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달빛노들’ 노들섬에 휘영청 달이 뜨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매어나 볼까”
일제강점기에 발표돼 널리 알려진 경기민요 양식의 대중노래 <노들강변>의 첫 소절이다.
100년 넘게 서울시민의 휴양지로 사랑받았지만
강변북로 건설로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던 노들섬에 다시 봄이 왔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의 늦은 오후, 용산과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를 오가는 차량들 너머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호젓한 예술섬, 노들섬을 찾았다.
용산구 양녕로 노들섬 선착장에 공공미술 ‘달빛노들’이 설치됐다.
달 모양 원형 구조물 내부
지난 2019년 문을 연 노들섬은 음악과 책, 자연과 쉼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볕이 따뜻해지고 봄바람도 살랑 불어와서일까. 노들섬 곳곳에 둘셋씩 모인 사람들이 모처럼의 산책과 작은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노들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에도, 자욱한 미세먼지로 63빌딩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언제나 휘영청 뜬 달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올해 초 서울시는 방치됐던 노들섬 선착장에 거대한 인공 달을 띄워 ‘달빛노들’로 탈바꿈시켰다. 달 모양 원형 구조물 안에는 일렁이는 한강과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2층 높이의 전망 덱Deck과 소규모 수상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무대도 조성됐다.
LED 조명이 한강에 반사돼 만들어낸 달빛노들의 윤슬은 어딘가 익숙하지만 생경한 도심의 감흥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달빛노들과 도심의 풍광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들섬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어 제각각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봄밤의 정취답다.
사실 노들섬 하단부는 유속이 빠르고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가 잦은 침수로 작품 설치가 어려운 지형이다. 이러한 이유로 집중호우에도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는 달빛노들이 완성됐다. 지름 12m의 원형 스틸 구조를 가진 달빛노들은 4만 5,318개의 불규칙한 구멍을 통해 새어나오는 빛을 이용해 은유적으로 달을 형상화한다. 달빛노들은 마냥 보름달의 얼굴만 하고 있지 않다.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빛은 이 거대한 인공달을 삭에서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다양한 달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 달빛노들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유람선을 타고 뱃길로 들어가거나. 유람선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에 한 번, 저녁 7시 30분에 여의도에서 출발한다. 반포대교를 돌아 노들섬에 도착해 약 15분간 정박한 후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는 코스다.
달빛노들은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이 작년 6월부터 2개월 동안 진행한 국제지명공모에서 최종 당선된 한국의 건축가 네임리스 건축NAMELESS Architecture(나은중·유소래)의 작품이다.
이번 공모는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서울시립미술관 등 다분야의 문화예술 전문가가 참여해 작가추천위원회·작가선정위원회를 거쳐 슈퍼플랙스(덴마크)·레드펜슬스튜디오(미국)·랜덤인터내셔널(영국)·네임리스 건축(한국) 등 국내외 아티스트 4팀이 참여한 바 있다. 버려진 공간을 발굴해 예술 명소로 바꾸는 <서울은 미술관>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프로젝트는 북한의 남침을 대비해 홍제천 위에 세운 유진상가의 하부 지하통로를 예술 작품으로 이은 <홍제유연>(2019), 지하 4층 규모의 지하철 역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조성한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2018)의 연장선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에 설치된 달빛노들이 노들섬의 자연환경적 매력을 부각해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시민들에게 사랑받길 기대한다”며 “지역의 버려진 자원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작품을 설계한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건축가는 노들섬에 달을 띄우게 된 과정에 대해 “빼곡하게 들어찬 도시에 또 하나를 마저 더 채워 넣기보다는 비어 있는 작은 점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기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강강술래와 같은 유희의 대상이기도 한 보름달처럼 ‘달빛노들’이 건조한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흥과 볼거리를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제공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