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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월호

전통예술의 확장을 보여주다 <K-마에스트로>와
<Nomadic Report 21: 제노사이드 그리고 증언>

세계적으로 높아진 K-문화의 위상과 함께 전통 공연 역시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해 예술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공예 분야와 협업해 선보인 국악 프로젝트 <K-마에스트로>와 제주의 굿을 전자 음향으로 풀어낸 공연 <Nomadic Report 21: 제노사이드 그리고 증언>을 소개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반주, 김병오 가객, 박진희가 노래하는 가곡 <언락>
유형의 공예와 무형의 국악이 만났을 때 <K-마에스트로> | 2021. 11. 19~21 | 코엑스 C홀

2021년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은 무형 예술인 전통음악과 유형 예술인 공예를 융합한 <K-마에스트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준비 했다. 프로젝트는 ‘2021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선보였다.
예술감독으로는 강신재 공간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국악과 공예의 맥락적 관계에 집중한 그는 국악의 판소리·가곡·산조 세 가지 소재를 활용해 국악과 공예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했다.
판소리를 주제로 꾸린 공간 ‘화연花宴, 환갑날에 베푸는 잔치’은 해학과 풍자로 서민의 삶을 그려낸 판소리와 매듭공예를 접목했다. 소리꾼의 구성진 이야기에 다양한 인생살이를 각기 다른 형태로 엮고 풀어낸 수천 개의 꽃 매듭으로 표현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굽이굽이 오르는 언덕으로 연출했다.
가곡이 주제인 공간 ‘풍류風流, 멋스럽고 풍치가 있는 일’는 세상을 바라보는 선비의 마음과 정신을 옻칠과 죽공예로 표현했다. 옻칠을 입혀 만든 ‘달’로 산수를 담고, 대나무를 휘어 물결을 표현했다. 조명이 어두워지면 커다란 달이 휘영청 떠오른 장면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산조散調의 공간인 ‘파동波動’은 연주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독주곡의 특성을 담았다. 허튼가락으로도 불리는 산조는 흩어진 가락, 혹은 말 없는 판소리다. 가락이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흐트러진 점이 특징이다. 불균형 속 균형, 비대칭과 비정형의 아름다움,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와 조화를 섬유와 금속 공예로 표현해 공간을 연출했다. <K-마에스트로> 프로젝트답게 국악 명인 역시 출연했다. 허은선 명창과 김태영 고수의 판소리 <춘향가>,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반주와 김병오 가객, 박진희가 노래하는 가곡 <언락> <태평가>,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과 이경섭 장단의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 등 장르별 국악 공연에 공예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마에스트로>는 공감각적 연출로 전통예술의 확장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이자 시작점이다.

그룹 노마드. 왼쪽부터 강성우·정호영·손하늘·정재홍·박다열
현대 음향으로 풀어내는 제주의 굿 그리고 아픔 <Nomadic Report 21: 제노사이드 그리고 증언> 2022. 1. 7~8 |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서울문화재단 BENXT비넥스트 선정 프로젝트인 이 공연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다. 당시 제주 각지에서 남조선노동당을 주축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를 일으켰고, 이념 대립을 겪으며 ‘붉은 섬’으로 낙인찍힌 제주 사람들의 비극적 죽음이 있었다.
<Nomadic Report 21: 제노사이드 그리고 증언>은 ‘제주 4·3 증언’이 담긴 네 곡의 무가巫歌, 무당의 노래를 선보인다. 제주의 굿을 다루지만 사실상 제주의 아픔을 말한다. 상처받은 이들이 있었음에도 오래도록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그날의 일은 심방무당의 제주 방언이 펼치는 굿을 통해 환원됐다.
제주 사람들은 굿을 통해 제주 4·3사건의 기억을 모으고, 무너진 삶의 균형을 바로잡았다. 제주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함과 동시에 집단 기억으로 현재하는 굿에 그룹 노마드NOMAD는 주목한다. 육지의 굿과는 다른 ‘제주 굿’의 양식에서 시작된 탐구에서, 심방과 직접 교류하며 모은 자료를 공연으로 풀어낸다.
전통 기반에 현대적 음향으로 다루는 정원기 작곡가의 창작곡은 소리·해금(손하늘), 소금·대금·단소(강성우), 타악(박다열)으로 구성한 전통악기와 기타(정호영), 베이스(정재홍), 전자 음향을 통해 펼쳐진다. 심방의 입을 빌린 죽은 망자의 ‘증언’은 이제 육지에서 공연의 양식을 빌려 ‘공표’된다.

홍지형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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