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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찰나의 감각을 영원한 예술로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 기획전

어느 날 문득 피부로 느껴지는 촉감, 지금 이 순간의 감정, 혹은 멀리 뻗어 나가는 상상을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다는 열망을 느껴본 적 있는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의 15기 입주작가 6명은 그러한 ‘감각’의 순간들을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작품에 새겨, 하나의 서사로 전시실에 남겼다.

10월 17일부터 11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 장애예술기획전 《The Sensory Tale 감각의 서사》는 하나의 서사에 이르는 작가의 긴 여정을 오롯이 관람객에게 제시한다. 여기에는 서울문화재단과 예술의전당, 그리고 효성그룹의 후원이 함께했다.

이번 전시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작가의 삶과 시선이 녹아든 세계를 따라 깊게 새겨진 기억의 기록을 지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각의 확장으로 나아간다. 여섯 명의 예술가 곽요한·김승현·김은정·위혜승·윤하균·허겸의 작품과 이야기를 전시 구성에 따라 장별로 이곳에 다시 펼쳐 놓는다. 전시를 기획한 장윤주 큐레이터의 작품 해설과 함께 그들의 세계를 차례로 소개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장 ‘새로운 감각의 세계’는 김은정·허겸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두 작가는 자신과 맞닿은 기억과 풍경을 새롭고 낯선 형상으로 재해석하며, 관람객이 익숙한 감각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김은정 작가는 섬유와 털실로 동그랗게 감싸서 만든 세포 같은 조형물을 흰 장막 위에 겹쳐 놓으며 자신을 돌보던 손길의 기억과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과정을 <Maluma(말루마)>에 담아냈다. 허겸 작가는 <서울 No. 9-Before Sunset>에서 도시 풍경 속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감정과 인상을 탐구한다. 작가에게 멀리서 본 도시는 서로 다른 건물들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다가온다. 도시 속에 있지 않고 떨어져 바라보는 순간, 이상한 안도감과 동시에 외로움이 밀려들었던 감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두 번째 장 ‘새겨진 감각의 기록’의 두 작가는 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관람객과 나누며 자아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몸에 남은 상처와 과거의 기억을 담은 이미지들은 시간의 흔적을 환기하며, 손상과 재생, 염원을 품은 매개체로 자리한다. 곽요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삶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큰 혼란을 그려낸다. <Wave and Crush> 화면에는 붕괴와 재배열의 이미지가 담겨 있으며, 삶의 많은 부분이 급격히 변한 경험을 ‘딛고 있던 땅이 무너지는 감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위혜승 작가는 <균열>을 통해 나무 패널 위에 한지·아교·돌가루를 반복해 쌓고 갈아내며 몸에 새겨진 흉터를 기억의 흔적으로 형상화한다. 작가에게 흉터가 남긴 갈라짐은 상처를 넘어,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표식이다.

전시의 마지막 장 ‘시공간을 초월한 감각’에서 관람객은 윤하균 작가와 김승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 세계와 상상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두 작가가 그려낸 가상의 존재와 재구성된 풍경은 익숙한 차원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발을 들이는 생경한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윤하균 작가는 사람과 동물이 결합한 경계적 존재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특히 작가의 작품 <괴물> 속 괴물은 추하거나 혐오스럽지 않으며, 동시에 무섭지만 아름다운 특성을 지니고, 사회가 밀어냈던 이들의 자리를 환기하는 형상으로 다가온다. 김승현 작가는 <우리의 세계> 연작을 통해 바다와 숲, 현실과 환상이 맞닿는 이상향의 세계를 표현했다. 유년 시절 수족관에서의 경험, 그리고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에서 얻은 상상력은 그의 창작에 중요한 영감이 된다.

《The Sensory Tale 감각의 서사》 전시는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를 넘어, 어린이부터 노인, 저시력자, 색각 이상자까지 다양한 관람객을 포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오디오 가이드, 수어 가이드, 점자 서문, 색약 보정 안경뿐만 아니라 점자와 큰 글씨를 적용한 홍보물도 준비했다. 작품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주말에는 정규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운영해 관람객이 작품과 전시에 한층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비평가의 시선을 함께 담았다. 비평가의 언어는 작품 속 감각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며,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읽어낸다. 이 텍스트는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관람객에게 생각의 여백을 남기고, 스스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돼줬다.

전시실에 담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 여섯 명이 남긴 작품의 서사는 관람객의 공감으로 확장돼 더 많은 감정과 기억을 불러 모은다. 이렇게 축적된 다채로운 감각이 관람객의 새로운 서사로 끝없이 이어져나가기를 바란다.

김채영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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