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하모니태민’과 ‘원에어’가 서울문화재단에 기부한 앨범들.
문화로 자리 잡은 팬덤 기부
연예인 팬덤의 기부는 이제 낯선 것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기부 화환의 시초는 2007년 가수 신화의 팬클럽 신화창조에서 비롯됐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환은 실제로 한 번 쓰고 쉬이 버려지는 게 다수여서 이를 조금 더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하고자 시작됐다. 이후 기부 문화에 동참하는 다른 팬덤으로 번졌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 팬미팅 현장 입구에 쌀, 사료, 라면 등의 기부 화환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건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로 좋아하는 아티스트 덕분에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사례도 있다. 그룹 샤이니의 멤버 태민의 한·중·일 서포트 연합 ‘하모니태민’은 “태민이 팬들에게 ‘생일 선물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면 감사하겠다’라는 말을 한 후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라고 밝혔다. 이에 2016년부터 기부를 진행해왔다.
‘예술’을 기부하다
가수 팬덤이 주로 기부하는 품목은 단연코 음반이다. 올해 7월, 서울문화재단에 은지원 6집 앨범 1,000장을 기부한 은지원 서포트팀 ‘원에어’ 측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문화예술은 대중음악이잖아요. 이 음악을 통해 시민은 즐거움을, 예술가는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서울문화재단에 기부하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2017년부터 매년 서울문화재단에 음반을 기부하고 있는 ‘하모니태민’은 “기부가 필요한 곳은 전 세계에 정말 많아요. 그렇기에 기부 품목을 가장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곳을 고려해요”라며 “‘탬또롤’ (태민 또 롤모델)이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태민은 많은 후배 가수들의 ‘롤모델’로 언급됐어요. 태민 스스로도 ‘퍼포먼스 뮤직’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고요. 댄스뮤직에 관심이 있어 꿈을 키우는 이에게 태민의 앨범은 더없는 선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문화예술기관으로 기부처를 선택해왔어요”라고 말했다.
음원이 보편화된 시대에 ‘앨범’은 사실 대중은 잘 구입하지 않는 형태의 상품이다. 그렇지만 팬들은 음반이 발매되면 ‘기부’를 목적으로 조금 더 넉넉히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부’라는 것이 선행임에도 불구하고, 팬덤의 기부 문화를 보는 시선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론 기부한 앨범이나 품목이 중고나라 등의 사이트에 올라와 되팔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선행으로 기부한 음반이 되팔리는 상황에 서운한 적은 없었을까. ‘하모니태민’은 “음반이 기부처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품이 아닐 수도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생각해요. 대신 저희가 기부한 진짜 이유인 ‘좋은 음악의 공유’, ‘작은 행복의 나눔’에 공감하시는 분이 단 10%라도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라는 작은 소망을 덧붙였다.
그 외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는 “그건 저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감히 생각해요. 기부 문화뿐 아니라 그 어떤 것에도 좋지 않은 시선은 따라오니까요. 오히려 어떠한 편견도 없이 감사하게 받아준 기부처가 수고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맞춰야 하는 것이 기부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음악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기부처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한다.
3 2018 은지원 팬미팅 <1’he land> 중. (은지원 서포트팀 ‘원에어’ 제공)
나눌수록 더 행복한 기부
음반을 기부하는 팬덤은 아이돌팬덤이라는 이유로 특이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실상 다른 기부와 다르지 않고 굳이 구분 짓자면 ‘예술’을 기부하는 것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음악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 떳떳하게 기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은지원 서포트팀 ‘원에어’ 측은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예술가의 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쉽게 듣는 한 곡이 탄생하기까지 정말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가요. 드라마나 영화 한 편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처럼 노래 한 곡에 들어가는 손길도 사실 엄청나거든요. 대중문화도 다른 예술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음반보다 음악을 기부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팬덤의 기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마음을 그저 더 나누고 싶은 순수함에 가까운 것 아닐까.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나눌 때 행복이 증가하지 않을까요? 저희는 정말로 이 좋은 음악을 많은 분들과 공유 하고 싶어요. 음악이 좋아서 기부하는 거거든요.”
- 글 홍지형_서물문화재단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