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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하는 우리의 초상 전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과 〈에바 알머슨, Andando〉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역사의 뿌리를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지금의 나, 그리고 먼 미래 우리의 얼굴을 본다. 시간은 세상 만물을 변화시키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인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에서 ‘우리’로 여행하면서 진화해 왔다. 지나온 시간은 문신처럼 남아 ‘지금, 우리’라는 존재를 만들고 미래 인류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우리가 무엇이 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1 전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국새 준명지보
2 문인석
3 덕혜옹주 당의
잃어버린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 7.7~9.25 |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은 피, 땀, 눈물의 결정체다. 환수 문화재 40여 점에는 사라진 시간의 향기와 아픈 역사의 곡절이 묻어 숨쉰다. 덕혜옹주가 입었던 녹색 당의와 붉은색 스란치마에는 조선 최고의 복식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개인 소장자로부터 구입했다는 고려 나전칠기 모자합母子盒의 국화와 넝쿨무늬 문양은 시간의 강을 건너 생생하게 살아났다. 조선 후기 보병들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면피갑은 면 안쪽에 가죽 갑찰을 이어 붙여 만든 갑옷인데, 갑옷 안쪽에 착용자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묵서가 남아 있다. 그 이름을 보면서 이 면피갑을 입었던 조선의 병사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해 본다. 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던 면피갑을 2017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한국문화재 전수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고, 수도원 측이 갑옷을 기증하면서 우리나라로 반환됐다고 한다. 세종대에 집현전 관리를 지낸 이선제의 분청사기 상감 묘지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지 반세기 넘어 고향으로 돌아온 사연도 감동적이다. 문화재 자체도 자체지만 유출 과정(도굴, 도난, 강탈 등)과 환수 과정(소장자 설득, 영구 임대, 경매를 통해 구입 등)의 사연이 하나같이 극적이어서 보는 이의 애를 끓게 한다. 조선 시대를 풍미한 문인화가 강세황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정묘한 초상화와 〈겸재정선화첩〉 속 작품 21점을 넋 놓고 바라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의 힘은 위대하고 영원하다. 당대의 삶을 녹여 시간에 봉인한 문화재의 향기를 누리는 체험은 황홀하게 행복했다. 이렇게나 멋진 특별전 전시 관람이 9월 25일까지 무료!

4 에바 알머슨 (2022)
5 〈에바 알머슨, Andando〉 전시장 전경
우리가 무엇이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 〈에바 알머슨, Andando〉 | 5.13~12.4 | 용산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에바 알머슨이 왜 ‘행복을 그리는 화가’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색감의 파노라마와 행복한 표정의 그림 속 주인공들을 만나는 일은 만화경을 보는 것처럼 즐겁다. 그림은 그녀가 오감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는 자신만의 언어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작가는 자기 안에 쌓인 경험과 감정의 지도에 작은 점을 찍어 선으로 연결한 뒤 우리에게 그림이라는 형식의 이야기로 되돌려 준다. 그림과 삶은 서로에게 자양분이 되어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랑’ 이라는 주제는 그녀의 그림 속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변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의 인생을 관조하게 한다. 그녀가 그린 인물들은 심장처럼 뜨겁게 뛰는 사랑을 안고 있다. 우리가 주위 사람들과 주고받는 심장의 박동 같은 사랑이 전시회 전체의 리듬이 된다.
전시장 곳곳에 숨어서 우리를 보고 있는 새 조형물은 어느 날 불현듯 작가에게 찾아든 영감을 상징한다고 한다. 새와 같이 자유로운 영감의 여행을 통해 구현된 에바 알머슨의 세계에는 지나온 과거의 나, 지금 이 순간의 나,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될지 모를 미래의 내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그린 자가격리자들의 초상화 100여 점은 고난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이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말한다. “바깥의 어둠은 우리 것이 아니지만 내면의 꽃과 빛은 우리 것입니다.” 인간은 무엇을 받는지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다. 사랑을 받으면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되는 것이 마법 같은 세상의 이치다. “우리가 무엇이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요?” 에바 알머슨의 그림들이 귓속말로 그렇게 속살거렸다.

전영석_《PAPER》 기자 | 사진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디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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