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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무’와 ‘무한’이 만나 펼치는 난장

쿼드 초이스-서도와 은미

조선팝의 창시자인 서도밴드의 프론트맨 ‘서도’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안은미’. 두 예술가가 합심해 오는 7월 7일부터 9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만병통치락樂>을 선보인다. 어느 무더운 날 ‘서도와 은미’의 작당모의가 이뤄지는 한 연습실을 찾아갔다.

<만병통치락樂>은 어떤 공연인가.

은미 모든 병을 낫게 하는 약을 만병통치약이라고 한다. 공연을 보는 모든 관객의 몸이 나을 수 있을 만큼 신성한 파워를 가진 즐거움을 주자는 뜻에서 공연명을 ‘만병통치락樂’으로 지었다. 우리 공연은 비주얼이 주가 되지만 서도의 노래로 사운드가 가득 차고 일곱 명의 무용수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다. 한마디로 비주얼-사운드-보디의 총체극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초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전통 장르의 공연을 해 보자고 연락이 왔는데, 바로 서도가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판소리를 배운 서도의 목소리에는 슬픔과 듣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기운이 있다. 이번에는 밴드 사운드를 빼고 오직 서도의 소리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연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서도 지난해 양평에서 열린 <페스티벌 다다: 양강섬예술축제>에서 처음으로 같이 공연한 직후에 선생님께서 옷 좀 잘 입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주신 적이 있다. 캐릭터가 정말 뚜렷한데 무대에서 옷이 아쉽다고.(웃음) 그때를 계기로 이번 무대에 나를 떠올리신 것 같다. 밴드 없이 ‘서도와 은미’로 공연을 올린다고 하니 주변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통 소리를 안 한 이후로 이렇게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은 처음 해 본다. 여러모로 신나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연출노트에 ‘관객에게 익숙한 음악을 서도의 소리로 다시 만들어 새 옷을 입는다’고 적혀 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은 어떤 음악을 만나게 될까.

서도 지나간 가요를 위주로 세트리스트 구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윤시내·정미조·정훈희· 김추자와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여걸女傑들의 노래를 나만의 스타일로 꾸며보고 있다.

은미 일단 서도 목에 편한 노래를 선곡해야 한다. 타인의 노래 위에 자기 목소리를 더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다. 서도가 골라온 노래에 맞춰 안은미컴퍼니 단원들이 함께 움직임과 연출적인 효과를 찾아가고 있다.

음악과 무용이 만나 비주얼이 주가 되는 공연이라니! 무대의 각종 요소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을 것 같다.

은미 아까 서도가 옷 얘기를 잠깐 꺼냈지만, 나는 내 스타일의 때때옷을 다른 아티스트에게 입히는 것이 좋다. 알록달록 곱게 만든 아이의 옷을 때때옷이라고 부르는데, 서도에게 맞는 때때옷을 찾으려고 스타일리스트 발코,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이첼과 고민하고 있다. 길고 가느다란 몸에 맞는 옷감의 무게, 서도가 자주 하는 제스처, 소리할 때 힘을 받는 자세와 곡의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를 신경쓰고 있다. 무대로 넘어가면 객석을 편의점 노상 자리처럼 깔아놓으려고 한다. 플라스틱 원형 테이블과 현란한 색깔의 의자를 놓고 마치 술을 마실 것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을 관람했으면 좋겠다. 극장 로비는 의상 쇼룸처럼 만들 거다. 안은미컴퍼니 의상이 꽤 강렬하지 않나. 공연 전후로도 눈이 즐거울 거다.

현란한 비주얼에 여성 디바의 노래라니, 드래그 공연이 연상되기도 한다.

은미 사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드래그drag를 하고 있다. 인간은 원래 누드로 태어났지 않나. 모두 가짜 옷을 입고 사는 거다. 공연을 안은미 스타일의 드래그로 볼 수도 있겠다.

안은미의 공연은 관객을 가만두지 않고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공연을 더 잘 즐기기 위해 관객에게 미리 전할 팁이 있다면.

은미 일단 극장에 오시는 게 중요하다.(웃음)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꾸며보고 있다. 하지만 꼭 일어나서 춤추고 뛸 필요는 없다. 강요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충분히 대신 뛰어논다.(웃음) 어차피 우리가 객석 여기저기서 나오기 때문에 관객은 자리에 앉아서도 다양한 몸의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다. 두리번거리고 뒤돌아보고 기웃거리기만 해도 그게 춤이 된다. 어떻게든 움직일 순 있을 거다. 편안한 공간 속 아티스트와 가까이에서 깊은 사운드와 멋진 움직임을 직접 체험하는 게 <만병통치락>이다.

서도 그동안 해온 공연은 최장 이틀이었는데 이번엔 사흘을 한다. 어릴 때부터 계속 음악을 하고 무대에 서왔지만 3일을 내리 노래하는 건 처음이라 내게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다. 안은미 선생님이 똑같은 공연을 매일 해도 매일 느끼는 게 다르다고 하셨는데, 나도 공감한다. 열심히 준비할 테니 매일매일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서도가 보는 은미는, 그리고 은미가 보는 서도는 어떤 파트너인가.

서도 안은미 선생님은 ‘무’다. ‘안은미’를 떠올리면 화려하고 비비드한 이미지가 먼저 생각나지만, 선생님을 보고 있으면 여러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오는 게 보인다. ‘무’의 상태이기 때문에 선생님과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머리카락을 없애시기도 했고.(웃음)

은미 그렇다면 나는 서도를 ‘무한無限’이라고 하겠다. 서도는 앞으로 할 게 너무 많다. 재능도 많고 매력도 있고, 자기만의 장르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번엔 나와 만나 <만병통치락樂>을 하지만, 이후에도 여러 아티스트와 만나 다양한 장르를 공부하고 무대를 수행 장소 삼아 많이 느끼고 배우면 좋겠다. 서도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도와 은미 <만병통치락樂>

7월 7일부터 9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

연재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사진 Wo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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