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아카이브
정채민
무용/현대무용
b.1989
@salad_miin
서울무용센터 2024년 하반기 입주예술가
대학로극장 쿼드 프리 오픈 시즌 제작공연 <2022 휘이잉>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몸과 춤의 경로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면 심리와 세상을 보는 필터의 연관성, 현상학, 뇌과학에 흥미를 갖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미술을 전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에 입학했다가 춤의 생동감에 마음을 뺏겨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영국 런던 컨템퍼러리 댄스 스쿨LCDS에서 유학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한 후 무용수와 안무가로 극장과 거리를 누비고, 현대무용, 디바이징Devising Theatre 작업, 시각예술 퍼포먼스 등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 안무 작업은 대학원 여름방학 때 이스라엘에 열린 워크숍에 다녀온 뒤에 그 흥분을 이어 듀엣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첫 창작이지만, 완벽함을 목표로 하지 않고 먼저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 창작의 시작이라는 은사님의 가르침에 첫발을 뗄 용기를 냈습니다. 무용수로서는 2015년 무용단에 들어가 단원과 프리랜서 활동을 병행해왔습니다.
서울문화재단과 첫 인연은 2021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운영하는 ‘거리예술 NEXT’에 선정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쉽게 과정 중 다른 공연 일정으로 중도 이탈하게 됐는데, 이후에 ‘거리예술 NEXT’에 함께한 동기가 최초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고맙게도 함께하자고 제안을 해줬습니다. 덕분에 옴니버스형 거리공연 <입정,하다>에서 안무를 하고 출연했고요. 이후에는 대학로극장 쿼드 첫 제작공연인 안무가 송주원의 <2022 휘이잉>에 무용수로 참여했습니다.
(스스로 예술가임을 느낄 때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울 때? 사실 스스로가 흔히 말하는 예술가의 성향과 먼 것처럼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예술은 정체성보다는 실제 행동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더 경계하려고 합니다. 예술가라는 자기 규정이 개인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있고요. 그렇지만 좋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다른 가치와 맞바꿀 수 없는 벅찬 기쁨을 느낍니다. 그럴 땐 선물처럼 주어진 그 시간, 환경, 작품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시간이 잠깐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모럴패닉24>라는 작품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뜨거운 참교육 열풍이 정말 정의와 가까운 것인가?’라는 의아함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미디어의 전달이 중립적이지 않음에도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에 공감하고 분노하며 심판자가 되는 스펙터클을 즐기는 개개인의 폭력성을 조명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주로 산책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 영화의 미장센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자극을 받은 몸의 감각을 작품 안에서 재현해보려고 해요. 작품의 주제는 주로 제가 살고 싶은 방향, 삶에서 추구하는 것에서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파리의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에서 본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Him>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릎 꿇은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겸손함과 경건함마저 느껴져 가까이 다가갔는데, 히틀러의 얼굴로 노려보는 눈을 마주치고 얼어붙었습니다. 순수함이라고 섣부르게 착각하고 다가간 제 자신의 안일함도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목표 지향적이라 결과물만 생각하고 달려가는 성향이 조금 강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창작 과정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현대무용에서 보통 공연 기간은 2~5일로 짧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그에 비해 10배의 시간이 들어가니까요. 그 기간에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마음으로 살기보다는, 어떻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서로 연결해서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이 현재 저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남건우
정리 전민정 [문화+서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