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팀 정다영
나를 비추는 예술이라는 조명
감수성이 남다른 정다영 주임은
대학에서 엔터테인먼트경영을 전공했습니다. 한창 감성 넘치던 15살쯤부터 언니네 이발관•브로콜리너마저•9와 숫자들 등 감성 모던록의 세계에 빠져들며 레이블과 A&R 분야에 관심을 두고 대학 전공을 선택했어요. 대학 시절에는 거리예술과 페스티벌에 매료돼 봄•여름•가을로 이어지는 축제의 온 계절을 오롯이 즐겨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일 것만 같지만, 오히려 저를 아는 분들이라면 반전이라며 깜짝 놀라실 거예요.(웃음) 돌아보니 당시의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고 흥미를 느끼는 것들을 하나씩 해오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경험을 꾸준히 쌓게 된 것 같습니다. 지원사업 정산에서 시작해 작품을 모니터링하며 예술가의 창작 과정이 궁금해졌고, 이후 레지던시가 있는 지역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입주예술가들이 지역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법정문화도시 사업을 기획하며 한 도시의 문화적 역사와 다양한 주체를 발견하고, 지역문화의 필요성과 문화재단, 그리고 문화행정가의 역할까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생동하는 예술
스무 살이 되던 해 8월 여름, 홍대 앞 거리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립예술축제에 서포터즈로 참여하며 처음 축제를 경험했어요. 이후 5년간 매년 여름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또, 한때는 일 년간 휴학하고 여섯 개의 축제를 경험할 만큼 축제 현장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죠. 거리는 음악•연극•미술•무용 등 모든 작품의 무대가 돼주고, 그 거리를 지나는 누구든 관객이 될 수 있지요. 어떤 장소든 무대가 되는 자유로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즉흥의 순간처럼 비일상적인 에너지에 매료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렇게 즉흥적이고 비일상적인 순간이 완벽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완벽한 준비가 숨어 있다는 것이죠.
서울문화재단에 닿게 된 계기
그때그때 관심이 가고 흥미를 느끼는 문화사업을 따라 일하며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기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공성을 중심으로 각 사업의 목적뿐만 아니라 기관마다 방향성의 차이 또한 생각해볼 수 있었고요. 2024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고 이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분야에 필요한 공공 가치를 풀어낼 수 있는 사업을 세분•체계화하고,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확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화행정가로서 문화예술이 아직 나아가지 못한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하며 저도 함께 성장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했습니다.
서초 센터의 시작과 함께하며
2024년 6월 입사해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 개관부터 함께했는데요. 저희 센터는 6월까지 서울시민예술학교 서초 봄 시즌을 마무리한 후 7월부터 10월까지 잠시 새 단장에 들어갑니다. 카페•라운지 등 편의 공간을 조성하고 음악 전문 공간으로서 아이덴티티와 심미성 등을 개선해 이곳을 방문하는 모두에게 ‘음악,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11월에는 권역별 5개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가 함께하는 예술교육주간을 통해 서초 센터 특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더불어 공연장•연습실 등 공간별 수시•정기 대관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문화행정가로서의 고민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이 말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표현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데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아주 작고 희미한 티끌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만난 서로를 따뜻하게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모두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존재일 수 있습니다. 문화행정가는 편견 없이 바라보는 공정함과 포용력으로 다변화하는 문화예술 시장을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감각, 활동성을 지닌 채 누구나 공감하도록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문화예술이 좀 더 풍성해지려면
이전에 재직한 기관에서 신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요. 나의 이야기가 담긴 희곡을 쓰고, 퇴고하며, 낭독공연까지 완성한 시간이 기억납니다. 매주 2시간씩 12주 동안 각자 나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처음해본 무대 연기가 점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기도 하고, 잊고 지낸 배우의 꿈을 찾기도 하는… 다양한 순간들을 보았습니다. ‘조명이 켜지고 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인데요. 문화예술을 통해 내 삶에 조명이 켜지는 순간은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궁금하고 신기한 첫 순간, 다시 만나는 떨리는 순간, 떠나보내며 후련한 마지막 순간…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예술교육이란 일상 가까이에서 예술을 만나는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나에게 어울리는 것 등 ‘나’에게 더 집중해보는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내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어야겠지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와 함께한 반년
2024. 11 11월 20일 개관식을 시작으로 개관
페스티벌 ‘OVERTURE’를 운영했습니다.
처음 여는 공간에서 관객을 맞이하기 위해 예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에서 티켓 관리를
맡았고요. 12일간 열린 개관 페스티벌에 전체
25개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예술가 116명과 시민
10,039명이 참여했어요. 동시에 권역 내
자치구문화재단과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동남권(강남•강동•관악•동작•서초•송파)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12월에는
2025년도 예산을 편성하며 개관 후 센터 운영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025. 01 2024년도 사업운영비를
정산하고, 예술교육센터로서 시작을 알리는
서울시민예술학교 서초 봄 시즌 프로그램을 위한
리서치와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2025. 02 기획 단계인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오프닝콘서트•렉처콘서트•북살롱•
마스터클래스•워크숍까지 총 12개 프로그램으로
서울시민예술학교 서초 봄 시즌을 준비했습니다.
2025. 03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는
서울시민예술학교 서초 봄 시즌 홍보를 위해
매체별 홍보물을 제작하고, 참여자 모집이 이뤄졌어요.
2025. 04 4월 19일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실내악 앙상블이 함께 한 오프닝콘서트 <봄의 실내악>을 시작으로, 일상에서 스치듯이 만났던
클래식을 생생한 연주와 함께 들여다보는
‘렉처콘서트’, 음악•책•감상이 함께하는 ‘북살롱’,
어린이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음악가와 함께
창작 과정을 체험해보는 ‘메이커스 워크숍’까지.
서울시민예술학교 서초 봄 시즌은 6월까지 계속됩니다!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