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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연극인들은 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에 반대하나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 쟁점

지난 6월 24일 서계동 국립극단 잔디마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추진 중인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 에 반대하는 연극인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연극단체들의 성명서 낭독과 자유 발언으로 진행됐는데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주요 쟁점은 임대형민자사업1‘임대형민자사업’은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되 운영권은 정부가 소유하는 형태의 사업을 뜻한다. 건설(Build), 이전(Transfer), 임대(Lease) 순으로 이뤄진다고 하여 BTL 사업이라고도 한다.의 상업성,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공간의 정체성 없음, 국립극단 정책 부재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의 근간에는 이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비판이 놓여 있다.

지난 6월 24일 국립극단 앞마당에서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 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가 된 것은 문체부가 지난 5월 25일과 26일 연극계와 이외 장르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 공청회(2차)에서였다. 이미 모든 계획이 수립되고 건물을 짓고 운영할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둔 때였다. 집회가 열린 6월 24일에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장르를 나누지 않은 문체부의 3차 공청회가 있었는데 이날 집회를 개최한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문체부 계획에 항의하는 뜻에서 3차 공청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계동 기무사 창고터의 우여곡절

문체부의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은 문화예술공간과 예술인 전용 행복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예술공간은 임대형민자사업으로, 행복주택은 민간 참여 공모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결론, 아니 이러한 계획에 이르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재 국립극단이 사용하는 서계동 부지는 국방부가 기무사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다. 국립극단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2010년으로, 국립극단이 국립극장 상주단체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기무사가 사용하던 창고를 개조해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 그리고 연습실 두 곳을 설치하고 운영해 왔다. 국립극단 독립 과정에서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단원제 폐지도 쟁점이었다. 반대가 있었지만 백성희장민호극장 명명으로 국립극단 원로배우를 예우하고 단원제 폐지 이후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무마됐다. 하지만 국립극단이 기무사 창고에 처박혔다는 비판부터 시설 자체의 문제까지 공간의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 두 극장이 개관하고 공연이 올랐을 때 창고 건물이던 이곳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바로 옆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리 등 소음이 종종 극장 안으로 파고들었다. 준비 없는 분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여곡절은 국립극단 운영에만 있지 않았다. 국립극단 이전 이후 공간 개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소유권, 도시계획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었던 것. 먼저 소유권이다. 2016년 문체부는 국방부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는다(국유재산 유상관리 전환). 그 와중에 2017년에는 서울시가 서계동 일대 지구단위 계획을 고시하면서 용적률 등의 제한을 받게 된다. 2019년에는 문체부와 국토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행복주택 연계 개발을 확정한다. 예산 확보의 과정도 있다.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 2018년 민간투자 적격성 검토, 2020년 민자사업 한도액 국회 승인(1,040억 원), 2021년 민자사업 한도액 증액 국회 승인(1,244억 원), 2021년 민간투자심의 등을 거친다.
대규모 시설 조성 사업인 만큼 문체부의 정책 결정만이 아니라 지자체, 타 부처와의 조율과 예산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경과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사업 진행의 복잡한 절차에서 정작 그 공간을 사용할 시민, 예술가들과의 논의는 빠져 있다. 3차 공청회에서 왜 이렇게 뒤늦게 공청회를 여느냐는 참여자의 질문에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문체부 예술국장은 공청회 개최는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답했다. 법이 문제인가, 행정이 문제인가.

손정우 한국연극협회장이 공공극장 위상에 맞지 않는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계획1
구분 주요시설
공연시설 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소극장(100석, 200석, 300석)
복합문화시설 전시실, 도서관, 자료실, 창작공간 등
업무시설 운영기관 및 국립극단 사무실, 민간임대 공간 등
판매 및 근생시설 식당, 카페, 판매점 등 민간 수익시설
행복주택 예술인 전용 행복주택 1~2인용 200호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계획2
구분 주요시설 면적
대공연장 ● 1,200석으로 구성
● 뮤지컬, 오페라, 음악회에 적합하게 계획
6,873㎡
중공연장 ● 500석으로 구성
● 연극, 중·소 규모 공연, 콘서트 등에 적합하게 계획
4,774㎡
소공연장 ● 100석, 200석, 300석으로 구성
● 연극, 소규모 공연, 실험극, 독주회 등
● 블랙박스 형태로 200석과 100석은 단독또는 혼합 사용, 창작을 위한 다양한 객석형태와 무대 구상
5,539㎡
임대형 민자사업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전용극장

6월 24일 개최된 3차 공청회는 2차 공청회에서 나온 비판에 대한 추가 설명에 가까웠다. 임대형민자사업은 민간자본이 투여되지만 소유권은 문체부로 이전되며 20년간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고가 투입되는 만큼 국고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체부의 설명에 따르면 즐비한 상업공간 사이에 더부살이하는 극장이라는 연극계의 우려는 세부 공간 조성부터 운영까지 어떠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어떻게 견지할 것인지의 문제일 것이다.
한편 공연시설 운영에 대해서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도 중극장·소극장은 국립극단이 사용하게 될 것이고, 현재보다 시설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체부 예술국장의 구두 설명 외에 공청회 자료 어디에도 이러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서 국립극단 정책은 무엇인지 명시돼 있지 않다. 공청회에 참여한 장르별 단체에서는 각 장르 전용 공간 부족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청회의 이러한 진행은 매우 우려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문체부가 장르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공청회 현장에서 지적됐다. 연극계의 비판을 장르 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연극계가 요구하는 국립극단 전용극장은 장르 이기주의인가. 공청회 현장에서 앞다퉈 나왔던 것처럼 공연예술 현장은 항상 극장 부족을 이야기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창작 과정에 충분히 투자하고 관객들을 안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극장의 부족을 말하는 것이다. 전용극장에 대한 요구는 배타적 사용권 주장이 아니라 완성된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기 전 창작 과정을 폭넓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관현악단을 전속단체로 두고 있는 국립극장은 지난해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을 마쳤는데 이 기간 극장 마당 지하에 전속단체들의 연습 공간을 증축하는 공사도 수년간 함께 진행했다. 전용극장, 창·제작극장에 대한 요구는 단지 시설 좋은 건물을 지어놓고 골고루 나눠 쓰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국립극단. 연극계에도 국립극단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다. 국립극단 위상 폄훼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렇다. 국립극단의 위상은 크고 화려한 건물로 세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여 년간 창고 건물을 개조한 극장에 오른 그 많은 작품은 무엇이란 말인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린 예술가들, 공연을 함께 지켜본 관객들, 그리고 공간 운영과 제작에 투여된 국민의 세금. 그 시간을 밀어내고 국가가 (임대형민자사업을 우회해) 국민의 세금으로 크고 시설 좋은 무언가를 만들 것이고 거기 어딘가에 국립극단이 사용할 수 있는 극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것이다. 국립극단은 그저 국가의 세금만 투여되면 뚝딱뚝딱 공연을 만들어내는 공장인가 말이다.

국립극단 서계동 부지는 국방부가 기무사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다.

김소연_연극 평론가,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 사진 제공 한국연극협회,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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