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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문화 향유와 관광,
두 마리 토끼 잡는 뉴욕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뉴욕시 ⓒNYC Tourism + Conventions

도시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가득할 때 여행지로도 매력적인 곳이 된다. 뉴욕에는 뉴요커 삶의 한 조각을 경험하려는 이들이 가득하고, 파리에는 파리지앵처럼 세련된 옷차림으로 도시를 걷고 바게트를 맛보려는 이들이 많다. 특히 뉴욕은 현지인의 일상에 녹아 있는 문화 행사와 경험이 여행객에게도 활짝 열려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 메트 오페라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등 뉴요커의 문화생활을 떠올리며 뉴욕 여행을 검색한다.

뉴욕에서의 삶은 뉴요커에게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갖가지 공연이 열리는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간식과 돗자리를 챙겨 뉴욕 필하모닉의 무료 공연을 보기 위해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로 향하고, 무료 셰익스피어 연극Free Shakespeare in the Park을 보기 위해 줄을 선다. 무료입장 시간에 맞춰 친구들과 미술관 앞에서 만나고 ‘뉴욕 레스토랑 위크NYC Restaurant Week’에는 손꼽아 기다리던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다양한 문화 행사가 뉴욕 문화생활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에 뉴요커들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현지인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들은 도시 곳곳에 활력이 넘쳐나게 만들고, 뉴욕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며, 나아가 특정 기간에 뉴욕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뉴욕의 문화기관은 비영리 단체이기에 세금이 면제되며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중이 문화 행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이어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까지 차례로 뉴욕의 주요 미술관이 입장료를 30달러(한화 약 4만 원)로 인상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높아져 2023년에는 평균 135달러(한화 약 18만 원)를 기록했다. 2024년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이 16달러(한화 약 2만 2천 원)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에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관은 무료입장과 할인 행사 등을 기획한다.

가장 먼저 입장료를 인상한 휘트니 미술관은 올해 1월부터 무료입장 요일을 하루 더 늘렸다. 휘트니 미술관의 디렉터 스콧 로스코프Scott Rothkopf는 지난 12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입장료가 (미술관의) 접근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기부형 입장pay-what-you-wish 역시 모든 사람이 편하게 이용하는 정책이 아니기에, 직관적으로 연령과 거주지와 관계없이 조건 없는 무료입장 시간을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일반 대중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미술관의 취지를 전했다. 미술관은 일차적으로 현지 대중의 발걸음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뉴욕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부담 없이 발걸음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하는 이벤트의 일환이 되고, 많은 여행객이 이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게 하려는 노력은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또 다른 기관인 공원, 비영리 단체인 공연장에서도 이뤄진다.

여름 시즌 링컨센터에서 여는 무료 축제 ‘Summer for the City’ ⓒLincoln Center

덕분에 뉴욕의 공원은 여름 내내 무대를 세워 무료 공연을 열고, 링컨센터 같은 공연장은 ‘Summer for the City’ 같은 무료 축제를 기획한다. 매년 여름 열리는 문화 행사는 평균 티켓값이 300~400달러에 달하는 메트 오페라와 뉴욕 필의 공연을 부담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센트럴 파크·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등 뉴욕의 공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야외 공연이 돼 여행객을 도시의 매력에 반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뉴욕은 예술 외에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요리부터 최고급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식문화 역시 발달한 도시다. 수많은 레스토랑이 발길을 잡아끌지만, 세금과 팁이 추가로 계산되는 레스토랑에서의 외식은 뉴요커에게도 종종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 이들에게 다양한 요리와 다이닝 문화를 부담 없이 즐기게 해주는 행사가 바로 뉴욕 레스토랑 위크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는 1992년 일회성으로 기획됐지만, 당시 19.92달러(2022년 42달러, 2024년 현재 30/45/60달러 옵션으로 변화)라는 합리적인 금액에 다양한 레스토랑의 요리를 코스로 맛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어 3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를 기회로 뉴요커들은 평소에 가지 못하던 고급 레스토랑을 찾거나, 낯설게 느껴지는 요리를 시도하곤 한다. 그리고 세계 곳곳의 미식가들은 이 기간에 뉴욕을 찾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계 요리를 즐기는 여행을 하는데, 최근 뉴욕관광청New York City Tourism + Conventions은 이 기간을 ‘뉴욕 호텔 위크NYC Hotel Week,’ ‘뉴욕 브로드웨이 위크NYC Broadway Week’와 함께 홍보하며 여행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K-팝, 드라마, 영화 그리고 음식을 통해 점점 많은 여행객이 서울을 찾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서 본 서울의 삶을 찾아온 여행객에게 매력적인 경험은 한강 변의 야시장과 홍대 앞 버스킹, 청계천의 화려한 조명과 눈 내린 덕수궁 돌담길 등 오직 이 도시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놓치고 있는 서울 생활과 문화 행사의 조각을 잘 엮고 다듬다보면 서울 시민의 삶에 예술을 더하고, 여행객의 눈에 더욱 다채로운 서울의 색깔을 비추는 기회가 되지 않을지 기대해본다.

글 칼럼니스트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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