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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홍제유연(弘濟流緣) 현재 진행형의, <서울은 미술관>
“서울시 공공미술(정책)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태도가 바로 서울이 가지고 있는 그 수많은 모습을 긍정적으로,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예술적 풍경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것이다.” - 공공미술위원회 인터뷰 중

<서울은 미술관>

최근 공공미술 관련 기사에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종종 등장한다. <서울은 미술관>은 2016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조형물과 벽화가 주를 이루던 공공미술을 넘어, 현시대가 요구하는 도심 속 공공미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서울시가 관련 조례 제정, 조직 구성, 시범사업 등 공공미술의 체계화를 통해 새롭고 시범적인 작품들을 선보인 지 올해로 만 4년을 맞는다. 그간 대표적인 작품은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타원본부’ ‘자하담’ ‘홍제유연’ ‘서울로미디어캔버스’ 등으로, 이들은 작품이 설치된 장소의 의미, 사회적 맥락과 결합해 예술가들의 상상을 우리 모두의 공간 속에 정성스레 풀어내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호평(2019 SEGD Merit Award, DFA Grand Award,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대상 수상)과 시민들의 호응 속에 <서울은 미술관>은 올해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가 바라보는 공공미술

서울시는 전담 팀을 갖추고 시(市) 차원에서 공공미술 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유일한 지방정부다. 2016년 12월에 ‘서울은 미술관의 약속’ 발표를 시작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고, 시민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공공미술’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홍보, 관광명소화, 복지 제공이 우선되지 않도록 절제되고 겸손한 방식을 선택하고,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가치를 담아내는 도시예술”을 지향한다.
공공미술은 작가의 독창성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공적 영역으로서의 행정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구현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참여자 상호 간의 포용과 존중이 바탕이 돼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일치시켜야 최종적인 결과물이 완성된다. 시민 역시 단순 관람객이 아니라 작품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작품 선정 과정, 프로젝트 일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등 주체적인 역할을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은 공공예술로서의 성격을 갖춰간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예술적 풍경, 잊히거나 버려진 도시의 흔적을 깨우는 작품들을 통해 내가 사는 ‘서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공미술이 갖는 의미다. <서울은 미술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장소는 현재 8곳(용마폭포공원, 만리동광장, 녹사평역, 유진상가 하부, 청파로, 문화비축기지, 돈의문 박물관마을, 신영삼거리 육교)뿐이다. 매년 1~2점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작품마다 설정된 생애 주기에 따라 일부는 사라지게 된다. 이는 공공의 공간을 점유하는 것에 대한 절제의 실천이자 도시 변화에 대한 유기적인 대응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공공미술 사업을 통해 삶터 가까이에서 시민의 지친 삶을 위로하고 문화 소외계층 없이 누구나 예술을 즐기는 도시 서울, 예술적 정취가 넘쳐나는 지붕 없는 미술관을 꿈꾼다.

1 <홍제 마니차>(시민 1,000명, 2020, 홍제유연)
2 <온기1>(팀코워크, 2020, 홍제유연)

홍제유연 탄생의 배경과 의미

홍제유연(弘濟流緣)은 <서울은 미술관>의 일환인 ‘2019 지역단위 공공미술’ 사업으로 추진됐다. 매년 1개의 대상지를 공모로 선정하고 장소밀착형 기획을 통해 “그 장소에 있어 의미를 갖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2019년 1월, 서대문구는 유진상가 하부 지하통로 개방과 연계해 작품을 설치했다. 풀숲을 헤치고 어렵사리 물을 건너 만난 공간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건물을 받치는 콘크리트 기둥 110여 개가 열주를 이루고, 한 발 내딛기 힘든 돌무더기와 함께 거미줄이 장식처럼 걸린 어두운 동굴. 기둥과 벽, 바닥에 어지럽게 적힌 글씨들과 오래된 설비들이 쌓인 공간은 50년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유적지와 같았다.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독특한 풍경, 유진상가의 역사적 맥락,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대상지로 확정했다. 공간의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비물질과 기술을 중심으로 기획하고, 시간의 흐름과 소리를 키워드로 유진상가를 재조명하는 공공미술사업을 시작했다.
‘홍제유연’이라는 이름은 끊어지고 대립하던 과거의 상흔을 예술로 잇고 화합한다는 뜻을 담았다. 유진상가는 1970년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청와대로 가는 탱크 저지선 용도를 고려해, 홍제천 위 인공 지반을 세워 건설한 당대 최고의 주상복합아파트였다. 11km 홍제천에 사람길을 가로막았던 유진상가는 산업화 시대 내부순환로 건설로 건물 일부가 잘려나가는 등 다사다난한 현대사를 겪으며 한때 지역의 흉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50년 만에 발굴된 황량한 땅 밑 공간을 재생시키는 데 서대문구가 적극 협력하고,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분과위원회가 참여하는 구조에서 예술기획자(장석준)를 포함한 작가 6팀(뮌·진기종·염상훈·윤형민·팀코워크·홍초선)이 참여했다. 침수 우려가 있는 환경 특성을 고려하고, 사람들의 동선 연결, 안전시설 정비, 완전한 작품 구현까지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공공미술 최초로 최대 크기(3.1×1.6m)의 3D 홀로그램을 시도하고, 12시간 동안 자연의 소리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빛의 조각을 연출했다. 역사적으로 따뜻한 물이 흐르던 빨래터이자 멱을 감기도 하던 치유의 물 홍제천이 작품을 담는 그릇이 돼 시민을 맞는다. 수면에 반사되고 회절하는 빛 조각들이 공간을 채우고 1,000명 시민의 따뜻한 메시지를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곳. 청둥오리와 물고기, 자라가 사는 생태천과 어울리는 빛의 예술길 ‘홍제유연’은 2020년 7월 1일 개방 이후 서대문구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돼가고 있다.

나가며

세계는 현재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으면서 예상치 못했던 뉴노멀 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친밀했던 것들과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두고 있는 낯선 일상에 인간성 회복을 위한 문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서울은 도시의 콘텍스트와 삶의 다이내믹스가 공존하는 도시다. 이곳을 배경으로 펼치는 공공미술은 무엇을 제시해야 하며, 무엇을 담을 수 있을지 계속 깊이 성찰할 예정이다. 언젠가 공공미술의 선진 도시로 서울이 선두에 설 수 있을 날을 꿈꾸며….

글 이혜영_서울특별시 문화본부 디자인정책과장
사진 제공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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