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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7월호

전통예술 <여우락 페스티벌>과 <미리 듣는 산조대전>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여름’ 하면 축제이건만, 한없이 길어지는 재난 상황으로 문화예술계는 매월, 매일 주춤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예술을 이어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신선한 기획으로 대중에게 한국음악의 현주소를 제시하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은 올해 11주년을 맞아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알찬 프로그램을 들고 왔다.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상반기 공연 예정이었던 대대적인 국악 프로젝트 <산조대전>은 공연을 1년 미루는 대신 ‘미리 듣기’로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공연장의 문이 열릴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확실하게 즐기는 것뿐.

※ 해당 공연 일정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삼합(三合)>으로 모인 김준수·정재일·이아람(왼쪽부터)

우리 음악, 어디까지 왔나 <여우락(樂) 페스티벌> | 7. 3~25 | 국립극장 및 온라인 중계

평균 객석 점유율 93%, 전체 관람객 6만 3천여 명. 그래 봐야 국악 아니냐는 선입견 속에서 여우락 페스티벌이 10년간 차곡차곡 이룬 성과다. 한국음악의 도전은 뜨거웠고, 관객은 더 뜨겁게 화답했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국립극장의 여름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이 올해 11회를 맞이한다.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며 이러한 파격이 우리 음악의 현주소임을 알려온 여우락은 지난해 10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성과를 압축한 무대를 마련했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아티스트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가 하면, 서로 다른 장르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주선했다. 10년을 딛고 새롭게 시작하는 올해 방점을 찍은 것은 ‘여기’, 즉 우리 음악의 현재다.
7월 3일부터 25일까지 23일간 총 12편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젊고 ‘핫’한 아티스트들의 협업, 거장과 거장의 만남, 그리고 서로 다른 장르의 융합이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의 키워드다. 개막작 <삼합(三合)>은 음악감독이자 대금 연주자인 이아람을 중심으로 작곡가·연주자 정재일, 소리꾼 김준수가 합을 이룬 무대다. 영화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다재다능한 재주꾼 세 사람이 만들어낼 호흡에 단연 기대가 모아진다. 그런가 하면 폐막작 <그레이트 크로스(Great Cross)>는 예술감독이자 철현금 연주자인 유경화를 주축으로 교류의 무대가 될 예정이다. 뮤지션 타이거JK와 광고·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하는 조풍연이 공연을 함께 구성하고, 여러 게스트가 참여할 예정이다. 24일과 25일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폐막작은 현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립극장 온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중계를 진행한다. 그간 아깝게 예매에 실패하거나 관람을 고민하다 포기했던 관객이라면 이 또한 여우락과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프로그램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무대는 ‘굿 스테이지’다. 5일 하늘극장에서는 기존에 1박 2일간 진행되는 굿판을 9시간 길이로 압축한 동해안별신굿이 펼쳐진다. 수도권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별신굿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의 형태로 재구성했다. 7일에는 황해도 만신 이해경과 사진작가 강영호가 새로운 굿판을 벌인다. 인간의 염원을 담은 의식의 결정체인 굿을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이 될 것 같다. 이외에 파격적인 무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이날치,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의 림 킴(김예림), 북 반주로 소리판을 평정한 박근영·조용안 고수 등 개성 강한 출연진이 기다리고 있다.

<미리 듣는 산조대전>의 출연진 김보경·오경수·정누리·이호진(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풍류방에서 현대인의 안방으로 온라인 콘서트 ‘링크(LINK)’ <미리 듣는 산조대전> | 7. 3 | 온라인 중계

산조(散調), ‘흩어진 가락’ 또는 ‘허튼가락’으로 풀이되는 산조는 민속음악의 한 갈래에 속한다. 하지만 그 깊이를 들여다본다면 산조야말로 우리 음악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야금·거문고·해금·대금 등 독주 악기의 실내악 연주인 산조는 일정 부분 체계화된 음악 구조를 따르지만, 연주자 개인의 즉흥과 잔가락이 더해지면서 한 예술가만의 산조로 재탄생하게 된다. 명인으로 남은 연주자의 이름을 따 산조 앞에 ‘~류’라고 붙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 흩어진 가락에 묻어나는 연주자의 기교와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농현은 우리 음악이 구사할 수 있는 기쁨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래서 선대의 산조를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고, 후대가 새로운 산조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올 상반기 대대적으로 <산조대전>을 기획한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국내에 보존·전승·공연되는 산조를 망라하고 악기별 산조 유파를 한자리에 정리하면서, 동시에 올곧게 국악의 맥을 잇고 있는 연주자를 소개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전례 없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공연은 이듬해로 미뤄졌다. 대신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온라인 콘서트 ‘링크’를 통해 <미리 듣는 산조대전>을 준비했다.
온라인 콘서트 ‘링크(LINK)’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예술가 및 예술단체와 관객을 연결하기 위해 마련한 ‘영상 무대’다. 지난 4월부터 오랜 시간 국악계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의 ‘여전히 듣고 싶은 무대’(4월),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5월), 그리고 ‘국악으로 해외를 누비는 아티스트의 무대’(6월)를 차례로 소개했다.
마지막 순서인 7월 3일에는 <산조대전>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연주자 네 사람이 짧은 산조와 기악 합주를 들려준다.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은 가야금 산조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성금연류를 연주한다. 대금 연주자 오경수는 서용석류 산조를 선보인다. 농음이 많고 음의 기복이 커 공력이 필요하기로 알려진 유파다. 거문고 연주자 정누리가 연주할 정대석류 산조는 거문고라는 악기의 특징을 잘 살려, 우직하고 호방한 슬기둥을 엿볼 수 있다. 피리 연주자 이호진이 연주할 서용석제 한세현류 산조는 대금·아쟁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서용석 명인이 구음으로 짚은 산조를 피리 연주자 한세현이 정리해 완성한 독특한 유파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이호진의 소리가 궁금해진다. 선조들이 풍류방에서 즐긴 산조를 안방에서 만나는 경험, 오늘의 가락이 랜선을 타고 현대인의 삶 속으로 흩어진다.

글 김태희_객원 편집위원, 무용평론가
사진 제공 국립극장, 서울돈화문국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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