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예술 교육센터강북팀 홍유나
우리가 예술로 하나 되기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강북팀에서 ‘서울어린이취타대’ 사업을 맡고 있는 홍유나입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잘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교직 과정을 이수했고 교육학이 저와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해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죠. 이를 계기로 졸업 후 미술관 교육팀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이후 에듀케이터로 근무하며 어린이·청소년·가족 대상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일을 했습니다.
예술교육이 사람들의 관점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두게 됐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작품에 담긴 이야기나 작가의 생각, 작업 과정을 경험하다 보면,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양한지 깨닫게 되고요. 이런 점들이 예술교육의 매력인 것 같고, 저도 덕분에 관점을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을 쉽고 재밌게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시각예술은 물론이고, 연극·무용·음악·전통·다원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재단의 폭넓은 영역과 교육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어 2022년 입사했죠. 현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해 예술교육 사업을 기획하는 값진 경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매개로 가족 구성원 간 소통과 유대를 증진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인데요. 제가 담당했던 2023년에는 아날로그 감성과 인공지능 기술의 만남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추억이 담긴 자투리 천을 이어 붙여 완성하는 패브릭 콜라주 워크숍,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한 가족 동화책 제작 워크숍을 5주에 걸쳐 진행했고, 총 17팀의 가족이 각자 완성한 작품을 전시하기에 이르렀죠. 가장 뿌듯했던 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의도가 협력 예술가와 참여자 모두에게 잘 전달돼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을 때였어요. ‘가족과 생각을 공유하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서’, ‘예술가의 열정이 느껴져서’ 이 프로젝트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후기가 생각나네요. 예술가와 참여자, 그리고 사업 담당자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전통예술 기반 예술교육센터입니다. 어린이부터 장·노년층까지 온 가족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기나긴 준비를 거쳐 11월 중순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를 기념해 11월부터 약 한 달간 개관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개관식에서는 풍물패의 길놀이, 국악 공연뿐만 아니라 전통예술 기반 예술교육에 관해 논의하는 특별 포럼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 후 약 한 달간 워크숍·상설전시 등 시민이 전통예술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니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통예술에 기반을 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중 ‘취타대’를 접하게 됐어요. 나라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면 선두에 서서 황금빛 의상을 입고 행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취타대가 사용하는 태평소·나발·나각·용고 등 우리 전통 악기도 새로웠고요.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취타를 배우고, 나아가 서울시·서울문화재단 대표 행사에서 취타대로 공연할 수 있다면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5월과 6월 서울시 전역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1기 단원을 모집했는데요. 처음 시도하는 데다 7월부터 11월까지 17회에 걸쳐 긴 호흡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라 모집에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도 200명 넘는 지원자가 서류를 접수했어요. 4.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단원 50명을 선발했습니다. 악기 교육만 아니라 취타대 의상 일부도 직접 만들어보고 전통 춤사위를 놀이 형식으로 배워보는 등 우리 센터만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요. 첫 수업에는 악기 잡는 것도 서투르던 단원들이 치열한 연습 끝에 9월 28일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에서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오는 개관 행사는 물론, 내년까지 서울시와 재단이 주최하는 다양한 공연에서 저희 단원들의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일상과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어렵다거나 나와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일상에서 예술을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해요. 매일 걷는 거리에서 공연이나 축제를 만난다거나, 동네 가까운 곳에서 연주회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기는 것도 일상에서 소소하게 예술을 경험하는 방법이 되겠죠. 그런 소소한 경험이 모여 내 마음속에 예술이 배어든다면 좋을 거예요. 그게 서울문화재단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여행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여행하며 만나는 자연과 풍경, 음식, 건축, 그리고 여행지만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은 물론 에너지도 받거든요. 여행하면서 소품이나 빈티지 물건, 식료품이나 잡화, 책을 판매하는 독특한 곳들을 꼭 찾아가는데요. 그런 곳에서 공간의 콘셉트와 디스플레이, 음악 등등을 통해 재밌는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오곤 합니다.
제 스무 살 시절을 떠올려보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설렘과 모험심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스무 살이 된 재단과 시민·예술가가 함께할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저 역시 그 곁에서 우리가 더 가까이 함께할 방법을 고민하며 의미 있는 사업을 계속 꾸려갈게요. 재단이 다음 20년 뒤를 맞이하는 날까지 쭉 즐거운 모험을 지속하기를 응원합니다.
정리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