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부 전경.
2 부쿠픽.
3 실내 서가.
책을 음미할 수 있는 공간
집과 상점, 갤러리와 카페가 옹기종기 모인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성북동. 이 동네의 골목 끝에 부쿠가 있다. <나에게 고맙다>의 저자이자 SNS 채널 ‘책 읽어주는 남자’를 운영하고 있는 전승환 작가와 출판사 백도씨의 이규상 대표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없는 특별한 서점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뭉쳤다.
이들은 보다 특별한 서점을 만들기 위해 바리스타와 파티시에, 북큐레이터를 채용하고 기획 단계부터 함께 고민했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어 만든 서점의 이름은 ‘부쿠’(BUKU)로 정했다. 인도네시아어로 책을 뜻하는 이 단어는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영어 ‘북’(book)과 동네 이름인 ‘(성)북동’을 연상시킨다. 동네 서점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은 이름처럼 부쿠는 일반적인 서점보다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왜 하필이면 성북동일까? 부쿠의 안지영 북큐레이터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찾다가 이 주변을 돌아보고 (대표님들이) 결정했어요. 요즘 바캉스가 아니라 ‘북캉스’ 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공간,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콘셉트와 맞았던 거죠.”
부쿠를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쿠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안지영 북큐레이터는 “책을 읽고 싶어지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공간,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책과 함께하는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의 말처럼 고풍스런 인테리어로 정갈하게 정돈된 실내는 책을 진열한 공간만큼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또한 넉넉하다. 서가에서 책을 한 권 꺼내어 자리에 앉으면 어디선가 밀려오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한편에 마련된 카페와 베이커리는 눈이 아닌 맛과 향으로 책을 음미할 수 있게 기획된 공간이다. 바리스타와 파티시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때문인지 부쿠의 카페와 베이커리에서는 독특한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작가의 이름을 딴 음료, 책과 세트로 구성된 ‘7권의 책에 맞춘 7가지 다른 맛의 마카롱’을 선보이는 등 메뉴에서도 책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4 북큐레이터.
5 야외 정원.
6 커피와 디저트.
부쿠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북큐레이터
무엇보다 부쿠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망망대해 같은 책의 바다에서 나침반처럼 방향을 안내하는 북큐레이터의 존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확고한 취향이 있어 대형서점에 가서도 헤매지 않는다. 하지만 독서를 막 시작하거나 낯선 분야의책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고르는 일은 막연하고 어렵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가 있잖아요. 친한 친구한테 묻는 것처럼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추천할 게 있는지 편안하게 질문해주시면 좋겠어요.”
부쿠에 상주하는 4명의 북큐레이터는 문학, 인문학, 과학, 경영 등 관심 분야의 도서를 추천한다. 읽지 않은 책은 입고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출간 시기와 상관없이 숨어 있는 좋은 책을 찾아내는 것 또한 북큐레이터의 역할이다. 책을 추천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서가 한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직접 대화를 나누며 알려주기도 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에 ‘부쿠픽’이라는 메모를 남겨 고객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부쿠픽은 원본이 손상되지 않도록 투명필름지에 적는데, 책과 함께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부쿠픽이 있는 책의 구매율이 높다고 한다. 부쿠에서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는데, 매월 한두 번씩 열리는 북토크 역시 반응이 뜨겁다. 지난 8월에는 고전역사가 고미숙의 북토크가 열렸고, 9월 북토크도 준비 중이다. 부쿠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부쿠는 성북동의 동네 서점답게 지역과 관련된 예술가를 다룬 책을 소개하는 일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안지영 북큐레이터에게 마지막으로 9월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요시타케 신스테 지음, 온다)과 묵직한 울림이 있는 <박완서의 말>(박완서 지음, 마음산책)을 꼽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 테라스에 둘러앉아 이 책들을 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 글 방유경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 사진 제공 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