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6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황세희

거리예술
@on.sight_on.site
2023~2025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거리예술·서커스 창작지원 선정
2022 거리예술 넥스트 참가

<내면광산 파는 이야기> ⓒ이호연

주로 거리에서 공연을 만드는 황세희입니다. 도시의 요소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도시를 걷는 관객의 경험에 집중하기도 하고, 골목골목 숨어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한 흔적들을 따라가 보기도 하고, 골목의 틈을 발견해 그곳에 엉뚱한 상상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아마도 건축을 공부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었고, 건축과 공연, 두 세계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다이렉트 액션Direct Action’이라는 도시 개입 방식을 접했어요. 도시에 직접적 행동을 통해 개입을 시도하고, 그로 인한 시민의 반응을 일으켜 도시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방법론인데요. 이것이 마치 거리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거리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상상하게 됐어요. 무대로서의 도시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킬 방법을 고민하던 중 2022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거리예술 넥스트NEXT’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몇 개월간 거리예술에 대한 이론 강의, 실습, 답사 등을 거치며 제가 하려고 하는 것이 거리예술에 속한다는 것, 그리고 거리에서의 창작 방법론과 윤리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냥 무언가가 궁금해질 때, 그걸 연구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택합니다. 예술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논리와 감각을 함께 사용해 제시할 수 있는 방법, 그 답이 나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공유하는 방법인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예술이라는 것은 완성품이라기보다는 어떤 과정에 가까운 것 같아요.

<우리는 들키면 안 돼> ⓒ이서염

작업마다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를 감각하는지, 그 감각을 어떻게 조금 비틀어볼 수 있을지에 대한 퍼포먼스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닿으면 안 돼>라는 작품은 관객이 어느 목표 지점을 향해 선택하며 걷게 되는 산책로가 그들의 내면에 어떤 심상을 남기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입니다. 관객과 배우가 1 대 1 전화 통화로 연결돼 각자 다른 출발지에서 출발해 함께 남산타워를 향해 걸어가는 내용과 형식을 갖고 있어요. 관객이 정해진 동선 없이 감각과 이야기에 의존해 도시를 걸으며 전화로 들리는 이야기와 공간 사이의 공명을 느끼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들키면 안 돼>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은 지역에 존재하는 이상한 과거의 흔적인 ‘삐리뽕’을 관객과 함께 발견하고, 그것에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는 작품이었어요. 관객과 서촌 일대에서 무전기로 소통하며 함께, 또 따로 걸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인왕산 아래에 모여 각자가 발견한 ‘삐리뽕’의 순간을 나누었고요. 사라져가는 기억을 간직한 도시의 흔적들을, 이곳을 걷는 관객들이 종종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지금은 <도시의 틈을 여행하는 환상건축가를 위한 안내서>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 도시의 크고 작은 ‘틈’에 관심이 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 낮에 비는 주차장, 건물과 길 사이의 턱 같은 공간들이요. 그 틈들이 도시의 커다란 흐름과 질서에 균열을 내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퍼포먼스를 활용해 틈 사이에 개입해보는 시도를 해 보려 해요. 공연에 환상건축가들이 등장해 비일상적인 방법으로 틈 공간의 새로운 사용 설명서를 관객에게 제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일상의 공간을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장소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마주한 공간이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고 느낄 때,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곤 합니다. 책도 좋아합니다. 특히 자연과학 관련 책을 선호해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써 예술과 과학은 생각보다 가까운 친척 같아요. 어떤 명징한 과학적 사실에서 일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발견할 때, 그것을 제 방식인 공연으로 탐구해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서커스페스티벌에서 본 <원샷>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글링을 활용해 시공간에 함께 있는 관객들과 소통하는, 아주 즉흥적이고 사랑스러운 퍼포먼스였습니다. 공연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공연팀과 소통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어요. 그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런 감각을 관객과 공유하게 되는 작품을 좋아하고, 추구합니다.

도시가 배경이 아니라 주체로 등장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도시성과 장소성, 그리고 인간이 공간과 맺는 관계에 대해 계속해서 탐구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통해 관객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만나고, 그것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