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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4월호

취향에 가치와 의미가 더해질 때

DPS컴퍼니와 M컬쳐컴퍼니의 좌석 기부 프로젝트

요즘 M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부 방식은 ‘기부런’(마라톤과 결합한 기부 캠페인)과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라고 한다. 재미 요소를 갖춘 체험 또는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것이 기부로 연결돼 개인의 취향에 가치와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엠브레인의 ‘2022 기부 경험 및 기부문화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게 호감이 가는 기부 참여 방식은 ‘구매 금액 일부를 기부로 전환’(36.8%), 마라톤과 같은 ‘체험 활동을 통한 기부’(34.4%)라고 한다. 조사 결과에서도 최근의 기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학로에서도 이러한 기부 방식을 활용한 관객 참여형 기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DPS컴퍼니 연극 <운빨로맨스>, M컬쳐컴퍼니 연극 <라면>의 좌석 기부 프로젝트다.


‘힘내라 대학로’ 문구가 새겨진 기부석



M컬쳐컴퍼니 연극 <라면>

“힘내라 대학로!”

DPS컴퍼니와 M컬쳐컴퍼니는 코로나19로 침체한 공연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자, 대학로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좌석 기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힘내라 대학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2022년 9월부터 1년간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프로젝트로 조성된 기부금은 대학로 공연예술계를 위해 서울문화재단에 전액 기부하며, 연극 <운빨로맨스>, <라면>의 회차별로 지정한 6석(공연별 각 2석·4석)의 판매 수익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소수의 좌석 판매 수익 기부나 좌석 나눔은 종종 있었지만, 연중무휴 공연되는 전 회차의 지정석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부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몇 년간 우리는 팬데믹으로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 1위가 대학로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중·소극장 공연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DPS컴퍼니와 M컬쳐컴퍼니는 그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대학로 공연예술계를 위해 기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DPS컴퍼니는 2016년부터 40여 편의 작품을 기획·제작·홍보해온 공연 전문 회사로, 2021년 <운빨로맨스>라는 작품으로 첫 자체 제작 공연을 선보였다. M컬쳐컴퍼니는 2019년에 창립해 <행오버>, <셜록홈즈> 등 공연을 기획·제작했으며, 현재 연극 <라면>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DPS컴퍼니의 좌석 기부 프로젝트는 회사 창립 초기부터 시작됐다. 공연을 향한 관심을 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2018년부터 입양아동을 위한 사업, 저소득층 주거 복지 등을 위한 여러 기부 활동을 해온 것이다. 티켓 판매 수익이 높아서, 사업 운영의 여유가 있어서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객석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를 기부하는 것은 이들이 가장 잘하는 ‘공연’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서다. 수익이 나는 만큼 그 안에서 기부를 실천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M컬쳐컴퍼니가 2022년부터 좌석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DPS컴퍼니 연극 <운빨로맨스>

‘갓생’을 꿈꾸는 MZ세대와 함께

기부 방식도 특별하다. 티켓 수익 일부가 아니라 좌석을 예매하는 관객까지도 기부에 참여하도록 했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기부석은 VIP석 기준가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관객은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좌석을 선택할 때 ‘힘내라 대학로’라는 문구와 함께 ‘기부석’으로 구분된 좌석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공연장을 찾아 ‘힘내라 대학로’ 문구가 붙은 기부석에 앉은 관객들은 함께 슬로건을 외치기도 하고, 기부 참여에 대한 뿌듯함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보면서 문화예술 기부 활동에도 관심을 두게 되고, 자연스럽게 기부의 문턱도 낮춰진다. 그래서인지 이 기부석은 대부분 가장 먼저 팔린다고 한다.
좌석 기부 프로젝트의 인기는 ‘갓생’ 문화와도 연결된다. ‘갓생’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으로, ‘갓god(신)’과 ‘인생人生’을 합친 신조어다. 열심히 살아가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기는 ‘갓생’ 문화가 확산했다고 한다. ‘갓생’의 시대에는 소비 영역에서도 가치를 추구하며,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효능을 느끼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기부 문화에서도 ‘갓생’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듯 좌석 기부 프로젝트는 인기 있는 기부 참여 방식과 ‘갓생’에서의 가치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며 MZ세대의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진행된 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총 1,697석이 판매됐고, 약 1,600만 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매월 관람객 400여 명이 기부에 참여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올해 8월까지 계속되며 5천여 명 이상 관객이 기부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중무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연과 함께하는 기부 문화가 문화예술계를 넘어 개인의 일상에서도 일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팀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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