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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안무가의 관록, ‘쿼드 초이스’의 실험과 만나다

개관 2년 차를 맞이한 대학로극장 쿼드가 올해 12편의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쿼드 초이스’라 이름 붙인 프로젝트로 예술성과 인지도를 두루 갖춘 예술가를 초청, 우수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5월에는 안무가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색깔의 작품을 준비했다. 안수영 안무 <뉴턴의 3법칙>은 2015년 초연한 작품을 쿼드 공간에 맞는 프로덕션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 안무가 안성수는 레퍼토리 <도발>과 신작 <Senor Chapita>, 박호빈은 신작 <돌연,>을 준비하고 있다. 블랙박스 극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만큼이나 ‘무용’이라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동시대적 춤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쿼드 초이스’는 오는 7월과 9월, 안은미×서도, 무토MUTO×입과손스튜디오, 신유청 연출의 신작 등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8월과 12월에는 각각 ‘쿼드 다이브’와 ‘쿼드 사운즈’로 일렉트로닉, 얼터너티브 국악, 클래식 음악 앙상블 등 공연을 선보여 대학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선보인 안성수의 안무작 <스윙> ⓒ황승택

안성수 안무
<도발>
<Señor Chapita>

5월 25/26일
쿼드의 첫인상
아직 실제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상태다. 다만 사진이나 각종 시설 정보로 본 쿼드는 무대와 객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극장이라는 생각이다.

다작의 원동력
함께 작업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안성수 스타일’과 안무법
공부하던 중에 무용 공연을 보고 뭔가 몸으로 만들어서 편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안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간 꾸준히 작업했고, 그중에서도 내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2004년 <선택>, 2005년 <볼레로 2005>, 2009년 <장미>를 꼽을 수 있다. 이때의 연이은 작업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본다. 최근작 중에는 2019년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선보인 <검은 돌: 모래의 기억>이 마음에 든다. 나의 안무 작업은 일반적인 무용 작품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리서치 기간만 해도 <장미>의 경우 1년 반, 2016년 초연한 <혼합>은 4년이 걸렸다. 또한 창작 작업에 있어 내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동료들과의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무용수의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작품을 만들 때는 특정 장르의 음악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취향에 맞는 노래와 음악, 개중에서 특히 구성composition이 잘 된 음악을 선호한다. 음악 구성 안에 안무가 보이는 음악이 있다.

창작의 영감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 음악, 때때로 영화, 시대적 상황… 그리고 아이가 어릴 적 즐겁게 노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작품 소개
5월 쿼드에서는 두 편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2년 초연해 지금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작품 <도발>은 작곡가 라예송과 무용수 장혜림의 듀엣으로, 라예송의 라이브 연주와 노래에 장혜림의 춤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될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혼합된 미니멀한 작품이 되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2023년 신작 <Senor Chapita>는 여성 무용수 5명이 참여하는 유쾌한 수다 같은 작품이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안성수의 작품, 편안하게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안수영 안무
<뉴턴의 3법칙>

5월 19/20일
쿼드의 첫인상
외관은 예전 동숭아트센터 그대로인데, 극장 내부는 완전히 새로워져서 놀랐다. 최고의 시설이라 할 만한데, 무대를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가변형 공간이다 보니 연출에 따라 객석 또한 동서남북 어디든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연 아이디어가 샘솟더라. 이미 한 차례 초연한 뒤 재공연하는 <뉴턴의 3법칙>과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한 쿼드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좋은 시너지를 일으키리라 기대한다.

작품 소개
2015년 공연예술창작산실에서 초연한 <뉴턴의 3법칙>은 뉴턴이 발견한 운동 법칙을 모티프로 한다. 여러 상황을 무용의 움직임으로 만들고, 그 움직임을 활용해 관객에게 강연하는 형식의 작품이다. 뉴턴이 일상에서 운동 제3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작품 역시 일상생활과 현재 우리의 삶을 연결해 그 속에서 예술을 발견하려고 했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2014년, 홍은예술창작센터(현 서울무용센터) 상주단체로 지낼 때였다. 밤새워 연습하고 2층 발코니에서 아침 새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던 때다. 홍은동이라는 동네가 자아내는 고요함 속 산뜻한 참새 소리. 그때 문득 ‘반향reflection’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 같다. 여러 반향 현상을 리서치하고 무용수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에 작용-반작용 원리로 춤을 발전시켜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 작품이 탄생했다. <뉴턴의 3법칙>은 예술과 과학을 융합해 과학적 지식과 무용이 주는 감동을 함께 전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저 즐겁게 보고 가셨으면 한다.

과학+춤의 결합
처음부터 과학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일상에서 춤의 영감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온 듯싶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작품을 구상할 때는 무작정 동작을 만들기보다 논문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보면서 두 달가량은 공부만 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움직임 만들기는 쉽더라.

춤을 위한 대사, 무용을 위한 연극
여전히 대부분의 관객에게 현대무용에 관해 물어보면 ‘난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난해함을 편안한 즐거움으로 바꾸고 싶었다. 작품을 통해 동작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주제를 공유하고 싶었고, 발화를 통해 소리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움직임이 어우러지면서 함께 느껴지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무대 위에서 발화되는 대사는 관객이 이미 알고 있지만 지나친 것들을 상기하는 효과를 주려고 했다.

안무의 영감
처음 안무를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트렌드를 익혔다. 보고 또 볼 정도로 좋아했는데, <무한도전>을 통해 보고 들은 위트와 장르가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든 것 같다. 시대 흐름을 읽는 김태호 피디의 감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30대 중후반부터는 내 삶에 연결된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사람, 환경, 상황, 장소, 말투, 제스처, 음악 등등…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을 맴도는 것들은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덧 내게 보물 같은 안무노트가 됐다.

박호빈 안무
<돌연,>

5월 27/28일
쿼드의 첫인상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극장이 아니라 블랙박스 극장이라 신선했다. 텅 빈 무대를 봐서인지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열려 있다고 느꼈다. 서강대학교 메리홀이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처럼 객석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봤다면 평범한 블랙박스로 여겼을 텐데, 박스형 공간 전체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보니 뭔가 흥분이 고조되는 느낌이 있었다. 실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고.

연극과 영화, 다양한 장르의 작업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일반적으로 연극을 준비할 때는 인물 분석을 먼저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특정 인물의 내면세계라든지 심리학 전반에 흥미를 느꼈고, 나아가 신화나 영적인 세계까지 관심을 가졌다. 그런 관심사 덕분에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하게 해석하는 방식을 배웠다. 영화 작업도 꽤 했는데, 영화는 편집을 이용해 연출을 만들고 장면을 구성하는 것이 흥미로운 장르다. 그래서 무용에서도 시공간의 변화를 만들고 서사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여러 경험을 통해 단순히 연극의 구조와 스토리텔링만 익힌 게 아니라, 무용 작품에 있어 연극적 색채를 가미하는 법, 그리고 인물 관계를 흥미롭게 구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댄스씨어터 까두를 시작으로 초창기에는 다매체 장르와 복합적인 총체극을 선호했고, 제로포인트모션 활동을 비롯한 요즘은 나의 색채를 조금 줄이고 다른 이들과 협업하며 만들 수 있는 것들에 주력하고 있다.

안무가/무용수 이중생활
요즘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어느 정도 무용수로 생활하면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안무가가 되는 수순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안무가와 무용수의 경계를 구분하고, 역할을 구별했다. 안무가는 작품 밖에서 연출가의 시각,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웬만하면 무대에 오르는 것을 자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의 컴퍼니 개념과 달리 최근에는 프로젝트팀 단위로 작품을 만들고, 또 신체의 움직임 자체에 주목하는 작품을 하다 보니 직접 무대에 서는 일이 왕왕 있다. 연출가 겸 안무가 겸 무용수로.

나에게 ‘춤’이란
몇 년 전부터 대동여지도를 그리는 마음으로 야산에서 명산까지 여러 산을 오르내리는 산행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산을 타는 행위 자체를 춤으로 본다. 반듯한 마룻바닥 연습실에서 춰야만 춤이 아니고, 극장이나 어떤 공간에 들어가야만 공연이 아니고, 널린 공간 어디에서나 내가 존재로서 하는 모든 행위가 춤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소개
성 정체성 혹은 성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성 정체성을 다루는 작품이 정말 많아진 듯하다. 나 역시 2002년과 2007년 <꼬리를 문 물고기>를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성 정체성을 다루는 작품을 몇 차례 발표했다. 단순히 정체성이나 이분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아니마/아니무스 개념, 나카자와 신이치의 『곰에서 왕으로』에서 등장하는 자연과의 상실된 유대 관계 등등 성 정체성을 큰 맥락으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최근 들어 성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10여 년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느끼기 때문에, 2023년 현재에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작품의 제목은 <돌연,>이라고 지었다.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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