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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5월호

기업-예술단체 커플을 찾습니다

서울메세나 지원사업

2022년 메세나 지원사업 선정
정형일 Ballet Creative -
(주)비즈케어앤컴퍼니 <제4회 아시아 컨템포러리 발레 축제>

2022년 우리나라의 기부 순위는 119개국 가운데 88위라는 결과가 나왔다.(2022년 영국자선지원재단 조사 결과) 2011년에는 57위였는데, 10년 사이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기부 활성화를 위해 이전보다 노력하고 있음에도 왜 세계기부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일까?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시행한 ‘기부하지 않는 이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는데,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해서’라는 답변이 2013년부터 급격히 상승(2015년 18.2% → 2017년 39.3%)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몇몇 기부처가 신뢰를 잃을 만한 굵직한 사건이 있었는데, 좋은 취지로 낸 기부금이 기부처의 부정 사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큰 충격이자 기부 문화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반영된 것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개인 기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2021년 처음으로 개인 기부자의 기부금이 10조 원을 넘겨, 기업 기부금이 주춤한 시기임에도 2020년보다 전체 기부금이 1조 2천억 원 늘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도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보면 기부에 대한 시민의식은 점점 고양되고 바람직한 기부 문화가 안착하고 있는 듯하다. 그에 반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기업 기부금은 안타깝게도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240억 원 감소했다. 더욱이 문화예술 분야는 가장 활성화가 부족한 기부 항목이다. 그렇기에 문화예술을 활용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기업 기부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문화재단을 포함한 여러 문화예술기관과 예술단체가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커플이 함께 지원해요

서울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을 운영해 매년 23~27개 기업과 예술단체를 짝지어 지원해왔다. 그렇게 지금까지 271개 작품·프로젝트의 창작과 발표가 이뤄졌으며, 최근 3년2020~2022 동안 기부금 연평균 4억 2,300만 원을 유치했다. 단체당 기업 기부금 1,700만 원이 전달된 것으로, 여기에 평균 1,250만 원의 재단 지원금이 추가 지원돼 공연·연극·전시 등 다양한 예술 창작과 시민의 문화 향유에 사용됐다.
종종 서울문화재단이 예술단체에 직접 기업을 매칭해주는 것인지, 이미 기업 후원을 받는 예술단체를 재단이 추가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문의를 받는다.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은 기부·후원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기에 예술단체가 직접 후원 기업을 찾아야 한다. 예술단체와 짝꿍이 된 기업도 함께 신청해 예술단체를 지원할 만큼 후원 역량이 있는지 등을 심사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마치 예술단체가 어렵게 모신 기업에 대한 배려 없는 대우로 보일 수 있겠지만, 예술단체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작품에 기업의 상품과 연결한 상업적 의도가 담기지는 않았는지, 지원금 매칭을 위한 특수 관계는 아닌지 등을 검토해 순수한 문화예술 후원임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메세나의 궁극적인 취지는 결국, 기부·후원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문화예술에 쓰이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기부 활성화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정된 기업은 서울문화재단과 공동 후원을 통해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예술단체는 직접 기부 기업을 물색해 자생하고 지속할 수 있는 예술 생태계 조성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2022년 메세나 지원사업
선정 (사)라벨라오페라단 -
APS홀딩스(주) 키즈오페라 <푸푸게노! 똥 밟았네?>

롱런하는 커플을 위하여

초반에 뜨겁게 타오르면, 금방 식어버린다. 천천히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며 함께 성장해가야 오래가는 커플이 될 수 있다. 예술단체는 창작과 발표를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은 메세나 활동과 홍보·마케팅 효과를 기대한다. 이렇게 예술단체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통한 결과의 기대치는 차이가 있다.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은 그 간극을 좁혀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고자 재정 지원 외에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첫째, 문화예술 전문가 모니터링을 시행한다. 예술단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예산을 확인하고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작품부터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해 피드백을 제시한다. 행정 체계에서 좀 더 세심하게 예술단체를 바라보고 작품의 예술성·완성도 등을 높이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생각보다 비평에 보수적이다. 모니터링은 평가가 아님에도, 어떤 단체는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건전한 피드백이 오고 가며 나아가 예술계 전체가 성장하면 좋겠다. 둘째, 예술단체가 기업 예우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후원 기업 임직원이나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선정 프로젝트·작품과 엮어 그 예우를 소수가 아닌 사회 전체에 다양한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메세나로 시작하게 된 예술단체의 프로젝트·작품이 또 다른 메세나를 낳는 씨앗이 되며, 입체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후원 기업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은 매년 2~3월 공모가 진행된다. 올해 역시 유수의 기업과 단체가 함께 지원했고, 심사 과정을 거쳐 5월 첫째 주 중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사업과 동일한 형식의 매칭 지원 사업은 한국메세나협회를 비롯해 타 문화재단에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관심 있는 기업과 예술단체는 함께 짝꿍을 지어 지원하길 바란다. 커플이 성사된 것에 그치지 말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보며 롱런하는 커플, 베스트 커플이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

양지현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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