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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4월호

홍콩의 예술적인 재도약을 기대하는 이유

미술관과 쇼핑몰을 합쳐놓은 구조의 K11 MUSEA ⓒRonald Lu & Partners

홍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맛있는 음식, 고층 빌딩, 바쁘게 움직이는 금융인의 모습, 즐비한 쇼핑거리.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면 바로 미술 애호가들이 작품을 사고파는 모습일 것이다. 특히 3월은 홍콩의 미술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홍콩으로 모여드는 특별한 시즌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라 불리는 아트 바젤Art Basel이 홍콩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홍콩이 미술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다른 국가와는 다른 특별한 배경이 존재한다. 보통은 도시로 이주한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예술공간이 형성되고 이후 미술관· 갤러리와 같은 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소위 말해 ‘예술신scene’이 형성된다. 하지만 홍콩의 미술은 경매로 시작됐다. 크리스티·소더비 같은 메이저 경매사가 홍콩에서 경매를 개최하면서 그 뒤 서구의 굵직한 대형 갤러리들이 홍콩에 지점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970년 스위스에서 출발한 아트 바젤의 첫 번째 아시아 지점으로 홍콩이 지목되면서 홍콩의 예술은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홍콩은 아시아의 아트 바젤 개최국이 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무관세 정책을 들 수 있다. 중국이 미술품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홍콩은 수출입 관세를 없앴다. 그 때문에 미술품을 매매할 때 세금 부담이 적고, 이는 컬렉터에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홍콩은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비행기로 4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또한 홍콩은 영어 소통이 원활해 언어 장벽이 낮은 편이다. 이런 조건으로 인해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라도 홍콩에 유수 갤러리를 유치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려는 것이다.

2021년 개관한 M+의 입지 ⓒKevin Mak/HdM

하지만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도시였던 홍콩은 코로나19 이후 엄격한 방역 정책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때문에 올해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의 성과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거나 더 이상 홍콩이 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잃었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홍콩이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예술의 중심지가 되고자 준비하는 모습으로 분주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로 2021년 11월에 개관한 뮤지엄 M+를 이야기할 수 있다. 2006년 미술관 설립이 확정된 이후에 무려 15년간 준비를 거쳐 오픈한 M+는 동시대 미술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야심 찬 포부를 담고 있다. 특히 M+ 정도련Doryun Chong 부관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20세기 미술관 그 이상more than museum의 21세기형 기관이 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회화·조각 등 순수미술뿐 아니라 디자인·건축·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까지 모두 아우르는 현대미술관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걸맞게 오픈한 지 2년 차에 접어든 M+에서는 그간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여왔고, 한화 약 772억 원에 낙찰된 NFT 아트의 주인공 비플Beeple의 실물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등 미술관으로서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그뿐 아니라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에는 새로운 거대 문화공간이 몇 군데 더 생겼다. 대표적으로는 K11 MUSEA가 있다. 미술관과 쇼핑몰을 합쳐놓은 구조로, 쇼핑하면서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K11 MUSEA는 전 세계 유명 예술가 100여 명이 모여 만들었고, 그 덕분에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독특한 공간 구성을 자랑한다. 전시 작품 또한 매번 바뀌기 때문에 마치 쇼핑몰이나 미술관에 들르듯 자주 방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외에도 홍콩 고궁박물관Hong Kong Palace MuseumM을 상기할 만하고, 한국의 아르떼뮤지엄이 홍콩에 진출하기도 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미술품 거래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예술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한 더 큰 차원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홍콩에 거주하며 느끼는 분명한 점은 아트 바젤의 성과와 무관하게 홍콩이 그려가는 새로운 예술적인 움직임이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갤러리와 미술관, 도시를 채우는 공공미술, 곳곳에 세워진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의 조화로 이 도시가 그려나갈 예술신을 기대해본다.

글 널 위한 문화예술 COO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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