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무용센터.
2 서울무용센터 국제레지던스 오픈콜(조영민).
3 서울무용센터 외관.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홍은동의 평화로운 주택가에 무용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도 앱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살펴봐도 길을 잘못 들어선 듯해 결국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그 길 끝에 목적지가 있었다. 국내외 가장 핫한 무용수들이 모이는 서울무용센터는 복잡한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다.
공연장도 없고 접근성도 좋지 않은 이 공간은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면 생기 있고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매달 수많은 쇼케이스와 워크숍이 열리고, 무대에서의 빛나는 한순간을 위해 빚어내는 무용수들의 노력으로 연습공간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서울무용센터의 테라스와 옥상은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풍경 속에서 안무가의 심상을 담아낼 수 있는 최상의 공연장이다. 스튜디오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미지의 공연장이 된다. 한계를 뛰어넘어 빛나는 찰나를 만들려는 간절한 아티스트들에게 물을 주고 싹을 틔우는 공간이 바로 서울무용센터다.
4 2018 서울국제안무워크숍 안무가 아키코 기타무라 워크숍 모습.
5 2018 서울국제안무워크숍 상설전시 <Pick>.
6 무용연습실.
7 스튜디오 블랙.
2018년 서울무용센터 서울국제안무워크숍(SICW)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었던 올여름, 서울무용센터는 내리쬐는 햇볕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이번 여름을 보냈다.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2018년 서울무용센터 서울국제안무워크숍(SICW)>에서는 수백 명의 국내외 무용수가 함께 나누고, 놀면서 동시대 안무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무용수, 안무가뿐만 아니라 무용과 움직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연을 관람하거나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안무 워크숍 외에도 무용연기, 무용조명 등 예술 창작을 위한 또 다른 파트너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센터는 그야말로 무용 하나를 위해 모인 공동 작업의 플랫폼이 되었다. 7개의 안무 워크숍과 3개의 미니 워크숍, 참여 아티스트들의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는 쇼잉과 아티스트 토크,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프로필 촬영을 위한 홍은동 사진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 현장 속에서 동시대 우리 무용계의 생생한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날씬하고 팔다리가 길거나 식스팩 정도는 있는 몸 좋은 사람들만 춤을 춘다는 고정관념은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도리스 울리히(Doris Uhlich)의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표준적인 무용수’의 몸을 벗어난 플러스 사이즈) 몸에 의해 구시대적이고 고리타분한 발상이 되었다. 발레리나들은 신고 있다 보면 발이 녹아내리는 듯하다는 토슈즈를 ‘맨발의 댄서’ 이사도라 던컨이 그랬던 것처럼 벗어던졌다. 삶이 바빠서, 혹은 시기를 놓쳐서 무용과 입시를 준비하지 못했지만 춤이 너무 좋아 (소위 말하는) 제도권 밖에서 무용을 하고 있다는 어느 무용수의 이야기는 토론장에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공감을 얻었다. 워크숍 리더로 참석한 한 아티스트는 자신의 워크숍이 끝난 후, 다른 아티스트의 워크숍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문밖에서 오랜 시간 지켜봤다. 참여자로 함께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그는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엔진은 멈추지 않는다
2018년 한 해의 절반을 훌쩍 넘긴 지금, 서울무용센터의 엔진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10월에는 서울아트마켓 연계 프로그램인 <PAMS Link 서울무용센터 쇼케이스>에서 국내 유망 안무가들의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댄스필름>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이름의 영화 상영회도 10월 말에 예정되어 있다. 연말에 진행되는 내년의 무용창작을 위한 지원사업 공모는 무용 관련 아티스트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사업이다. 공간의 이름이 말해주듯, 서울무용센터는 춤을 위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 글 김이경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