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4월호

뮤지컬 <포미니츠>와 연극 <정의의 사람들> “낯설지만 흥미롭다”
영화·문학, 무대에 오르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4월, 광화문 일대에는 시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두 편의 창작극이 처음 꽃핀다. 정동극장 기획공연 뮤지컬 <포미니츠>와 서울시극단 <정의의 사람들>이 잇달아 관객과 만난다. 두 작품은 각각 영화와 희곡이 원작으로, 모두 실화를 재구성해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각색, 연출, 배우, 무대 소품·장치에 따라 무한히 변신할 수 있는 것이 공연예술이다. 입체적으로 완성된 공연을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시에 무대언어라는 장르적 차별성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가 관건이다.
<포미니츠> 제니(김수하)와 크뤼거(김선경)

열정과 자유가 허락된 ‘마지막 4분’을 위해 <포미니츠> | 4. 7~5. 23 | 정동극장

뮤지컬 <포미니츠>는 2007년 국내 개봉한 독일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2004년 세상을 떠난 실존 인물 거트러드 크뤼거의 삶을 바탕으로 제작 기간만 8년이 걸렸으며, 2007 독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크뤼거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피아노 레슨 봉사 활동을 하며 평생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크라우스 감독은 “크뤼거의 인생이 나를 영화감독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카우 교도소를 배경으로,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가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는 18세소녀 ‘제니’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교감하고 치유하는 내용이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의 갈등과 아픔, 우정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배우 양준모는 <포미니츠>를 뮤지컬로 제작하기 위해 영화감독을 통해 직접 저작권을 따냈다. 그는 “제니가 보여주는 연주 퍼포먼스를 무대에 올렸을 때 많은 관객에게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공연 전반에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슈만 등의 클래식 명곡과 힙합과 재즈가 혼합된 크로스오버 클래식이 등장한다. 두드리고, 튕기고, 차고… 광기에 가까운 격정적인 제니의 마지막 4분 연주와 이를 바라보는 크뤼거. 어디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두 여성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가 아니었을까. 김선경·김선영이 ‘크뤼거’, 김환희·김수하가 ‘제니’를 연기한다. 뮤지컬 <펀홈>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극 <오만과 편견> <렁스>의 박소영 연출과 뮤지컬 <호프> <검은 사제들>의 강남 작가, 뮤지컬 <워치> <공동경비구역 JSA>의 맹성연 작곡가가 호흡을 맞춘다.

연극 <정의의 사람들> 포스터

현대적 시각으로 고전의 이야기를 꺼내다 <정의의 사람들> | 4. 23~5. 9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진정한 정의란 무엇일까. 누가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할 수 있는가? 내가 말하는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정의가 아닐 수도 있다.” 정의는 하나가 아니라 시대와 환경·관점·대상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수없이 변모한다. 일찍이 철학자 파스칼은 “피레네산맥 이쪽의 정의가 저쪽에선 불의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울시극단이 올해 시즌 첫 공연으로 선보이는 <정의의 사람들>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희곡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창작했다. 러시아혁명의 도화선이 된 1905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을 암살한 사건을 모티프로,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고뇌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들을 다룬다. 카뮈는 존중과 찬미의 심정을 담아 주인공에게 실제 인물의 이름 ‘칼리아예프’를 그대로 붙이기도 했다.
공연은 스토리 중심의 흐름이 아닌 인물들이 말하고자 하는 각자의 정의 자체에 집중한다. 원작의 러시아혁명부터 안중근 의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금의 광화문광장까지 과거와 현재 사이를 긴박하게 오가며 끊임없이 정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초연은 2020년 6월 서울시극단장으로 부임한 문삼화 단장이 연출을 맡아 묵직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연극 <해무>의 김민정 작가와 배선애 드라마투르그(연출가와 공연 작품의 해석 및 각색을 하는 사람)가 합류해 극의 완성도를 더하고, 극단의 전 단원이 배우로 출연한다. 문 단장은 “원작의 시공간을 완전히 비틀었다”며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들의 삶이 가슴 아플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카뮈가 말한 정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연극적 감흥을 이끌어낼지, <정의의 사람들>이 보여줄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신성아 《뉴데일리》 기자 | 사진 제공 정동극장, 세종문화회관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