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공연장 네이밍 계약, 공연시장 진출 포석
카카오M은 최근 서울 대학로 수현재 빌딩을 운영할 예정인 오픈리뷰와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 건물 명칭은 대명문화공장으로, 대명그룹과의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은 2019년 2월 종료된다. 이에 따라 수현재 빌딩에 카카오 간판으로 교체가 마무리되는 시기는 그 즈음이 될 전망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수현재 빌딩은 전국 626개 공연장 중 관객 수 5위를 기록하는, 큰 규모의 공연장이다. 업계에서는 이 건물의 네이밍을 카카오로 변경하는 것을 카카오의 공연사업 진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 4,300만 명을 확보한 강력한 플랫폼 카카오는 음악(카카오M), 게임(카카오게임즈), 웹툰·웹소설·드라마(카카오페이지) 등 문화콘텐츠에서 약 3,000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고 이 IP를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글로벌 진출을 시도 중이다. 이번 네이밍 계약을 맺은 카카오M은 9월 초 카카오와 합병된다. 카카오의 콘텐츠 비즈니스에 공연이 포함되거나 카카오M의 멜론티켓 플랫폼이 카카오톡 내의 서비스로 추가되는 등 시너지를 통해 공연시장에 진출하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 70% 이상으로 알려진 인터파크의 독주를 깰지가 관건이다. 카카오가 ‘메기’ 역할을 하면서 시장 경쟁이 강화되면 수수료율 인하로 티켓 가격이 내려가는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공연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티켓 예매 업체가 떼어가는 수수료가 6.6~8.8%에 달하는데,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하면 수수료율도 조정될 것”이라면서 “공연 제작사가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다면 티켓 가격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카카오 시너지와 인공지능(이하 AI) 기술이 공연계에 접목되면 종이 티켓 시대가 끝나고 모바일 티켓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여기에 카카오가 뮤지컬·연극 제작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카카오M 관계자는 “티켓 비즈니스에서 뮤지컬, 연극으로 확장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 카카오M 로고. (출처: 카카오M 누리집)
2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수현재 빌딩 전경.
카카오, 공연시장의 ‘메기’ 될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M이 공연장 네이밍 계약을 통해 공연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특히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예매 시스템 UX를 구축해 1차적으로 온라인 공연예매시장에 진입하면 인터파크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연예매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6년 기준 3,65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인터파크의 예매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티켓 예매 시스템이 아직 인터파크가 구축해둔 ‘웹 기반’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 내에서 영화예매, 음식 배달, 항공권 구입 등을 클릭 몇 번 만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연 by 카카오’와 같은 카카오톡 내 예매 시스템이 구축되면 현재 독점에 가까운 온라인 공연예매시장에서 카카오가 ‘메기’ 역할을하면서 모바일 공연예매시장으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뱅크를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테크핀(Technology+Finance) 기업으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카카오 AI 엔진인 ‘카카오i’ 등을 바탕으로 공연예매시장에 진출하면 시너지를 내면서 업계의 판도 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카카오페이로 티켓을 결제하고, 카카오 선물하기로 티켓을 선물하고,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로 공연을 검색하고 예약하는 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저무는 종이 티켓 시대, IT 더해진 2차산업군 형성될 듯
카카오가 수현재 빌딩의 오프라인 공연장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공연산업에 진출하거나 공연 관련 IT 기술을 시연하는 테스팅 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국내 대형 공연장들은 2~3년 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무인 수검표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제 공연장에서도 종이 티켓을 받기 위해 줄을 설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 뜬 바코드와 QR 코드로도 입장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할 텐데, 이에 카카오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로 티켓을 발급받으면 공연장이나 경기장, 공항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간에서 혼잡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으로 티켓을 예약하고 공연장에 도착해 다시 종이 티켓을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는 번거로움을 덜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티켓에 삽입된 바코드를 통한 검표 시스템 운영 및 좌석 위치 안내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티켓 수표를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객석 출입구에서 하우스 어셔가 바코드 리더기 및 PDA 등으로 검표와 좌석 확인을 진행하고, 키오스크를 설치해 관객이 바코드 등을 스캔하면 좌석 위치가 표시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국내 최대 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예술의전당도 키오스크와 온라인 수표 시스템 도입 등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기술 개발과 상용화로 2차산업군을 형성할 수 있다. 플랫폼은 시너지를 만든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안에 공연예매 서비스 추가를 고려하는 것도 그 안의 이모티콘 및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뜬 QR 코드 티켓을 읽고 자리를 안내하는 무인 수검표 시스템 및 키오스크를 공연장의 입구에 설치하면 인력 운용과 운영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 전국의 공연장과 미술관 등에 현재 AI 스피커와 같은 스마트 수검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기와 관련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공연장과 미술관은 방문하는 공연 및 전시 관람자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쉬워진다. 선호하는 공연과 전시, 공연장과 전시장에 많이 머무는 요일과 방문·체류 시간을 파악하고 각 소비자에 대한 타깃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김혜진 예술경영지원센터 전략기획팀장은 “바코드와 QR 코드 등을 활용한 티켓 시스템이 모바일 앱을 통해 시작되면, 향후 종이 티켓이 사라지고 관련 IT 산업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토대가 세워지면서 공연, 미술 등과 연관된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글·사진 제공 박지현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