘이걸 멈춰야 하나, 아니면 형태를 바꿔서라도 계속해야 하나.’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장을 펼쳤다. K-BOOK 페스티벌은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더 단단해졌다.2025년, 그렇게 7회를 맞이했다. 돌이켜보면 끈질김도 하나의 기획력이 아닐까 싶다.
올해 K-BOOK 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지점은 ‘영화와 문학의 접점’이었다.한국영화를 좋아하지만 한국문학에는 아직 낯선 관객들—현장에서 늘 체감하듯, 일본에서는 한국영화 팬의 숫자가 한국문학 팬보다 훨씬 많다—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문학 쪽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그래서 원작이 있는 한국영화 세 편을 골라 도쿄의 전문 영화관까지 직접 대관했다.‘책으로 오라고 하지 말고, 일단 영화로 부르자.’그게 이번 기획의 핵심 전략이었다.
영화라는 익숙한 언어를 통해 ‘이 이야기에 원작이 있었어?’ 하고 자연스럽게 소설과 작가의 세계로 들어오는 경로를 만들고 싶었다.이 과정에서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의 대표인 박정민을 초청한 프로그램은 예상을 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배우의 시선에서 바라본 문학 원작의 힘은, 같은 텍스트를 다뤄온 출판인에게도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문학이 영상으로 변주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장르의 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문학 대표 작가가 참여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한 시도는 한국의 지역 출판사를 초청한 것이다.늘 서울을 중심으로 설명돼온 한국문학의 이미지에서 한 발짝 비켜서고 싶었다.개인적으로는, 지역 출판사들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체온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해온 존재라고 생각해왔다.그들이 가져온 책은 특정 지역의 기억이자, 일본 독자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문학번역원과 함께한 작가 이벤트 역시 잊을 수 없다.시인 나태주와 소설가 이승우·백수린·최은영 등 세대와 문체, 세계관이 전혀 다른 작가를 한 프로그램에 묶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 조합, 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바로 그 ‘과함’이 이번 기획의 미덕이 되었다.독자들에게 작가는 최고의 선물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김하나·이옥선 모녀의 토크쇼였다.세대와 경험, 기억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그 대화는, 기획자로서 ‘아, 이게 바로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장면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특히 올해의 주제인 ‘우리 모두 다 같이まじわる’라는 문구를 70대 작가 이옥선에게 손글씨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축제 준비 중에 가장 먼저 챙긴 일이기도 하다.손글씨를 건네받던 순간, 우리의 페스티벌은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
K-BOOK 페스티벌이 지나온 7년은 곧 질문이 쌓여온 시간이었다.한국문학은 어떻게 일본 사회와 만날 수 있을까, 번역은 어떤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문학은 다른 예술과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작가와 독자, 번역가와 출판인, 그리고 현장에서 마주친 수많은 얼굴들.
2025년 도쿄에서,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책을 통해, 이야기로 인해—그리고 조금의 무모함과 꽤 많은 대화를 통해—우리는 정말, 우리 모두 다 같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글 김승복 쿠온출판사 대표, K-BOOK 페스티벌 실행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