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3월호

사진 책방 ‘이라선’ 동네 책방의 품격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저마다의 개성과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점을 넘어 문화공간으로의 역할을 담당하는 동네 책방들이 있다. 서촌에 자리한 사진 책방 ‘이라선’도 그러한 공간들 중 하나다.

관련이미지1 빈티지한 분위기의 책장에 전시하듯 책을 진열해놓았다.

이라선만의 특별한 큐레이션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좌회전한 다음 오른편으로 경복궁을 둔 채 걸어가다 보면 머지않아 ‘통의동 보안여관’을 마주한다. 이라선은 통의동 보안여관 옆의 좁은 골목길에 있다. 통유리 너머 작은 테이블과 의자 2개가 보이고 테이블 주변으로 전시, 혹은 판매 중으로 보이는 책들이 늘어서 있다. 얼핏 보면 책방인지, 카페인지, 혹은 갤러리인지 개인 작업공간인지 알 수 없지만 이곳이 내뿜는 분위기에 혹했다면 개폐식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사진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매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의 서재에 들어선 듯한 아늑함이 느껴지는 이라선은 패션 사진가로 활동 중인 김현국 씨와 대학원 미학과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김진영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각기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며 사진과 출판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를 키웠던 이들은 세상에 있는 좋은 사진집들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2016년 10월, 이곳의 문을 열었다. 부부가 어린 시절부터 수집한 사진집들이 이라선의 첫 책장을 채웠다.
“사진집은 한정 수량으로만 출판되는데 모두 팔려 절판되고 나면 가치가 많이 올라가요. 저희가 보유한 희귀 사진집이 200권 정도 였는데 이 책들을 이라선에서 먼저 팔기 시작했어요. 지금 한 권도 남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좋은 책을 꽁꽁 싸매 혼자만 보기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니 보람과 재미가 있더라고요.”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동네 책방이다 보니 이라선에서 판매하는 책들에는 모두 주인의 취향이 담겨 있다. 이라선이 추구하는 큐레이션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 먼저 사진작가의 이름이나 사진집의 주제뿐만 아니라 북 디자인을 세심하게 살핀다. 사진집은 여느 책들보다 표지와 내지의 지질과 소재를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어 디자이너가 택한 물성에 따라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는것. 때문에 책의 내용과 북 디자인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는 책들을 선호한다. 또한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의 책들은 빠뜨리지 않고 소개한다. 의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집을 이라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가격으로 책을 공급하기 위해 해외 출판사들과 직접 거래해요. 해외의 유명한 사진 전문 출판사뿐만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좋은 책을 출판하는 독립 출판사와도 많이 거래하고요.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진집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이라선은 직접 보지 않은 책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2~3주 주기로 신간을 들여오기에 모든 책들을 확인하고 선별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표지만 보고서는 사진집에 담긴 기승전결의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고객들 또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있도록 표지를 싼 샘플 책들을 진열해놓았다

관련이미지2 한쪽 벽면에는 추억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과 손글씨로 쓴 메모들이 붙어 있다.

누군가의 서재에 있는 듯한

이라선의 한쪽 벽면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과 손글씨로 쓴 메모들이 붙어 있다. 때문에 책을 판매하는 상업적인 공간이기 보다는 친한 지인의 서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빈티지한 분위기의 책장과 라운지 의자, 한낮의 햇살과 어우러지는 간접 조명 등이 이러한 느낌을 더한다. 책을 진열한 것이 아니라 전시한 듯한 인테리어는 부부가 직접 고민하고 실행한 결과물이다.
“사진집을 하나의 작품으로 대하면서 오롯이 사진집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집 안의 서재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는데, 수도권에서 가보지 않은 재활용 가구 판매점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았죠.” 두 부부는 이라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책방 업계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로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 그리고 사진집과 고객 사이에서의 적절한 중간자 역할을 꼽는다. 이라선의 큐레이션을 신뢰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단골들이 늘어났고, 우연히 찾아온 고객일지라도 고객의 취향에 맞춰 좋은 책을 소개해줄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irasunofficial)에 매일 오늘의 책을 추천하고, 월 1~2회 북 토크를 여는 것도 사진집과 고객을 잇는 중간자 역할 중 하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배’(離娜船)라는 이름처럼, 이라선은 아름다운 사진집을 찾는 이들의 보물선 같은 공간으로 자리한다.

글 윤현영 자유기고가
사진 제공 이라선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