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대륙 전경.
2 무대륙에서 열린 제4회 ‘언리미티드에디션’(2012).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공간
무대륙은 홍대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인디 공연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이나 팀이 있냐는 질문에 김건아 대표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홍대에서 활동한 거의 모든 뮤지션들이 한 번쯤 거쳐 갔으니,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친구이자 인정하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무대륙은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상업적이기만’ 한 공간은 결코 아니다. 1층 카페에서 얻은 수익도 모두 공연이나 전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한다. “지하 공연장을 통해 수익낸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대신 실력 있는 뮤지션을 무대에 세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전시의 경우) 전문 갤러리가 아니어서 대관료는 받지 않아요. 대신 한 가지, 우리 공간과 어울릴지, 우리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를 봐요. 그건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거니까요.”
3 <2018 미원창고> 선정 뮤지션 ‘마더바이브’ 공연.
4 <2018 미원창고> 선정 뮤지션 ‘z5zi’ 공연.
5 <2018 미원창고> 선정 뮤지션 공연 <조명 그리고 재조명> 진행을 맡은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 운영단 6기 박종일(시각예술가, 안부)과 성진영(뮤지션)(좌부터).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모든 것들이 가능한 공간
공연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 주로 열린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관객이 찾지 않는다면 그 공연은 쓸쓸해진다. 무대륙에는 3개의 정기적인 공연 브랜드가 있다. 먼저 ‘와트엠’(WATMM). ‘We are the music makers’의 줄임말로 일렉트로닉 밴드 다미라트가 호스트인 일렉트로닉 공연이다. 춤추는 음악이 아닌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소개한다. 다른 하나는 ‘앰비언트무’(ambientM.O.O.O.)로 앰비언트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의 기타리스트 박현민이 호스트가 되어 매달 새로운 음악을 선물한다. 마지막으로 재즈 기타리스트 김성은이 이끄는 재즈 공연 ‘임프로비제이션 앳 무’(improvisation at mu)가 열린다. 홍대와 재즈,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정통 재즈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음악도 추구한다. 이렇듯 새롭고 창의적인 모든 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 무대륙이다.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은 어디서나 접할 수 있잖아요. 무대륙에서는 조금 그렇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고 싶어요.” 김건아 대표는 음악만큼 일차적으로, 원시적으로 삶에 영향을 주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회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발굴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이것이 무대륙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 아닐까.
무대륙을 방문한 날, 지하 공연장에서는 또 다른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바로 <미원창고>의 공연. <미원창고>는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의 미발표 음원 지원사업이다. 가을 냄새 물씬 나는 ‘클라우즈 블록’, 비브라폰을 연주하는 ‘마더바이브’, 방구석 연주가 ‘z5zi’의 공연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미공개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대륙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힘 다 풀고,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그냥 갈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다만, 서로 배려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죠. 아티스트들에게는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그들은) 원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김건아 대표의 말처럼 다양한 모습과 표정의 사람들이 주말 저녁 무대륙에서 음악을 통해, 예술을 통해 ‘쉼’을 얻고 있었다. 좋은 예술 행사가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진행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에 앞으로의 무대륙이 궁금해진다.
- 글 장은희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 사진 서울문화재단
- 사진 제공 무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