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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4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연출가 유담돌아올 수 없는 일상 ‘회상’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간이 경험한 트라우마에 대한 반응 패턴을 탐구하는 공연 <무제(귀환)>를 기획한 유담 연출가는 이렇게 의도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점차 현실이 돼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기획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처한 환경이 누군가에겐 급격히, 또 다른 이에겐 서서히 변하면서 예전에 기억했던 ‘일상성’이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놀던 동네에 가봤어요. 꿈속에 있던 골목이 조금씩 바뀌었네요. 이제는 많은 것이 변형돼 돌아갈 곳이 없어요.”
여기서 그는 “‘돌아갈 곳이 사라졌다’는 말은 회귀가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는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며 “이는 어릴 적 동네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공연은 과거에 녹화한 영상 속 표상이 현재로 불려와 조작될 때 나타난 현상을 관찰한다. 이때 디지털 영상에 나타난 역동적 움직임이 오브제를 통해 재해석되는 양상에 집중했다. 당시에 촬영된 영상과 동작을 모방한 라이브 영상을 병렬로 배치하고, 마이크 고장으로 음성이 녹음되지 않은 영상에 반복해 더빙을 시도한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기억과 현재의 고리를 무대화하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본 복귀 시도를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갑자기 뉴욕에서 돌아온 뒤 거기에 남은 동료들과 연락하며 각자 변화된 삶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항상성 속에 지속되던 현실감은 증발된 상태임을 깨달았어요. 새로운 현실감이 생성되는 과도기적 시점에 무대 위에서 영상물을 이용해 팬데믹 삶의 단면을 조명했습니다.”

유담(본명 전형석)은 서강대 영문학과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 세라로런스칼리지에서 연극예술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경력으로는 공연 <이보다 더 친밀한 거리는 검증된 바 없다>(2020)의 영상 디자인, <고정자세>(2018) 연출과 단채널 영상물 <총총홍>(Tip Toe Red, 2020)이 있으며, 2021 서울문화재단 ‘비넥스트BENXT’ 다원예술 분야, 2020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 ‘스페이스 랩: 아직’ 공모에 선정됐다.

작곡가 김형준조연에서 ‘멋진 주연’으로
“앞으로 하모니카 작품의 대표적인 참고 곡이 되고 싶어요.”

‘제13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 참여한 김형준 작곡가는 이렇게 말했다. 양악 부문에 선정된 김형준 작곡가의 <하모니카 메모리얼>은 선정 결과를 알리는 심의 총평에서 “참신함과 함께 작곡가(김형준)와 연주자(박종성) 간의 치밀한 소통이 돋보인다”고 극찬을 받았다. 이 곡은 하모니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박종성 연주자와 1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2021년 완성했다. 하모니카가 탄생한 19세기부터 지금까지 하모니카가 걸어온 역사적경을 4악장으로 구성했다. 1악장은 중국에서 시작한 오리엔탈 요소를, 2악장은 유럽이 배경인 반음계적인 클래식을, 3악장은 미국 남북전쟁에서 전파된 재즈와 블루스를, 4악장은 TV에 나오는 대중음악까지 하모니카의 모든 것을 담았다. “곡이 길어도 다양한 장르가 나오니까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어요.” 그동안 유명 뮤지션들이 콘서트장에서 애용하던 조연 악기가 오케스트라 협주곡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2021년 2월 초연 이후 여섯 번째 공연이다. “하모니카는 몸집과 울림통이 작은 편이라 마이크를 통해서 밸런스를 맞춰야 협주가 가능해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대중화됐어요.”
크기는 작지만 들숨과 날숨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오히려 음역은 넓다며, 관악기와는 다르게 유연하게 호흡도 가능하고 다른 악기와 조화도 잘되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도를 통해 하모니카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른 작곡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창작곡을 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듣고 즐기기 위한 것이 음악의 본질이잖아요? 많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지속 가능한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김형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 예술사,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후렴:II 귓속말>(2020) <Reed of Plain>(2018) <Lo-St-Art>(2018) 등을 작곡했다. 대관령음악제, TIMP 앙상블 기획공연,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열전, OCI미술관 전시회 협업 프로젝트, 서울챔버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 및 공연, 범음악제, 서울창작음악제 등에서 연주했다.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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