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디자인 작가들의 ‘요즘 전시’
신당창작아케이드 기획전시
사람들은 예술가가 특별한 감각으로, 남들이 갖지 않은 재능을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는 이들이라 생각한다. 무용수는 춤을, 음악가는 음악을, 미술가는 미술을……. 그리고 미술 영역 중에서도 재료와 방식에 따른 섬세함을 일상 예술로 만드는 공예·디자인 작가들이 이곳에 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중구 신당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도자·금속·섬유, 기타 공예·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입주작가 총 36명이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지하인 탓에 왁자지껄한 전통시장과는 달리 연중 차분하고 의외로 조용하다. 들리는 소리의 대부분은 ‘퉁, 둥탁! 탁!’ 작업하는 소리 또는 간헐적 노동요 같은 음악뿐이다.
많은 작가 수만큼 쉴 틈 없는 작업이 진행되지만, 동시에 지하에 위치한 낡은 공간인 탓에 에피소드도 억만장자급이다. 어느 날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는 작가들을 향해 행인이 “저 아래에도 사람이 사나봐?”, 또 다른 행인이 “여기 전쟁나면 숨는 방공호네!”하고 외친다. “네. 이곳은 사람도 머물고 심지어 ‘힙’한 공예가 창작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입니다!”
예상되지 않는, 만일의 사태에 숨을 수도 있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깥 사정을 알기 어려운 신당창작아케이드지만 2009년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무려 554명의 공예 작가와 연을 맺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가들의 창작을 밖으로, 밖으로 소개하고자 추진한 기획전시도 올해로 6년째를 맞이했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은 국내 첫 공립 공예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과 공예·디자인 작가의 창작지원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지난 3월 그 결실이자 시작을 알리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재단이 동시대 공예 창작지원의 첨단에서 예술가들과 맞닿아 있다면, 박물관은 공예의 정수를 소개해 동시대에 알린다. 두 기관이 창작과 발산이라는 간극을 연결해 젊은 작가들의 지원에 함께하기로 한 것은 그래서 더 값지다.
매년 새로운 입주작가의 작품을 시민에게 선보일 전시 공간을 탐색하는 것은 신이 나면서도 어려운 도전 과제다. 대규모 출품작을 소화하면서 화제성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비용 부담도 감당해야만 했다. 소위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주문이었다.
그러던 중 박물관과의 협약체결은 무엇보다 작가들이 고대하는 공간에서 전시를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담당자로서도 마치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듯 반가운 소식이었다. 공간 찾아 삼만리 헤매기를 멈추고, 절약된 시간과 비용을 입주작가의 또 다른 창작지원에 쏟을 수 있었다.
《공예직감工藝直感》은 이러한 의미와 필요성을 고민한 신당창작아케이드와 서울공예박물관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박물관 전시1동 특별전시 공간에서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 36명의 예술적 감각으로 창작된 신작 70점이 시민에게 첫선을 보인다. 문화적 경험이 감각이자 취향인 시대에 일상 공예품은 물론 아트퍼니처art furniture, 평면 오브제, 디자인 작품이 다수 출품된 이번 전시는 보는 이에게 스스로 취향을 찾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자 22점, 금속 10점, 섬유 9점, 목공을 비롯한 기타 공예 17점, 디자인 작품 12점 등 여러 장르와 기법이 적용된 작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나아가 전시 부대행사로 현장에서 참여 가능한 ‘도슨트 타임’과 작가와 직접 만나 소통하는 ‘릴레이 아티스트 토크’, 예비 공예인과 학생을 위한 ‘예비 공예인 투어’가 마련돼 전시를 즐기는 다양한 감상법을 제시한다.
한편 기획전시의 역사와 함께한 신세계L&B와 신당창작아케이드 전·현직 입주작가들이 협업해 개발한 식기·술잔·패키지 등 테이블웨어 18점도 박물관 안내동 1층에 전시된다. 전시가 이쯤에서 끝났다고 생각하면 아쉽다. 서울공예박물관과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야심 차게 협력한 또 다른 전시, 박물관 쇼윈도 전시 《LIVILD(Living+Build)》도 같은 기간 진행되기 때문이다. 쇼윈도 갤러리는 박물관 전시3동에 위치한 작은 공간이지만 대로변과 맞닿아 있어 오가는 이들이 알차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1층
10월 18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
《에센스 앤드 모어_식탁의 정수》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동 1층
글 편형미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