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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축제기획1팀 이유진
시민과 예술이 만나는 그곳에서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덕업일치를 이룬 이유진입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대학 생활 중에 지역 내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본 것을 계기로 문화예술에 발을 담그게 됐어요. 심리학은 개인을 들여다보고 변화시키는 데 집중하는데, 그러한 변화가 지속되기 어렵고 환경에 따라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한계를 느끼곤 했거든요. 개인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문화예술이 가진 힘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서울문화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문화예술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예술가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가까이서 마주했고, 특히 문화예술에서 공공 영역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정부 기관과 자치구 문화재단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됐네요. 서울문화재단과는 2016년 시민청 시민기획단으로 처음 만났어요. 광장 분과의 분과원으로 2년 정도 활동하다가 2018년 들어서 계약직으로 입사했고요. 그때 시민기획단으로 활동하다가 거버넌스 담당자가 돼 제가 활동했던 시민기획단을 운영했죠. 시민청에서 오래 활동한 이력 때문인지 2020년 재입사하면서 가장 처음 발령받은 부서가 예술청팀이었고요.

재단에서 담당해온 업무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세요.
예술청팀에서는 시민이 아닌, 예술가들과 거버넌스 사업을 운영했어요. 인권·노동권 등 중요하지만 쉽게 다루지 못하던 주제를 두고 예술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문화예술안전망학교’라는 프로그램이었죠. 그간 진행한 교육 방식과 주제, 진행 방식 등에 있어 다른 지점이 있었고, 참여와 활동 인증에 따라 리워드를 주는 방식이 많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기억해요. 예술청이 본격 개관하면서부터는 대관 업무도 함께 했고요. 이 업무는 문화예술 기획만 아니라 경영지원을 비롯한 타 부서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공간을 운영하는 데 상당한 기획력과 품이 든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죠.(웃음) 그리고 2022년 7월 들어 축제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현재 축제기획1팀에서 서울 비보이 문화 콘텐츠 사업을 맡고 있어요.
지난 6월 열린 서울비댄스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스트리트 컬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과 공연을 운영하다보면 현장 반응이 정말 최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역동적이고, 직관적이고, 보는 누구나 친근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거든요. 반면 현장의 뜨거운 반응이나 공연을 보며 들뜨는 기분과는 별개로 브레이킹 영역에서의 업무는 꾸준히 노를 젓듯 나아가고 있어요. 비보이 공연이나 배틀을 개최하기도 하고,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를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죠. 드라마틱한 비보이단의 활동과 별개로 제 하루하루는 상당히 평범합니다.(웃음)

현장에서 시민과 자주 만날 텐데, 인상 깊은 경험이 있나요.
매 공연이 인상 깊어요. 현재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으로 활동하는 소울번즈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그 특유의 에너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해요. ‘맨바닥에 몸을 부딪쳐가며 춤추다보면 상당히 아플 텐데, 이들은 어떤 보람, 희열을 느끼기에 부상 위험이 높고 어려운 춤을 추는 걸까?’ 댄서의 마음과 환호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한편으로는 그런 지점에서 누구나 쉽게 다가와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사업이 비보이 문화 콘텐츠인 것 같아 담당자로서 늘 뿌듯합니다.

지난해에는 현대무용과 브레이킹이 협업한 제작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얼쑤, 얼쓰>는 2023년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으로 활동한 갬블러크루와 고블린파티가 함께 제작한 공연이에요. 팀원들의 도움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죠. 올해 두 번이나 재공연했고요. 제작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극장 무대에 올릴 수 있는 1시간짜리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공연팀의 열망이 강했고, 저 또한 블랙박스인 대학로극장 쿼드 무대에서 브레이킹 공연을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평균 객석 점유율 91%에 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모두가 고생한 보람을 느낀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우리 삶에 예술이 깊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문화예술이 삶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에서의 여유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고는 쉽지 않죠. 그런 점에서 저는 예술이 좀 더 친근하고, 대중적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대중적이라고 해서 작품성과 예술성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 이후에는 재단의 역할이 없어도 예술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표를 직접 사서 보는’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문화예술 행정가로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나요.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사랑하게 하라.’ 이 문장을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요. 문화예술 행정에서 결국 필요한 것은, 시민이 스스로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현재 제가 맡고 있는 축제 사업은 정말이지 항상 시민과 예술이 마주하도록 하는 일이지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까요.
주로 사람에게서 영감을 얻어요. 최근에는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역의 문화산업과 지역 소멸에 관해 두 시간 가까이 대화했죠. 누군가는 만남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비효율적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직접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궁금한 것을 풀어야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런 과정에서 영감과 자극을 받곤 합니다.

스무 살 서울문화재단에 축하 인사를 건네주세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사업은 재단에서도 오래된 사업 중 하나로 꼽혀요. 이 사업을 거쳐간 선배들만 해도 거의 7명이고요. 스무 살 재단의 시간을 만들어온 선배들, 문화예술 행정가로 함께 고민하며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는 동료들, 또 새로운 나날을 만들 미래의 후배들에게 함께 힘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재단의 과거·현재·미래를 만들어갈 동료들이 언제나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기를 바랍니다.

글 [문화+서울] 편집팀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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