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과 사회공헌사업 모델 민관 협력 사업을 통한 예술 향유의 확장성

얼마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 전까지는 상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역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한 충격은 민관 협력에도 상당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기부에 기부를 더하는 의지

최근 지상파나 케이블 TV로 집중되고 있는 기부 유치 광고만 봐도 알수 있다. 접촉이 힘드니 비대면으로 변화한 것인데, 규모가 있는 단체나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공공기관은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뿐만 아니라 위드 코로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기업이 카이스트에 기부한 행동은 눈에 띈다. 삼성브러쉬 회장은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는데, 실버타운 노블카운티에 사는 다른 기부자를 보고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이 사례는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중요하며, 기부자가 기부자를 연결해 준다는 불변의 법칙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한 기관이 매년 외부 재원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신규 기부자 발굴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은 인력·예산 등 투자도 같이 늘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 기관의 기부 유치 의지도 필요하다. 기존 사업 외 사업을 확장할 의사가 있는지, 기업 요구에 맞춰 사업 성격을 조정할 의사가 있는지,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인력·예산을 계속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 등이다. 이러한 의지가 없으면 제휴를 확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관 외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다. 서울시는 서울혁신기획관 내에 사회협력팀을 만들고, 서울시 산하기관의 기업 제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제휴를 원하는 기업 목록을 모으고 협력이 필요한 기관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기부 유치 교육·연수·기관 간 상호 협력 등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을 한다. 자치구에서도 제휴 협력을 요구하기 이전에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효성 그룹은 장애 예술가를 지원하는 잠실창작스튜디오의 <굿모닝 스튜디오>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서울문화재단의 민관 협력 사업

서울문화재단은 2020년에 예년과 비슷한 실적을 달성했다. 재단에 기부한 기업은 총 38곳으로 대기업 6곳, 외국계 기업 3곳, 중견기업 4곳, 중소기업 25곳이다. 이 중 3년 이상 관계를 유지한 기업은 9곳이다. 중견기업 이상은 대부분 재단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있다. 재단의 외부 재원은 목적을 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단이 알아서 처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건부 기부금·협찬·국고 지원등이 99.9%이다. 순수 기부금은 0.1%라는 의미다.
하지만 제휴의 목적이 정해진 경우라도 재단 제안을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재단의 사업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일이다. 기업과 제휴해 예술 향유의 확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우선 효성그룹을 들 수 있다. 효성그룹은 처음에는 식사 협찬을 받는 단발성 관계에서 지속적 관계로 발전한 경우인데, 효성그룹의 관심이었던 장애인과 관련해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런가 하면 기업 담당자와 인연을 꾸준히 이어온 사례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사회공헌 부장의 강의에서 만난 인연으로 제휴를 위한 꾸준한 제안 끝에 성공한 경우인데, ‘설화수’의 기부금으로 서울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송출 공간을 제공한 한국무역협회와 3자 협력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민관 협력은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간혹 기부금을 대가로 기부 유치 기관을 용역 대행사로 활용하려는 시도인데, 사업 내용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물론 진행 상황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민관 협력의 유치 성과에만 매몰되면 건전한 상호 발전의 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 민관 협력 시 필요한 원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관의 제안이 기업 요구와 어울리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것이 필수다. 또한 기부를 통해서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이익이나 매출 증가가 아님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부각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부 기업의 요구에 유치 기관의 미션과 관계없는 신규 사업을 신설하는 것은 금물이다.
민관 협력은 시작보다도 관리가 더 중요하다. 기부 기업에 기부자 예우 프로그램 등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업과의 관계를 기관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관계를 중단하는 계획도 준비해야 한다. 세상사가 그렇듯 민관 협력은 어느 한쪽의 요구만 관철되는 관계가 아니다. 민관 협력은 기본 원칙에 충실한 꾸준함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은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설화수 기부금으로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외벽에 있는 대형 LED 사이니지에 송출되는 <서울미디어아트프로젝트>를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