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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정의할 수 없는, 그래서 무엇이든 가능한 미지의 땅
‘복합문화공간’. 아직 국어사전에 없는 이 단어는 명확한 뜻을 규정할 수 없는, 아직도 개념을 ‘정립 중’인 용어다. 합정동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무대륙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단어와 애증의 관계에 있다”는 김건아 대표의 말처럼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여전히 정립 중’이다. 그는 무대륙이 ‘우물 옆 정자’와 같은 공간이길 바란다. 물과 바람, 버드나무 이파리가 있고, 그 옆에서 잠시 쉬어가는 그런 공간. 무대륙이 그려왔고, 그려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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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대륙 전경.

2 무대륙에서 열린 제4회 ‘언리미티드에디션’(2012).

“건아야, 뭘 하고 싶니?”라는 질문에 김건아 대표는 공연장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말에 김은신 대표는 “어? 나도 하고 싶은데, 같이할래?”라고 답했다. 지금의 무대륙은 이렇게 나눈 대화로부터 출발했다. 무대륙의 공동 대표 김건아, 김은신 두 사람의 인연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건아 대표가 혼자 무대륙을 운영하던 시절, 두 사람은 주인과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 김건아 대표는 2005년 절친한 가수 이상은의 제안으로 홍대에 무대륙을 열었다. 20평 남짓한 공간은 뮤지션과 작가들의 아지트였다. “나 이번에 그림 새로 나왔는데 걸까?”, “심심한데, 이번 주에 공연할까? 공연하자!”라는 말로 전시가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는 그런 공간. 그러나 5년간 너무 많은 일을 한 탓일까. 지친 그는 무대륙을 닫고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쉬는 동안 만난 김은신 대표의 제안으로 2년 만에 다시 무대륙을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다시 돌아온 무대륙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20평 정도였던 공간은 자리를 옮겨 지하 1층, 지상 3층의 큰 건물로 확장되었다. 주류 창고로 쓰였던 옛 건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했다. 소규모 공연장은 주변 주택가와 공존하기 위해 지하에 마련했다. 과거 몸소 경험했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1층에는 카페를, 2층에는 사무실을, 3층에는 아티스트를 위한 스튜디오를 꾸렸다.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공간

무대륙은 홍대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인디 공연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이나 팀이 있냐는 질문에 김건아 대표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홍대에서 활동한 거의 모든 뮤지션들이 한 번쯤 거쳐 갔으니,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친구이자 인정하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무대륙은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상업적이기만’ 한 공간은 결코 아니다. 1층 카페에서 얻은 수익도 모두 공연이나 전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한다. “지하 공연장을 통해 수익낸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대신 실력 있는 뮤지션을 무대에 세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전시의 경우) 전문 갤러리가 아니어서 대관료는 받지 않아요. 대신 한 가지, 우리 공간과 어울릴지, 우리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를 봐요. 그건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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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8 미원창고> 선정 뮤지션 ‘마더바이브’ 공연.

4 <2018 미원창고> 선정 뮤지션 ‘z5zi’ 공연.

5 <2018 미원창고> 선정 뮤지션 공연 <조명 그리고 재조명> 진행을 맡은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 운영단 6기 박종일(시각예술가, 안부)과 성진영(뮤지션)(좌부터).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모든 것들이 가능한 공간

공연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 주로 열린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관객이 찾지 않는다면 그 공연은 쓸쓸해진다. 무대륙에는 3개의 정기적인 공연 브랜드가 있다. 먼저 ‘와트엠’(WATMM). ‘We are the music makers’의 줄임말로 일렉트로닉 밴드 다미라트가 호스트인 일렉트로닉 공연이다. 춤추는 음악이 아닌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소개한다. 다른 하나는 ‘앰비언트무’(ambientM.O.O.O.)로 앰비언트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의 기타리스트 박현민이 호스트가 되어 매달 새로운 음악을 선물한다. 마지막으로 재즈 기타리스트 김성은이 이끄는 재즈 공연 ‘임프로비제이션 앳 무’(improvisation at mu)가 열린다. 홍대와 재즈,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정통 재즈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음악도 추구한다. 이렇듯 새롭고 창의적인 모든 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 무대륙이다.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은 어디서나 접할 수 있잖아요. 무대륙에서는 조금 그렇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고 싶어요.” 김건아 대표는 음악만큼 일차적으로, 원시적으로 삶에 영향을 주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회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발굴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이것이 무대륙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 아닐까.
무대륙을 방문한 날, 지하 공연장에서는 또 다른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바로 <미원창고>의 공연. <미원창고>는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의 미발표 음원 지원사업이다. 가을 냄새 물씬 나는 ‘클라우즈 블록’, 비브라폰을 연주하는 ‘마더바이브’, 방구석 연주가 ‘z5zi’의 공연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미공개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대륙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힘 다 풀고,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그냥 갈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다만, 서로 배려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죠. 아티스트들에게는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그들은) 원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김건아 대표의 말처럼 다양한 모습과 표정의 사람들이 주말 저녁 무대륙에서 음악을 통해, 예술을 통해 ‘쉼’을 얻고 있었다. 좋은 예술 행사가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진행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에 앞으로의 무대륙이 궁금해진다.

글 장은희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사진 서울문화재단
사진 제공 무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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