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8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오진이 기획자 조건 없이 예술가 돕기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잠시 목이라도 축이면 좋겠어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예술가를 돕기 위한 후원 캠페인 ‘오아시스 딜리버리(배달)’를 처음으로 시작한 오진이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부터 전국을 강타한 전염병은 사회·경제·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능을 멈추게 했다. 특히 확산을 막기 위해 몇 주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은 각종 공연과 전시를 줄줄이 취소시키거나 하반기로 연기시켰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어려움에 빠진 예술가를 돕기 위해 긴급 지원사업을 펼쳤는데, 500건 지원에 5,000건이나 몰려 서울문화재단이 긴급하게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그런 위기의식 때문이었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예술가들이 모여 어려움에 빠진 동료들을 돕기 위한 십시일반 릴레이 후원을 시작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스북에 ‘#오아시스딜리버리’라는 태그를 걸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조건 없이 10만 원을 보내면 된다. “글을 올리자마자 후원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쏟아져 나왔어요. 하루 만에 400만 원이 모일 정도니까요.” 그렇게 모인 금액은 한 예술단체와 25명의 예술가·기획자에게 보내졌다. 돈을 받은 이에겐 얼마나 힘드냐고 묻지도 않고 오직 계좌번호만 물었을 뿐. 게다가 누가 지원받았는지도 알리지 않았다. 이후 분위기는 온라인을 타고 삽시간에 확산돼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아이스버킷챌린지처럼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캠페인에 오 씨가 진짜로 바라는 바를 이렇게 고백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공모를 통해 지원을 받으려면 엄격한 심사와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하잖아요. 요즘같이 어려울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요? 코로나19도 이겨내고 있듯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에도 면역이 생기길 바랍니다.”

오진이는 1985년 KBS 신인방송작가 공모에 당선돼 방송작가로 활동했고, 국립극장을 거쳐 서울문화재단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예술현장 실무 매뉴얼 시리즈, ‘문화가 있는 놀이터’ ‘문화는 내 친구’ ‘예술로 충전해요’ ‘문화예술철도 프로젝트’ 등이 있다.

전동민 한국화가꿈과 희망을 주는 그림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주고 싶어요.”

한 해 매출만 30억 원이 넘는 각휴지 표지 작품 공모에 선정된 한국화가 전동민 작가가 밝힌 소감이다. 공모를 연 곳은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늘푸름보호작업장. 사업 취지에 맞춰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 분야 창작 레지던시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전 씨를 선정했다.
그는 5살 때 40도가 넘는 심한 열병을 앓고 청력을 잃었는데, 현재는 청각장애 2급 장애인이다. 졸업 이후 한때는 홈페이지를 개발하는 웹 개발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행복했다며, 이제는 전업 작가로 나섰다. 선정된 작품들을 언뜻 보니 ‘이상’을 꿈꾸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을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그린 <서울전경>(2015)이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 <다른 세상>(2015)이 그렇다. 그가 동경하는 또 다른 세상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청각장애 때문에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외로움과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단다.
성인이 되면서 유년 시절에 겪었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일에 더욱 몰입했다. 5살 때 열병 때문에 듣지 못하게 된 기억 때문인지 한때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작품만 고집했고, 이후엔 어두움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야경을 그렸다.
“너무 힘들고 죽을 거 같던 지난 시간을 치유받고 싶었어요. 명암의 경계가 모호하듯이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한지에 다양한 물감을 채색하는 동양화를 그리는 전 작가는 앞으로 밝은 느낌의 그림 그리기에 더욱 몰두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동민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동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했다. 개인전으로는 <야경, 삶과 죽음의 경계>(2016), <서울, 야경 그리다>(2017), <도시풍경이야기>(2018), 신한갤러리 기획전 <OURSTORY3>(2019), 단체전으로는 <무무 입주작가 기획전> <유플러스 5G 기획전> <영은미술관 3기 프로젝트 선정 작가전> 등이 있다. 대한민국 인재상(2010)을 수상했다. 현재 잠실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