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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박상미

무용/현대무용
@luckysm_
@mmmm_sm_
2025 상반기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In my room>(2020) ⓒ금시원

춤 작업을 지속해오면서 신체의 물질성과 몸이 관계 맺는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안무가 박상미입니다. 그 과정에서 몸으로 감각하고 사유하며 새롭게 발견되는 환경(자연)과 사물의 시공간 속 움직임을 발견하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춤이 된 몸’을 상상하며 무엇과도 연결될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열린 상태를 연습 중입니다. 열린 상태를 연습한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혹은 드러나지 않는 경계에 있는 것들을 탐구 대상으로 합니다. 저는 실천적 움직임의 주체로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글쓰기와 이미지 기록(사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트프로젝트보라 부디렉터이자 독립 아티스트로 춤을 통해 다양한 만남과 소통의 통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In my room>, <원래의 몸>, <Home;홈> 등이 있어요. 최근 TIMF앙상블과 협업해 마우리치오 카겔Mauricio Kagel ‘Rrrrrrr......’을 안무했습니다. <내가 물에서 본 것>, <유령들>, <무악> 등 작품의 리허설 디렉터이자 협력 안무가로 창작의 범주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퍼포머 활동은 해외 무용단에서 처음 시작했고,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무용수를 거쳐 현재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코어 멤버로 창작에 기반한 다양한 경험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과 소통하고,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움직임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과정의 시간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의 매력을 느낍니다.

<기존의 인형들(Post Puppetry): 원래의 몸>(2021) ⓒ정민영

내 안의 저항성을 발견할 때, 끊임없는 의심과 의문을 품을 때 예술가임을 자각합니다. 삶과 예술이 분리될 수 없다는 걸 조금씩 직면하고 인정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할 때, 야금야금 흘러가는 매일 다른 하루를 마주하는 것처럼요. 제 직업병은 모든 것들을 춤과 연결해 바라보는 것인데요. 춤을 추고 있지 않아도 일상의 움직임 또는 주변의 변화에 대한 감지가 영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작은 순간들을 알아차리고 기록하는 태도,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난 작업으로부터 현재에 있는 나를 반추할 때 그 과정에서 계속 변화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전히 ‘몸’이라는 매개로부터 그 호기심이 출발하는데요. 이미지와 춤의 발생, 즉흥성과 우연성의 방법을 통해 자신만의 몸 언어를 발견하는 지속된 시간은 본질적인 질문이 돼 돌아옵니다. 현재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로서 하는 작업은 최근 제 주된 관심과 질문인 ‘돌봄’, ‘다정함’ 두 가지의 키워드에서 출발했습니다. ‘몸’이 나의 시작이면서 세상과 접속하는 첫 관문이라면, 그 문을 넘어서 외부의 타자를 만나고 다른 공간을 접촉하는 것은 어쩌면 ‘다정’이 피어나는 시작점이 아닐까요? ‘우리는 얼마만큼 나를 내어줄 수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다른 것들과 연결돼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다정한 몸을 상상해보기 시작했고요. 춤이 이것들을 연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는 의문을 품으며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을 내는 일, 문을 열고 자리를 내어주는 시도를 해 보려 합니다. 춤을 통해 ‘우리- 다른 존재들의 어울림-공존’을 향한 체험·실험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영감을 얻기 위해 종종 산책합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공기와 바람을 맞으며 보이는 것, 들려오는 소리에 한 발 한 발 무게를 옮겨요. 그러다가 익숙한 곳이지만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걸 발견하거나 그날그날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할 때 충만함이 감돌지요. 대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흥미로워합니다. 다양한 생명체의 움직임, 광대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동시에 저와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할 때 재미있어요. 또 같은 분야 또는 다른 분야 창작자들의 창작 과정이나 작업물을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공감할 때, 이런 활동들이 창작의 원천이자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영화를 보면 ‘찰나-사라짐-영원하지 않은 것-변화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요. 사라짐의 연속에서 발견되는 빛나는 겹의 시간이라는 ‘춤’의 지점이 영화에서 말하는 ‘코모레비’, 그 순간에만 존재함을 뜻하는 것과 맞닿았습니다. ‘찰나’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매일의 다른 하루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재출간된 차학경의 책 『딕테』도 추천하고 싶은데요. 딕테dictee는 프랑스어로 ‘받아쓰기’라는 뜻입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작업과 방법론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발견돼 읽고 있어요. 절대 나와 동일시 할 수 없는 타인의 시대와 시간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새로운 쓰기를 하는 작업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책은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 다르크, 그리스 신화의 뮤즈, 저자의 어머니, 자신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됩니다.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는 열린 ‘텍스트’를 이루고 있는데, 글과 이미지, 이중 언어(프랑스어·영어)의 배치 등 콜라주처럼 펼쳐진 말의 지도 같았어요. 닿지 않은 수신인을 향한 혼잣말이자 탐험 같기도 했죠.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음률적이고 리듬감 있는, 마치 들리지 않는 목소리의 울림과 움직임 같은 것들이 몸으로 와닿았는데요. 저는 이것을 굉장히 신체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춤을 통한 치유와 돌봄의 소통을 그려봅니다. 우리의 몸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다른 존재들과 어떤 연결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예술을요. 불확정성이 가득한 기류에서 단절되는 외면과 방치되는 것들을 살피고, 그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며 좀 더 폭넓게 수용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 더 나아가 우리 각자의 몸을 돌보고 살필 수 있는 연대를 상상합니다. 그런 몸과 춤이 닿을 수 있는 곳에 함께하고 싶어요.

글 안미영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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