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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서울을 바꾸는 예술>예술을 바꾸는 서울, 서울을 바꾸는 예술
예술은 사회적으로 기능하고, 예술의 효용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변한다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예술가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진다. 예술가는 꼭 필요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서울, 지금 이 시대라는 무대에 선 연기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예술의 힘을 질문하기

예술가들 스스로 사회 안에 설정하는 역할 역시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존재 중 현장 파견 예술가와 참여 예술가는 여전히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더불어 늙어가는 자본주의 사회구조에서 민간 자생의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대안적인 예술적 시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공공정책도 마찬가지다. 시민문화예술, 다원예술, 공공예술, 문화예술교육, 커뮤니티아트, 생활예술과 일상창작, 지역문화사업 등을 권장해왔고, 최근에는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 지원을 통해 사회적 취지에 기여하는 예술 활동을 유도해왔다. 예술가들은 이에 조응하는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생각의 틀을 넓혀가면서 이런 정책담론에 인식을 같이했다.
현장 예술가와 대다수의 시민은 예술이 사회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예술가의 작업이 사회 변화를 의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의 창작 과정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또 예술작업을 대면한 감상자와 소통을 나누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우에 한해 사람들의 태도, 성찰, 비판력, 삶의 변화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것을 예술의 임팩트(impact), 예술가가 세상에 미치는 이펙트(effect), 혹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인플루언스(influence) 등으로 부른다.
2018 ‘서울을 바꾸는 예술’ 사업은 이 영향력을 몇 가지 길로 펼쳐보는 자리다. 예술을 통해 서울이 더 나아지고, 서울에서의 삶이 보다 좋아질 수 있을까? 예술가의 작업이 정신적인 풍요와 정서적인 위안 이상으로 서울의 생활 여건과 시민들의 하루하루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예술가는 예술적 동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울시민의 생애를 다루고, 서울의 경관과 환경을 개선하고, 서울의 사회문제를 드러낸다. 예술은 사회 안으로 파고들어 역동적으로 기능한다. 분명 이 자극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고민하고 행동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굳이 사회를 개선하거나 혁신하는 예술적 소통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예술가는 공익적인 효과를 드러내거나,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적 결핍을 되돌아보고 깨닫게 한다.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거나 모든 예술가에게 사회 참여를 요구하지 않아도,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의지의 표현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효용을 증명한다.

관련이미지

1 연구보고서 <예술활동의 다변화와 사회적 실천>.

2 2017년 예술의 사회적 활동 실태에 관한 연구 라운드테이블 결과 공유회.

3 2018년 예술의 사회적 활동 심층연구 4차 라운드테이블.

4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팀의 2018년 사업 <서울을 바꾸는 예술: 소셜 프로젝트>의 포스터.

예술은 사회를 바꾼다는 전제를 얻다

2017년에는 이 점에 주목해 예술가, 문화기획자, 사회적기업가들과 11회의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예술을 사회적 활동 차원에서 폭넓게 들여다보고, 예술가들이 이야기해온 예술의 중요성, 공공재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예술작품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예술이 공공의 지원을 받아 마땅하다는 전형적 논리가 다시 부각됐고, 사회의 가치재, 경험재로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암묵적인 주장도 반복됐다.
예술과 사회는 분리할 수 없으며, 예술이 사회적 요청으로부터 구분되는 순수성을 갖는다는 서구 근대예술의 일부 주장에 얽매일 수 없다는 데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면서도 예술가의 창조 의지에 맡기지 않고, 사회 참여와 현실 비판의 역할을 예술가들의 가슴과 머리 밖에 부과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정책과 이론이 예술의 기능을 사회적으로 규정한다는 추상적 담론을 펼쳐 구체적인 현장 실천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는 서울문화재단에 바라는 제언이기도 했다. 과민하다고 느낄 정도로 현장 예술가들은 이 점을 강조했다.
예술가의 소통은 사회 비판과 문제의 과정, 개인의 각성과 반성을 통한 실천, 일정한 소통의 변화 같은 것을 의도한다. 다른 한편으로 예술가의 의도하지 않은 표현과 그로 인한 강력한 인상은 사람들의 지적이고 감성적인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정서의 변화,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 생활의 변화 등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충격을 주는 것이다. 11번의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예술은 힘이 있고 사회를 바꾸는 영향력이 있다는 전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가의 수만큼 사회적 효과는 다양하다

전년도 연구에 이어 4회 더 진행된 2018년 라운드테이블은 분명한 현장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고, 현장의 경험을 모아 ‘예술적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사회적 예술’을 정책사업으로 드러낼 때, 예술가의 자유 의지를 억제하고 자연스러운 예술작업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이론과 비평 영역에서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다룰 때, 과거의 미학, 예술학, 사회학, 인류학, 예술경영의 언어로부터 연역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사회적 예술의 추세와 유형을 도출할 때, 공통점을 못 찾을 정도로 다양하게 진화한 현장 예술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귀납해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들은 독특한 인식의 틀을 갖고 있다. 자신들을 사회적 실천을 하는 존재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사회를 개선하는 존재,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존재로 규정하기보다는 자유 의지로 사회 안에서 소통하고 자극을 주는 존재, 작품 안에서 사회의 이야기를 다루는 존재로서 근대적 자아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영향력 있는 존재로서 현대적 자아를 주장했다.
한편 서울문화재단의 정책 담당자들은 예술의 사회적 효용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예술이 사회에 어떤 효력이 있는지, 무엇을 지원해야 사회와 예술 현장에 도움이 될지를 찾고자 한다. 또한 예술가들의 사회적 실천을 조명하는 것 못지않게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예술이 예술가들과 일부 수용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에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설득하고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역할을 현장 예술가들과 일부 이론가들, 비평가들은 이해하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
라운드테이블은 예술가(활동)의 수만큼이나 사회적 효과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예술의 효과는 열어놓고 보아야 한다. 사회문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강력하게 고발하는 ‘나쁜’ 예술이 있는가 하면, 사회에 공헌하는 봉사자 같은 ‘착한’ 예술, 사회를 개선하는 혁신가나 사회를 책임지는 기업가 같은 ‘사회적’ 예술이 있다. 철저히 개인적인 작업이지만 작품 안에 사회의 아픔을 담은 경우도 있고, 참여예술이나 순수예술이 아닌 소통예술, 예술의 사회적 행동도 있다. 이렇듯 라운드테이블은 예술이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정의하는 기회가 됐다.

관련이미지

1 예술의 사회적 실천과 관련된 역량 강화 사업 <서울을 바꾸는 예술: 소셜인(人)사이트>의 포스터.

2 2018년 <서울을 바꾸는 예술: 소셜인(人)사이트> 캠프.

3, 4 2018년 <서울을 바꾸는 예술: 모·임> 포스터와 모임 모습.

지역을 바꾸는 예술과 청년예술가에 주목하기

2016년 12월 21일에 열린 <서울을 바꾸는 예술 포럼>은 큰 호응을 얻었다. 전국 팔도에 꽃피는 지역문화처럼 서울에서도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지역문화 사례들이 숙성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수십 가지 현장을 만들어낸 예술단체와 문화기획자, 지역 공동체들이 연이어 발표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2016년 여름, 지역문화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문화기획자 교육과정 내내, 학습하는 문화기획자들이 서울 내 지역의 문화공간과 현장을 방문해 연대망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교육받지 않고 직접 서울시 창작공간과 지역문화 현장을 탐방하며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네트워킹하는 가운데, 서울의 문화기획자들, 지역과 주민문제를 해결하려는 예술가들의 공감대가 쌓였다. 이러한 양성과정 끝에 포럼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현장 사례를 조명하자, 지역활동가, 문화기획자,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사례들,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 았다. 서로 의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성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다.
2016년 12월 14일에는 청년 문화예술인으로부터 정책과 지원에 대한 건의를 듣는 정책포럼 <청년, 문화예술토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을 살리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삶,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력하는 관계망 구축의 필요성, 지역을 살리는 청년예술가와 문화기획자들을 합리적으로 지원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두 번의 포럼은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생활문화, 주민들이 취미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일상예술창작이 중요한 것처럼,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함께 작업하는 청년예술가 및 문화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와 더불어 구체적인 지역거점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예술이 지역문화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7년 ‘서울을 바꾸는 예술’은 이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청년들이 공공 영역에서 예술을 통한 사회실험을 전개하거나, 기후환경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12월에는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바탕으로 200여 가지의 활동 사례를 모으고, 그중 50여 사례들을 11회의 라운드테이블에서 공유했다. 이로부터 ‘사회적 예술’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예술 활동의 동향과 추세를 파악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예술 현장의 다양한 실험을 기다린다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팀은 2018년 사업으로 <서울을 바꾸는 예술: 소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이 직면한 사회적 이슈와 연계된 활동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한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과 관련된 역량 강화 사업으로 <서울을 바꾸는 예술: 소셜인(人)사이트>를 진행하는데, 이는 예비 및 청년 문화기획자, 지역활동가, 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 의미 확산에 실질적으로 끼치는 영향 등을 성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다시 말해 예술활동 주체들의 기획과 실행 역량 중에서 소셜 임팩트에 대한 성찰 비중을 높인 것이다.
전반적인 기반 조성을 위해 <서울을 바꾸는 예술: 모·임>을 열고 있다. 함께 모여서 임팩트를 내자는 취지로 현장 예술가, 문화기획자, 사회적기업가, 주민 커뮤니티 등이 모여 살롱, 워크숍, CoP(Community of Practice), 세미나, 네트워킹 등 자유로운 형태로 자신들의 현장 사례를 공유하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담론을 형성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제2회 서울을 바꾸는 예술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고, 2017년 연구사업인 <예술의 사회적 개입에 대한 심층연구> 후속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서울문화재단의 정책 방향과 사업 추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재단의 사업 방향은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나 ‘사회적 예술’을 정의하기보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서울을 바꾸는 예술’에 집중하기보다 ‘예술가들과 함께 변화하는 서울’을 즐기자는 목소리도 있다. 마음을 바꾸는 예술, 사람을 바꾸는 예술, 세상을 바꾸는 예술, 그 무엇을 추구하든 열린 정의와 변화 가능한 유형의 탐색이 더 중요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서울을 바꾸는 예술 이전에 예술을 바꾸는 서울이 되기 위해 예술가와 문화기획자를 지원하는 절차와 방식 자체를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또 사회적 예술을 정의하기보다는 예술가, 지역활동가, 사회적기업, 문화기획자 등 주체에 따라 활동을 지원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예술에 이어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는 예술을 위해 조금 더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이다.

글 안영노 안녕소사이어티 대표
서울문화재단 <예술의 사회적 활동 실태에 관한 연구>(2017), <예술의 사회적 활동 심층연구>(2018) 라운드테이블 모더레이터.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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