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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전시 <두 번째 풍경>과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 일상과 예술의 환기
예술작품, 특히 미술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일상의 환기이다.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주변 환경을 다시 둘러보게 한다. 다시 둘러본다는 것은 새롭게 생각하고, 기존과는 다르게 인식함을 뜻한다. 그런데 작품은 대부분 극히 은유적이다. 작가가 하고 픈 이야기를,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최대한 응축시켰기 때문이다. 작가의 예술혼이 농축된 작품을 이해하자면 자세히 살펴보고, 한 번 더 사유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두 번째 풍경>전, 국립중앙박물관의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전도 한 번 더 생각하면 그만큼 더 의미 있는 전시다

관련이미지1 김상균의 <Winter comes>

세상의 진짜 풍경 <두 번째 풍경> 1. 23~3. 2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장에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9명의 회화,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김기수, 김상균, 노충현, 뮌, 안창홍, 이창원, 장종완, 홍순명, 황세준이다. 모두들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30~60대 작가들이다. 전시의 주제는 제목 <두 번째 풍경>에 잘 나타나 있다. 눈에 보이는 첫 번째 풍경이 아니라 그 뒤에 녹여진 두 번째 풍경, 즉 한 번 더 생각하면 인식할 수 있는 풍경을 보자는 의미다. 영문 전시명 <The veiled landscape>가 이를 확실히 말해준다. 황세준의 작품 <세계배Ⅳ>는 미군 캠프와 평범한 마을 위로 전투기가 나는 풍경을 담았다. 첫 번째 풍경은 눈에 보이는 그 자체의 풍경이다. 두 번째 풍경은? 우리는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휴전 상태의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나라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음을, 세계에는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그린 것 아닐까. 거대한 검은 전투기가 장악한 남북 분단의 안타까운 현실, 통일의 절박함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풍경이다. 김상균의 <Winter comes>는 광활한 겨울 풍경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있을 수 없는 풍경, 초현실적 풍경이다. 광고나 영화, 드라마 등 여러 미디어의 이미지를 재조합해 새 이미지를 만든 뒤 이를 화폭에 그렸다. 조작된 이미지, 가짜 풍경인 것이다. 작가는 소비의 미덕, 사익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의 첨병인 대중매체의 이미지로 대중매체를, 자본주의의 맹점을 비판한다. 정원의 맨드라미를 담은 안창홍의 <가을과 겨울 사이>, 낯선 풍경의 동물원을 그린 노충현의 <원숭이>, 홍순명의 <팽목 2014년 4월 25일>, 장종완의 <바르게 살자> 등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풍경 이면의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적 불안, 불안정한 현대인의 삶 등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진짜 풍경을 담아냈다

관련이미지2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소나무 아래 호랑이).

호랑이에 대한 사유<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일본·중국> 1. 26~3. 18,국립중앙박물관

이 특별전의 관람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고대부터 현대까지 호랑이를 주제나 소재로 다룬 한국, 일본, 중국의 회화와 조각 등 145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3국의 호랑이 미술품이 어떻게 ‘같으면서도 또 다른지’를 비교할 수 있는 셈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 중국의 국가박물관의 협력 전시이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됐다. 한·중·일 각국의 호랑이 미술품이 1~3부에 걸쳐 각각 소개된다. 이후 3국의 대표작을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는 4부가 이어지며, 5부는 호랑이를 새롭게 해석한 근현대 작품들로 구성했다.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호랑이 그 자체보다 호랑이의 보이지 않는 상징성에 대한 이해다. 작품 속 호랑이들은 저마다의 상징을 갖고 다양하게 변주됐다. 갖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아시아의 옛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미술품 속에 나타나는 각종 동식물, 문양의 상징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모란꽃이나 공작새는 부귀영화, 거북 같은 십장생은 장수, 포도나 석류같이 씨가 많은 과일은 자손 번창, 잉어는 출세를 상징하는 식이다. 한 번 더 생각해 이런 의미를 알면 작품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감상할 수 있다. 호랑이는 3국에서 그 용맹함으로 신성화 단계까지 이르렀다. 동서남북 네 방향을 지키는 사신의 하나로 청룡, 주작, 현무와 더불어 서쪽의 수호신이다. 땅을 수호하는 12지신 동물에도 포함됐다. 일상생활에서도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호랑이 그림을 붙이거나 장식물로 활용했다. 민화 <까치와 호랑이>가 대표적으로, 사악한 기운은 물리치고 좋은 소식을 간절히 염원한다. 불법(佛法) 수호자를 상징하기도 한다. 출품된 작품들을 둘러보며 호랑이가 어떤 상징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사유해볼 필요가 있다.

글 도재기 경향신문 선임기자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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